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쪽에 유명한 책으로 “파리대왕”을 구입해서 소장중이다. 최근에 조금씩 고전을 읽어보려고 파리대왕을 꺼냈다가, 그에 앞서 같은 작가의 “피라미드”를 먼저 접하게 되었다. 작가의 “파리대왕” 책이 워낙 평도 좋고, 고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의 책이기도 하고 오묘한 표지에 끌려 선택한 고전 “피라미드”.
이야기는 올리를 중심으로 총 3편으로 이뤄져있다. 사랑하는 상류층 여인의 약혼소식에 충격을 받은 올리는 사랑하지도 않는 하급층인 이비를 차지하려고 한다. 계급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도 못한 고통을 이비에게 풀려고 하며, 이미 이비와 만나고 있는 보비에 대한 감정때문에 더욱더 이비에게 집착하는 내용이 펼쳐진다
그 다음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공연에 대한 이야기로 공연속의 배역이 오로지 신분으로 결정되고, 그 배역에 집착하는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 이야기는 올리의 피아노 선생님인 돌리시 부인의 이야기인데, 그녀의 재산에만 관심있는 헨리때문에 상처를 받고, 몰락하는 이야기이다.
이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은 바로 영국의 계급사회이다. 계급, 신분때문에 사랑을 포기하고, 마을 축제인 공연의 배역하나를 놓고도 계급과 서열을 따지며, 진정한 사랑이 아닌 돈, 신분에 관심을 쏟고 있다.
1920년대 영국의 계급사회를 나타내고 있고, 우리나라의 역사에도 신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시절이 있었지만 비단 그런것이 과거 역사에만 있었던 것이 아닌 지금 시대의 현실감이 느껴져서 읽는내내 씁쓸하기도 했다.
본질, 본심은 잊은채로 돈, 재력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눈에 안보이는 계급을 타인에게 매겨서 비유를 맞추고, 스스로의 계급을 매겨 우월감에 사로잡혀 타인을 무시하는 지금 사회도 충분히 피라미드이다. 그 속에서 서로 눈에 안보이는 신분, 계급을 쫒고 쫒으며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작가는 이렇게 어렵거나 지루할 수도 있는 소재를 가지고, 여러가지를 충분히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잘 풀어내었다. 결말에 다가갈 수록 피라미드라는 제목의 적절함과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는듯한 어릿광대같은 표정의 표지가 참 절묘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심어린 사랑 및 본질을 쫒는 사람들은 불행하게 되었고, 철저히 계급사회를 쫒고 누리는 사람들은 성공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정작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크리스탈 피라미드”가 아닐까?
겉으로는 피라미드 형태를 하고 있고 상위층에 존재하면서 잘 있는듯이 보이지만 내부가 훤히 드러다보이는 크리스탈 피라미드를 들여다보면 피폐해진 진짜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것 말이다.
이 책을 한 단어로 말할 수 있는 “크리스탈 피라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