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라는 건, 참 한 순간에 찾아온다. 며칠 전까지, 어제까지, 아침까지 나랑 웃고, 떠들고, 같이 밥 먹었던 사람이 한순간에 사라져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게 죽음이다. 삶이 있다면 죽음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죽음은 어찌 보면 늘 곁에 있다. 죽음이라는 게 찾아오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바래보지만, 죽음이라는 게 참 잔인하다. 늘 예고 없이, 소리 없이 찾아온다. 오스카에게도, 죽음이라는 게 참 예고 없이 찾아 왔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빠와 대화를 하고 잠을 잤다.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아빠와 엄마의 일정을 확인했다 평소에 다름없이 학교에 갔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평소와 달랐다. 학교에 가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빨리 집에 가라고 한다. 집에 왔더니 엄마도 아빠도 없었다. 친구가 전화한다고 한 게 생각이 나서, 전화기 쪽으로 갔다. 아빠로부터 네 개의 메시지가 더 와 있었다. 9시 12분, 9시 13분, 9시 46분, 10시 4분에. 나는 그것을 듣고 또 들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아니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어떤 기분이 들어야 할지 미처 알 겨를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10시 22분 27초였다. 발신자 번호를 봤다. 아빠였다. 그 순간을 기준으로 오스카의 인생은 바뀌었다. 이 세상에 더 이상 아빠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9.11 테러에 대한이야기이다. 정확히 말하면 9.11테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왜 무슨 이유로 테러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갑작스런 참사로 가족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아서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슬픔을 극복하는지 대한 이야기이다. 오스카는 9.11테러 아빠를 잃었다. 오스카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드레스덴 폭격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여자와 세상에 아직 나오지도 못한 아이 그리고 부모님을 할머니는 모든 것을 공유하던 언니와 부모님을 잃었다. 9.11테러와 드레스덴 폭격은 예상하지 못한 비극적인 일로 어제밤 잘때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만들었다.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사라졌다. 늘 할 수 있을지 알고,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내가 말했어. 언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언니가 말했어. 내일 말해도 되잖아. 내가 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한 번도 말하지 않았지. 그녀는 내 언니였어. 우리는 한 침대에서 잤어. 그 얘기를 할 기회가 한 번도 없었어. 언제나 그럴 필요가 없었어. 몇 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 책을 덮을 때의 충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스카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정말 아팠다. 쉽게 읽힌 책이었는데, 덮을 때의 충격 때문에 다시 책이 손에 잡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시 꼭 읽고 싶었다. 다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처음과 다르게 읽는 게 참 버거웠다. 읽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었다. 읽다가 쉬고, 다른 책을 또 읽기도 하고, 쉬엄쉬엄 책을 읽었다. 나에게 오스카의 상처를 받아들일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갑작스런 아빠의 죽음, 오스카는 그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먼저, 죄책감을 배웠다. 슬퍼하는 것조차 미안한 감정이었다. 엄마에게 마음껏 응석을 부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엄마에게 너무 미안했다. 오스카는 아빠가 남긴 열쇠의 이유를 알고자 블랙씨들을 찾는 탐방을 시작한다. 계속해서 쌓여가는 거짓말들, 오스카의 죄책감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엄마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오스카는 엄마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묵묵히 지켜봐주는 엄마의 믿음과 배려는 오스카는 알 수가 없었다. 말을 하지 않는 속에 쌓이는 오해들. 오해들이 쌓여 결국은 벽을 만든다. 그리고 결국 그 벽도 허물 수 없는 상태로 변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랬으며, 현실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참 안타까웠다. 오스카와 오스카의 엄마, 오스카의 할어버지와 할머니는 각자 나름대로 상처를 극복하기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모든’블랙’씨들도 포함해서 말이다. 전쟁으로 인생의 소중한 많은 부분을 잃은 사람들. 그 사람들은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지 못한다. 그들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다.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살아서 다행이라는 감사함. 생존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 살아가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