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빨간 비가 내리고 이어 검정 숯같은 눈이 내리더니 회색 눈이 내리고 세상에 계절은 겨울만 남고 색은 회색만 남아버립니다. 회색시(市)의 사람들은 회색눈을 못 견디고 어디론가 떠납니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떠나는 사람들은 ‘회색인’으로 불립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빙하기에 사람들은 해와 함께 영혼같은 그림자도 잃어버립니다.
레지던트 의사인 해인은 회색세상의 구둣방 컨테이너에서 그녀의 남자친구인 ‘그’와 그의 반려견인 ‘반’과 함께 살아갑니다.
p7 -179
그게 온다고 한다.
p262 – 0
그게 온다고 한다.
이 책의 장은 179부터 시작해 0으로 끝납니다. 종말의 카운트다운을 묘사한것 같습니다.
처음과 끝의 문장은 ‘그게 온다고 한다’입니다. 책 중간중간 계속 반복되는 ‘그게’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그것은 사람이나 질병이나 재앙이 아니라 ‘끝’이라는 관념 그 자체로 남았습니다.
나와 그와 반이 마주하는 끝.
다분히 감상주의적인 종말소설입니다.
뭔가… 그건 아닐것 같은 몇몇 설정과 잦은 오타가 신경쓰이지만, 저도 완벽한 독자는 아니니 넘어가렵니다.
p232
어느 순간 시계 발소리인 ‘차칵차칵차칵’이 ‘착각착각착각’으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