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책을 읽고 김숨이라는 작가에 대해 관심이 생겨 바로 “L의 운동화”는 위시책이 되었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에 쉽사리 첫 장을 넘기지 못했지만 넘기자마자 빠져들게 된 책이다.
‘민주화 운동에 가담해 시위를 하다 사망하다’ 정도가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이였다.
이한열 열사의 기념관이 있는지도 몰랐고,
최루탄에 맞아서 친구에게 부축받은 사진을 어렴풋이 본 기억이 있지만 그였는지 몰랐고,
그렇게 나이가 어린지도 몰랐다.
책을 읽기전 L의 운동화 사진을 찾아보았다.
L의 한 쪽만 남은 운동화 사진은 참 많이 훼손되어 있었고, 낡았고, 무너져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의해 낡고 무너진 것이 아닌 시위 현장에서 낡고 무너져버린 운동화 같았다.
이 책은 L의 운동화를 복원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오랜 시간을 담고 있어서 금방이라도 부서져 없어질 것 같은 운동화를 복원하기에는 만만치 않았으리라.
오래된 운동화라서가 아니라 그의 운동화라서 그 역사의 현장이 담긴 운동화라서 섣불리 건드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점점 없어져가는 역사의 흔적들, 잊혀져가는 중요한 순간들.
이 책은 그런 중요한 순간과 시간들을 담담한 듯 아닌 듯 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또 부끄러웠다.
그냥 나만 잘먹고 잘살자는 식의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닌지, 나는 얼마나 기억하며 살고 있었는지 말이다.
그 날 L의 운동화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초라하지만 그 무엇보다 값진 L의 운동화를 바라보니 아득해진다.
“한 명” 책에서도 그랬지만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매개체로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김숨 작가님이 너무 고맙고 감동이다.
가독성도 좋고, 중요한 역사의 묵직함도 있고, 울림도 있고, 생각거리도 있었던 좋은 책이다.
2016년의 마지막 책을 이 책으로 만나서 너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