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나는 사람들이 주어지는 정보를 쉽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는 유명한 말도 있지만 매일 대량의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것들을 확인할 시간도, 능력도 없다. 인간이 모든 것을 알기는 힘들다. 그 결과, 다수가 공감하고 있거나 권위자가 주장하는 말에 쉽게 휩쓸려버린다. 특히 가십들은 흥미롭기도 하고 입에 오르내리기 쉬워 쉽게 퍼진다. 이러한 모습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에서도 볼 수 있다. 경찰에게 쫓기던 괴텐과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냈을 뿐이지만 ‘강도의 정부 카타리나 블룸’이라고 단정해버린 차이퉁 지의 말에 그녀가 가진 모든 것들이 의심받기 시작한다. 차이퉁 지는 벌이에 비해 비싼 그녀의  아파트와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까지 공격한다. 이후 카타리나 블룸의 편지함은 터질 듯이 꽉 차고, 같은 아파트 주민은 ‘바로 옆에서 뻔뻔스럽고, 가혹한 갈색 눈으로 거리낌 없이 호기심에 가득 차서 그녀를 훑어본다.'(pp.78-79) 그녀와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낸 지인조차 ‘친절하긴 했지만, 최소한 조금은 그 기사를 믿는 눈치다.'(p.143) 결국 ‘그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p.143)라고 카타리나 블룸은 말한다. 사람들은 그녀가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진정으로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저 언론이 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을 뿐이었다.
하지만  카타리나 블룸이 살인을 저지른 일의 원인은 언론이다. 차이퉁 지는 고의로 그녀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그녀는 언론의 피해자다. 그녀를 도와주는 블로르나 변호사의 ‘그녀는 매우 영리하고 이성적인 사람입니다.'(p.37)라는 말은 기사에서 ‘얼음처럼 차고 계산적이다'(p.38)로 왜곡된다. 환자였던 그녀의 어머니는 무리하게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 이후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이 모든 상황은 카타리나 블룸을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물론 카타리나 블룸의 신상을 보호해주거나 그녀의 행동을 변호하는 언론들도 있었지만 이에 대해 그녀는 말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차이퉁을 읽거든요!'(p.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