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주홍글자
저자 : 너새니얼 호손
첫 문장 : 우울한 색깔의 옷차림에 뾰족한 회색 모자를 쓰고 수염을 기른 남자들이 두건을 쓰거나 혹은 아무것도 쓰지 않은 여자들과 섞여 목조 건물 앞에 모여 있었다.
수치심을 견디고 살아가는 여자의 일야기일까, 죄의식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일까. 어쩌면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죄의식 때문에 스스로에게 찍어버린 주홍글자라는 낙인으로 수치심을 견디는 나의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앞에서 당당해보이지만 헤스터는 그 고통을, 수치의 무게를 견디고 버티며 살아간다. 덕분에 그녀의 비참함이 수치의 더미 위에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약하디 약한 인간 딤스데일, 죄의식의 무게에 짓눌려 자신의 용기없음을, 두려움을 탓할 뿐 헤스터의 고통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용기를 가졌던 마지막 순간까지도.
증오심과 복수심만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 칠링워스. 그에게 있어 헤스터라는 존재가 과연 증오심과 복수심에 불타오를 만큼 소중한 존재였을까. 단지 살아가는 어떤 힘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였을까.
죄의 결과로 존재 자체가 주홍글자, 낙인이 되어버린 아름다운 펄,. 자연 속에서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녀의 눈에는 온통 이상하고 슬픈 사람들 투성이다.
어떤 인물의 삶이 더 가여운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이 모두가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모습이라는 것. 우리 모두는 가슴에 주홍글자를 달고 살아간다. 누가 주홍글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