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시모키타자와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의 이전 작품 “그녀에 대하여”에 대해 담백하고 충격적이였던 반전이 좋아서였을까? 이번에도 담백해보이는 표지가 참 반가웠다.

시모키타자와라는 도시에서의 삶을 이야기하는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는 조금은 밋밋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다.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동반자살을 했다. 혼자 자살을 해도 엄청난 충격일텐데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와의 동반자살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동시에 배신감의 충격을 줄 것이다. 슬픔만 느끼기에도 벅찬 모녀에게 상반된 느낌인 배신감의 분노까지 준 그 남자를 나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슬프다가도 분노하고, 분노하다가도 슬퍼질 혼란스러운 감정을 과연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가족이 살던 집을 비우고, 모녀는 새로운 도시인 시모키타자와의 조그만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삶이 망가질 수도 있는 커다란 사건앞에 모녀는 참 덤덤히도 각자가, 또 함께 상처를 치료하면서 조금씩 살아간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억지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시모키타자와라는 곳에 물들어가면서 느리지만 자연스럽게 치유되고 있었다.

 

딸은 음식점으로 출퇴근하면서 일에 조금씩 집중했고 그런딸을 출근시키고 엄마는 엄마만의 시간을 가지고, 동네의 여기저기를, 여러사람을 만나면서 적응해나갔다.

딸에게 아버지를 매개체로 한 사랑이 찾아오는가 싶었는데 정작 그녀가 선택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라 놀라기도 했고, 그 부분은 조금 공감이 되지 않아서 일본과 우리의 문화차이가 녹아 있는건지 작가의 개성인건지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함께 공유하는 남자의 죽음이라는 비슷함과 딸과 부인의 다른 입장에서의 차이가 잘 그려진 것 같아서 많은 공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처음에는 엄청난 사건에 참 무던히도 잘 버틴다고 생각을 했지만 조금씩 모녀들의 이야기에 빠지면서 담백한 문체지만 그녀들의 아픔을 깊이 느낄 수 있어서 작가의 힘을 또한번 느꼈다. 잔잔하다고 생각했던 내용과 문장에서 오히려 깊은 상처가 전해지는 느낌이 참 인상깊었다.

 

지금도 시모키타자와에서 자연스럽게 천천히 상처를 치유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그녀들. 도시가 주는 따뜻함과 편안함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 자연스럽게. 그녀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