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내가 읽은 모든 자서중 가장 잘 쓴 글이다._허경

출간일 2008년 10월 10일

어머니와 할머니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남으로써 그들에게 베푼 대단한 은혜를 다시 베풀어주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들은 샤를 슈바이체르의 괴벽스러운 연극적 취미를 부추기는 깜짝 쇼를 꾸미려했던 것이다.


그들은 나를 옷장 뒤에 숨겨놓고는 내가 숨을 죽이고 있으면 방에서 나가 바리거나 나를 잊어버린척 한다. 이리하여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고 만다 이윽고 할아버지가 들어온다. 내가 이 세상에 없으면 필경 그럴 법한 맥없고 우울한 얼굴이다.

그러자 나는 숨었던 곳에서 후다닥 튀어나와서 탄생의 은혜를 베풀어 준다.
-사르트르_말 중에서

사르트르 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소설과 같이 재구성하여 풀어낸다. 그의 표현력은 단순한 작은 사건 조차 아름다운 문학의 세계로 이끌어 낸다.

언젠가 어느 동화를 재구성하여 쓴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동심이라는 것에 대하여 ‘분명 내 것이었음에도 더 이상 내가 가질 수 없는 것’ 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르트르의 말은 그저 나의 동심을 다시 가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훌륭한 문학으로 탄생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