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와 같이 자극적인 소재는 자극적인 주제로 쓰이기가 쉬운데 이 책은 어린 소년의 눈을 빌려 부드럽고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년의 눈으로 본 이 자극적이고 불편한 소재에서 비롯되는 슬픔은 분노가 없는 순수한 슬픔이기 때문에 이 책은 많은 독자들에게 오롯이 감동만을 전해 줄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안타까운 것이 오스카가 커갈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그 순수함을 지켜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것이라는 점이다. 자라면서 조금씩 더 많은 진실에 다가갈 오스카는 과연 그 분노의 대상을 어디로 목표해야 할까?
근데 이문제는 작가의 의도완 많이 빗나가는 문제이므로 제하고.
우리는 마치 마법에 걸려있는 듯이 가까운 사람일 수록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사랑을 전하지 못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전인류애적인 사랑이 퐁퐁 샘솟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엄마아빠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가 나지는 않았다. 저주에라도 걸린듯이!
하지만 괜찮다. 이 책은 ‘미래를 너무 많이 믿지 마세요, 하루를 마지막 처럼 사세요’라고 계속 이야기 해 주지만 ‘지금 당장 옆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세요’라고는 말하지 않는 책이기 때문이다. ‘어떻게’에 대한 불확실하고 주관적은 의견따위는 내놓지 않는다. 그저 타인들이 사랑보다 훨씬 더 강한 그리움에 어떻게 이기고 지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우리는 정말로 그렇다.
“결국은,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어쩌면 상실에 대한 그리움을 ‘받아들임’ 일지도 모른다. ‘왜 그때 전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도 필요없다.
그리움에 이기고 지는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듯이, 이 책에 나와있는 많은 사람들의 ‘그리움’을 보면서 그냥 나도 같이 마음아파 하다가 오스카의 천진함에 웃기도 하고 그렇게 작은 치유가 되고 그리움에 이기고 지고.
어찌해 볼 수도 없는 비극적인 우연의 연속성 안에서 그러한 필연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치유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정말 따뜻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