조남주 – 82년생 김지영

이제서야 읽게 된 또 하나의 책이다.

한 시간 반만에 쑥 읽어버릴 만큼, 엄청난 가독성과 적당한 분량을 가진 책이지만 읽고 난 다음 뒷맛은 그에 비해 너무 씁쓸하다.

 

읽으면서 계속 느낀 건,

지금 2017년은 그렇지 않다고 중얼거리다가, 내 나이대의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중얼거리다가, 전문적 능력을 가진 여성은 그렇지 않다고 중얼거리다가 결국 입을 막아버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끝없는 자기 합리화가 그저 합리화일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하게 되는 내 자신이 처량하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기 세다고 불리우는 여자들 중 하나다. 82년생 김지영에서 그의 언니 김은영과 판박이인. 그러나 김은영이 주인공이 아니라고 김은영의 삶이 김지영과 달랐을까. 아니겠지. 모든 장면장면들이 내가 겪은 일들과 완전히 똑같아서 더 슬펐다. 여성이라는 존재들의 데칼코마니 삶. 그 속에서 기 센 여자로 치부되는 일 이상을 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