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동성애자, 딸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였다. 이 책은 모든 딸, 어머니, 할머니, 혼자 당당히 서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다. 동성애자인 딸이 애인을 데리고 어쩔 수 없이 엄마가 혼자 사는 집에 들어왔다. 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받아들였지만, 하루하루가 불편하고 지옥이였다. 같이 들어온 여자아이를 편하게 딸의 친구가 아닌 애인으로 바라봐야하는 엄마의 입장은 어떨까? 그냥 평범하게 남자를 만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기를 바랬다. 왜 자신의 딸이 그런 삶을 선택했는지, 왜 대학 강사로서의 불평등한 것을 대변해서 그렇게 소리를 내는지 엄마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요양병원에서 아무런 가족도 없이 점점 죽어가는 할머니를 돌보면서 엄마의 생각은 더 간절해졌을 것이다. 결국은 딸이 그렇게 혼자 죽어가는 삶이 될까봐, 나중에 홀로 남을까봐 딸을 그냥 봐 줄 수가 없었다. 엄마와 딸과 딸의 동성애인과 요양소의 할머니까지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한 공간에서 얼마나 숨막히고, 서로 상처를 받는지 그 한 명 한 명의 문장들이 마음에 닿았다. 책 속의 딸은 이기적이게도 여러가지 상황에서 “엄마는 엄마니까, 나를 좀 봐달라”라고 하면서 정작 삶에 대해서는 “자신의 삶’이라면서 엄마를 배척한다. 나도 이렇게 너무나 당연하다듯이 엄마에게 대했던 것들이 떠올라서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딸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딸이니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의 독백을 들으면서 우리 엄마도 나에 대해 이런 생각이 들었겠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렸다. 남편이 죽고 혼자 요양소에서 일하면서 모든 일에 진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엄마, 여자 애인이 있고,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소신이 있는 딸, 가족이 없지만, 그래서 요양소에서 쓸쓸히 죽어가고 있지만, 꾸준히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후원했던 어떤 할머니, 딸의 애인으로 다같이 한 집에 사는 불편함이 있지만 자신의 진심을 꾸준히 보이는 그녀등 참 다양한 입장에서 여러가지 삶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야기에도 빠져들지만 공감되고,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많아서 여러번 곱씹어보게 만드는 매력도 있다. 딸로서, 엄마로서, 가족이 없이 홀로 죽어가는 할머니로서, 동성애자로서, 아니 그냥 여자로서 참 멋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