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로 쓰는 것에 한계가 있다 .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 분명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 ” 라인 홀트너를 좋아한다고 , 말하며 작가 김연수가 “죽음의 지대”라는 걸 이야기 하는 부분이다 . ” 그곳에 가면 언어가 제일 먼저 끊어지고 , 모든 인식이 끊어지고 , 공백상태가 찾아온다 . 그걸 지나야 8천미터 위로 올라갈 수 있다 ” 라는 식으로 멋있게 표현했어요 *ㅡ라고 ,
이 부분을 몇 번이나 다시 , 다시 읽으며 어쩌면 조금 , 아주 조금 옮겨볼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 . 엄청 더디고 느린 걸음으로 , 그러나 빠르게 부식되고 공기 중에 해체되고 있는 L 의 운동화에 대해 , 그 낡음과 소멸의 진행을 낱낱하게 지켜보는 이의 눈이 되어서 한마디라도 할 수있다면 , 그럼 될 것만 같다고 …노트만도 열장은 넘을건데 , 사념만 들끓고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나는 포기해야 하나보다 하고 있었다 . 이 대담들을 읽기 전까지는 , 마치 같이 앉아 두런두런 얘기하듯 떠들어준 덕분에 내 기억이 조금씩 그 온도에 반응을 보인 것만 같다 . 잔뜩 공기 중에 노출이 되서 화학 반을을 일으켜 열화 (劣化) 된 것처럼 , 그렇게 스르륵 !
저마다 다른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 L 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사건의 현장을 같이 한 동기들끼리 모여서 서로의 기억 조각을 꺼내 이리저리 맞춰보면서 누락된 어느 지점에 대해 먹먹하게 말을 잇던 장면들 ….그래서 였을게다 . 김연수 작가의 말에 반응한 것은 , 따로 놓고는 짧게 말하며 지나갈 수 있지만 전체로 정리가 되진 않던 용기를 내게 한다 .흩어진 마음을 경화 (硬化) 시킬 필요가 때론 있다 . 복원같은 건 아니겠지만 , 어쩌면 복원 일지도 …마음 복원 .
” L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그런데 저마다 꺼내 놓는 기억들이 조금씩 달랐어요 . 미묘하게 다르기도 했고 , 약간 다르기도 했고 , 완전히 다르기도 했어요 . 기억에도 시차 (時差) 같은 것이 존재하는 걸까요 ?”
“…… 그런데 신기하게도, 완전히 다른 기억들의 경우 오히려 일치를 보는 것이 쉬웠어요 . 어느 한쪽이 자신의 기억이 아무래도 틀린 것 같다고 지레 포기 하거나 , 어느 한쪽이 강력하게 자신의 기억이 맞다고 우기거나 했으니까요 . 문제는 아주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기억들이었어요 . 그런 경우는 어긋난 부분들을 맞추기가 어려웠어요 .” (132 쪽 )
맞추기가 어려운 미묘한 이야기를 , 아주 거대한 몸통조각을 우리는 알고있다 . 역사라고 부르는 것들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들 … 미세한 차이란 목격자가 아닐까 …저들처럼 서로 맞다고 혹은 틀리다고 말할 증거인들 , 알 것도 같지만 내것이 그 시간에 있었으니 옳다고 주장한다면 , 지금에 아무도 없고 그저 전달자들만 있는 지금은 무엇을 믿어야 할까 . 자신 혹은 자신이 따르는 믿음의 방향에서 전해주는 것들을 그저 바라 볼 수 밖에 없지 않나 ? 그렇기에 L 의 운동화를 두고 그의 어머니는 모르겠다고 , 저것이 그 L의 운동화라니까 그런가보다 하지 … 사실 아무것도 선명한 감각으로 알게 되는 건 아닌 것들
.
속삭임 처럼 비물질인 주제에 물질처럼 형태를 감지하게 하고 , 운동화인 주제에 인공의 물질인 주제에 자연 유기물처럼 부패의 냄새조차 산 것들을 따르려하는 운동화 .
이 이야기를 읽으며 어쩌면 이 역사라는 것이 전부 허구같다고 , 그러가보다 하니까 그런가 하지 , 하듯이 ……
그렇기에 그렇게나 애를 써 증거라는 것을 남기고 추억할 방법 따위를 오래오래 전달하려고 있는 것일 복원가들 , 혹은 역사가들 연구자들 , 학자들 그렇겠지 . 허구의 토대를 믿을 만한 것으로 단단한 실체로 만드는 사람들 . L의 운동화를 읽으며 푸슬거리며 흩어진 마음들이 또 동시에 그 노력 때문에 다시 단단하게 뭉치며 모양을 보이고 있다 . 지금 .
지나간 역사의 한 토막을 섞는건 피하고 싶다 . 가능하다면 , 이대로 이 부분 우리가 보는 몸통이 사실 누구의 주장대로 전부 진실은 아닌거라고 , 그 기록들조차 보여지길 위해 쓰이는 것들이니 지금은 , 그저 자신이 신고 있는 운동화가 전부인냥 살아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
네가 잘못했네 , 내가 잘못했네 하는 한숨나는 이야기들은 멀리 에둘러 가면서 … 보이스의 죽은 토끼를 끌어안고 그저 다독다독 내 기억만을 내가 아는 전부로 알자고 할 수 밖에 ……어떤 상태를 뛰어 넘어 8천미터 위로 올라가듯이 공백의 상황까지도 품고서 ……
*ㅡ의 부분은 악스트 052 쪽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