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읽어보는 고전인지 모르겠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다른 장르소설이나 에세이가 끌려서 읽다보니 고전은 계속 뒷전이였던 것 같다. 누가 꼭 고전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숙제도 아니건만 이상하게 고전에 대한 재미에 푹 빠져보고 싶은 욕심이 항상 있었다.
오랜만에 읽는 고전인만큼 재밌는 책으로, 고전에 대한 흥미를 충분히 유발시켜서
고전에 푹 빠져보는 재미를 느낄만큼의 책이 필요했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지만 지인들의 추천도 많고 평도 좋아서 펼쳐든 “달과 6펜스”.
평온하게 잘 살다가 어느날 그림을 그리겠다며 모든걸 버리고 뛰쳐나간 스트릭랜드. 그 당시 미술적 재능이 발견된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부인,자식들을 버리고 본인이 추구하는 예술세계로 뛰어들었다. 꿈을 쫓는다는 좋은 말로 포장하기엔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도 많고, 그 자신도 물질적인 어려움도 많고, 다른 사람들한테 비판도 받는다.
그러나 이 남자, 정말 앞뒤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 신경도 쓰지 않고 본인의 의지대로 갈망으로 앞만 보며 간다.
이 남자에게는 오직 그림만 중요하고, 그 외의 것은 어떻게되든 상관없었다. 여자, 사랑도 그림 그리는것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존재해야하고 일말의 책임이나 의무감도 느끼지 않는다.
그렇게 한 순간에 모든 걸 버릴정도로, 그림 그리는 것에만 신경쓸 정도로 미칠 수 있다는 그의 열정이 조금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주변에 엄청난 상처와 아픔까지 주면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
그런 그를 우연인지 필연인지 만나서 거의 평생 소식을 듣게되는 다른 한 남자도 몇십년이 흐른 시간까지도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부인도 간호하다 그를 사랑하게 된 여인도, 그가 죽는 순간까지도 그의 옆을 지켰던 또 다른 여인도 그의 열정에 빠졌던 것인지, 정말 그를 사랑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증오의 대상이 아닌 천재적인 예술가로 기억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 없어서 그에 대해 대리만족이였는지,
나중에 인정받게 된 그의 그림때문에 그 모든것들이 용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대단한 사건이나 초초한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의 사건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책보다 흥미진진하게 푹 빠져서 읽었던 것 같다. 그들이 말하는 천재적인 그림에 대한 것을 나름대로 상상해가면서 점점 미쳐간다고 상상이 되는 그의 모습을 떠올려보면서 마지막에는 그가 머물렀던 그 적막한 집, 그러나 경이로운 집을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아쉽게 마지막 장을 덮었다.
간결한 문체들이였지만 많은 것들을 상상하기에는 충분했고,
그래서 더 집중해서 잘 읽었다.
꿈을 상징하는 달, 그리고 현실적인 것을 상징하는 6펜스라는 돈. 그에게는 눈 앞의 6펜스 돈보다 달이 필요했던 것이다. 매일 밤마다 눈앞에 나타나는 달이지만, 바라보는 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달만 쫓아 가기에는 너무 무모하고 힘겨워보이는 인생. 그래도 이제는 달을 가끔씩은 바라보기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랑받는 명작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를 “달과 6펜스”, 이 책이 가르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