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담이다, 김중혁

책 : 나는 농담이다

저자 : 김중혁

 

낮에는 컴퓨터 수리를 하고 밤에는 개그클럽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하는 송우영이 엄마의 죽으로 남겨진 편지를 아빠가 다른 형제인 이일영에게 전하기 위해 그를 찾는다. 이일영은 평생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고 그것을 이루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우주 비행 중 우주 미아가 되어버린다. ‘나는 농담이다’는 송우영과 이일영 그들의 엄마, 그리고 그들의 엄마, 그리고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 강차연, 세미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 시공간을 초월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책을 모두 읽고 났을 때의 느낌은 영화 ‘인터스텔라’과 ‘선물’을 합쳐놓은 그런 느낌이었다.

 

송우영이 하는 스탠드 업 코미디는 그의 인생이 담겨 있다. 송우영의 모든 인생이 코미디, 즉 농담이다. 심지어 엄마의 죽음과 형의 실종까지도. 그의 첫 농담에서 이 소설의 하나의 큰 복선인 웜홀에 대한 농담이 나온다. 사과 먹는 벌레에 대한 농담을 읽으며 와아, 작가가 이렇게 암시를 주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외 농담들은 지저분한 농담들, 야한 농담들이 많다. 농담하나하나가 모두 그의 인생이다.

 

이일영은 우주 비행사가 되는 꿈을 어릴 때부터 꾼다. 그리고 정말 해낸다. 그가 우주 미아가 되어버린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무전을 통해 목소리를 남긴다. 답이 없는 목소리. 송우영을 몰래 찾아가 그의 농담을 듣고, 이일영은 마지막까지 농담을 한다.

 

일영이 남기는 목소리는 그의 연인이었던 강차연에게 들리는 듯하다. 과거의 두 형제의 엄마 역시도 일영의 목소리가 들리고, 일영이 당하는 사고를 꿈을 통해서 본다. 이것이 진짜인지 환영을, 환정을 보고 듣은 건지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실제 이들이 연결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일영이 웜홀이라는 공간에 갇혀 그들에게 보낸 메세지가 아닐까. 지구와 우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지만, 결국에는 서로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자신의 모든 슬픔을 농담으로 승화시키는 우영, 우주 공간 속 마지막 순간까지도 농담을 하는 일영. 어찌보면 슬품, 아픔, 죽음까지도 농담으로 승화시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들에게 농담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사람들의 목소리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방법인 것이다. 우주 공간 속에서 사라지지도 못하고 떠다니며 조금씩 조금씩 마모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농담을 통하여 아주 조금씩 잊혀지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그런 존재로 나겨지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