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의 짧은 소설집만 읽었다가 처음으로 장편소설을 접했다. 이전 작품들을 재밌게 읽은 기대감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별 5개를 줄 수 밖에 없는 작가님의 입담에 박수를 보낸다.
복이 가득할 것만 같은 그의 이름은 “나복만”. 글을 읽을 줄도 모르고, 쓸 줄도 모르는 평범한 택시 기사 1년차가 그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고, 그의 인생은 정말 범죄자,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한 개인의 인생을 그렇게 쉽게 짓밟을 수 있었던 광기의 시대, 그 대머리가 대통령이던 시절에 한 명이라도 더 빨갱이로 만들어 잘 보이려던 시절에 ‘나복만’의 삶과 꿈도 그렇게 짓밟혔다.
이번 책에서도 작가님의 유쾌한 화법의 매력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심각하고, 화나고, 어이없는 이야기들이 때로는 재치있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표현되고 있어서 읽어나가는 것이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았다. 문체가 재밌어서 등장인물이 웃겨서 웃으면서 읽다가 나도 모르게 그 속에 내포된 싸늘한 슬픔을 발견하고는 ‘헉’ 하기도 했고,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혀를 내두르다가도 경쾌한 문장에 피식 하기도 했다.
광기의 시절, 한 개인의 삶을 이렇게나 쉽게 파괴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다시 생각해봐도 무섭다. 우리의 ‘나복만’. 그 시절 누구라도 ‘나복만’이 될 수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정말 수배자가 되고 말았지만 마지막만큼은 통괘했다.
이야기도 재밌고, 가독성도 좋고, 그 광기의 시절에 대해 또 한번 진저리치기도 했지만 유쾌한 문장에 숨겨진 슬픔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역시 그런 부분이 작가님의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다 읽고 나서 바라본 책의 표지는 역시 시작할 때와는 참 많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