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키티를 사교계에 화려하게 데뷔시켜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꿈꾼 엄마의 바램이 점점 꼬여가고, 키티는 나이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별볼일 없는 세균학자인 월터와 덜컥 결혼을 한다. 애당초 남편을 사랑한 적 없었던 키티는 결혼 후에 권력 실세이자 매력남인 찰스와 바람을 피고, 이를 알게된 남편 월터는 콜레라가 창궐한 죽음의 변방 마을로 키티를 끌고 가서 헌신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정말 막장이 따로 없고 너무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이때부터가 놀라운데, 키티가 개과천선한다는 뻔한 흐름이 아니고 계속 허를 찌르면서 예기치 않게 내용이 전개된다. 인간은 어찌나 나약하고 어리석은지.. 용서라는 건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래도 키티의 성장과 깨우침, 그 변화와 결말이 정말 뭉클하고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인생이라는 오색의 베일,, 언제 어떻게 쓰게되고 벗게될지. 아무도 모르는게 인생이라는 것:)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강물의 모습에서 사물의 무상함과 애수가 밀려왔다. 모든 것이 흘러갔지만 그것들이 지나간 흔적은 어디에 남아 있단 말인가? 키티는 모든 인류가 저 강물의 물방울들처럼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서로에게 너무나 가까우면서도 여전히 머나먼 타인처럼, 이름 없는 강줄기를 이루어, 그렇게 계속 흘러흘러, 바다로 가는구나. 모든 것이 덧없고 아무것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때 사소한 문제에 터무니없이 집착하고 그 자신과 다른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인간이 너무나 딱했다. (p.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