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이 소설을 썼다. 소설을 쓰는 동안에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해라는 말 속엔 늘 실패로 끝나는 시도만 있다고 생각한 기억도 난다. 그럼에도 내가 아닌 누군가를 향해 가는, 포기하지 않는 어떤 마음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이 소설도 끈질기게 지속되는 그런 수많은 노력 중 하나가 아니었는지.
– 작가의 말 –
그녀가 딸에 대하여 알아보는 시간들은, 결국 스스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결코 이해할 수 없게 멀어져 버린 딸을 바라보는 일. 끝없이 올라오는 수많은 말들을 이내 목구멍 아래로 삼켜버리는 일. 동시에 숨길 수 없는 모진 표정과 몸짓으로 딸을 대하는 일.
고등학생일 때, 나를 바라보다 말고 자주 말을 삼키는 엄마를 봤다. 너의 거치고 모진 말들에 나도 상처를 받는다고 말하던 목소리가 기억이 난다.
우리는 각기 다른 공간에 살며, 가끔 보며, 서로를 안쓰러워하며 살고 있다. 가끔의 안부인사는 별 일 없다는 대답을 기대하게 만들고 서로를 불쌍하게 여기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만을 전하면서.
어떻게든 네가 행복하면 됐지. 엄마는 많은 말들을 혀로 골라내고 또 골라낸 후 그 말만을 내뱉는다. 생선 살과 뒤엉킨 작은 가시를 예민하게 골라내듯 말을 내뱉고 나면 혀가 꽤 아플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내색하지 않는 방식으로 서로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