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지영씨보다도 16살이나 어린 98년생이고 부모님 세대보다 훨씬 어리기 때문에 인식도 훨씬 깨어 있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펼칠 때만 해도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내용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자만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끔찍했고 절망스러웠고 무지함에 부끄러웠다. 내가 겪은 일들이 차별이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내가 행해왔던 일들이 차별이었음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이 책을 쓴 저자에게 감히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의 무지함을 알고 이렇게 감사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이 책을 읽고 페미니즘에 관련된 다른 도서들도 읽어보면서 나는 더이상 세상을 마냥 편하게는 살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싫지는 않다. 내가 듣는 것,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고 단지 특정한 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 행위에 대해 이제는 그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내 생각을 제대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와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차별을 받을 때 단호히 그러면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성에 따른 차이는 인정하되 그로 인한 차별은 인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이 소설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정말 ‘소설’로, 허구로 받아들여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