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끌린 것인지, 오묘한 제목에 끌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연말이라는 분위기에 취한것인지
종말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1년내내 회색빛 눈이 내리고, 사람들은 줄지어 어딘가로 향한다.
살기 위해 어딘가로 떠나는 것같지만 정작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인지, 그곳에는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컨테이너 박스같은 곳에 남은 연인은 그 곳에서 남은 것들을 가지고 시간을 보낸다.
곧 다가올 그날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1분을 1년처럼, 때로는 1분을 그냥 1분처럼 밥을 먹고, 불을 피우고, 개를 돌보고, 이야기를 한다.
창밖으로 줄지어 어딘가로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곳곳에 죽어있는 사람들의 시체를 보면서,
잿빛 눈이 내리고, 핏빛 비가 내리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어떤 공포를 느꼈을까?
점점 모든 것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점점 하나둘씩 정지해가고 있다는 두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평범하지만 절대 평범할 수 없는 시간들이 그들을 감싸고 있다.
마지막 그 날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그 상황이 너무 두려운데
그들은 참 그 순간을 잘도 버틴다.
아니 어쩌면 포기해버린 것일까?
포기해버렸다고 하기엔 그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너무 담담하다.
그래서 더 절절하다.
무언가를 더 많이 하지도 않고, 무언가를 놓아버리지도 않는 그들의 모습이
그러면서 하나하나 마치 정리아닌 듯 정리를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점점 그들에게로 다가오는 것에 대한 긴장감을 놓치 않으면서
절절한 사랑이나 종말의 공포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가지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주고, 사람과 사랑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나는 과연 종말의 순간에, 죽음의 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마 그들처럼 사랑하는 사람들과 늘 그렇듯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표지속의 그들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끌어안은 표정과 손가락 하나하나에 온 정성과 진심이 보였다.
다 읽고나서야 더 마음에 와 닿았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날짜가 없다는 것을, 날짜가 의미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