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요즘 읽은 책들의 주제가 참 세다. 읽게 된 계기도 참 다양한데 연속으로 3권 읽은 소설 내용이 참 세다. 이슬람정권이 프랑스를 장악하는 <복종>, 데이트 폭력의 피해로 인해 강박증에 시달리며 <어두운 기억 속으로>, 몰몬교 가정에서 자라난 동성애자의 성장소설<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까지 가벼운 이야기가 없다. 요즘 사는 게 가벼워서인지 무거운 주제의 책을 찾아 삶의 균형을 맞추고 있지 않나 싶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어떤가? 오렌지만이 과일이라고 생각하는 지넷의 엄마처럼 나도 내 생각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걸까? 책을 통해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한다. 정해진 나의 틀을 책과 경험을 통해서 깨고 있다. 몇 년 전 스페인친구와 동성애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나의 아이가 동성애라면 난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스페인은 동성애 결혼도 합법화되어 있으며 사람들의 시각도 자유롭다. 내 친구는 왜 당연한 걸 고민 하냐고 의아해하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난 결국 사랑하는 나의 아이이기에 받아들이지만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그 아이가 살아갈 험한 세상을 알기에 많이 슬플 것 같다고 대답을 했다. 친구는 이해하지 못했다.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문화에서 성장한 친구와 그렇지 못한 문화에서 성장한 나의 차이였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는 독실한 몰몬교 집안에 입양이 된 작가가 동성애자라는 걸 깨달으면서 겪게 되는 성장소설이다. 성행위조차 악마의 행위라고 규정하는 엄마는 모든 행동을 신에 초점을 맞춰 행동하고 가족들에게도 강요하고 세뇌시켰다. 오렌지만이 과일인 것처럼 엄마는 지넷이 힘들어할 때마다 오렌지를 내민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답에 어긋난 인생은 오답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넷이 다른 성적취향을 인정하지 못한다. 지넷 역시 자신이 나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엄마한테서 쫓겨나듯이 독립한 지넷은 자신을 잘 잡아간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 자신이 누구인지 균형을 잘 잡아간다.

 

“결국……”

어머니는 철학적으로 말했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니까.”

 

엄마도 시간이 지난 후에 엄마의 방식으로 지넷을 받아들인다.

이 책은 단순 레즈비언 이야기가 아니다. 한 아이의 성장소설이다. 그 아이의 고투가 느껴져 읽으면서 힘내라고 말해주게 된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삽입된 동화들을 읽는게 조금은 힘들었지만 이야기는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