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떄 상장을 받아 기쁘게 뛰어 집에온 영무는 자신을 반긴 것이 아버지의 죽음이란 것에
충격을 받고 자살한 아버지의 약병을 어른이 되어서도 늘 가지고 있다. 한번도 거기서 벗어
나 본 적이 없다 . 무엇이 아버지를 집어 삼키면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지 두려워서 아무에게
도 마음을 주지 못하고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로 혼자의 시간이 가장 익숙한 상태로
살아 왔다 . 그틈으로 문득 고집스레 들어온 사람이 아내 여진이다 . 거절해도 오기로 결혼을
한 무채색의 자신에게 버거운 형광색 같은 여자. 자신이 그렇게 무채색으로 일관해도 결코
자신을 색을 잃지 않을 것 같았던 여자 그래서 한발 양보했었는지 모르겠다 . 그랬는데 그녀
가 아이를 유산하고는 몹시 흔들린다 . 저렇게 흐릿해지다 문득 창밖으로 떨어질까봐 무서워
다가서지 못하고 지켜보는 중이다 . 이런 영무의 세계는 좁다 . 일터란 우편취급소이고 같이
일하는 동료라곤 시간제 아르바이트인데 그녀는 여태껏 일해온 이들과는 좀 달랐다 . 모두들
이곳의 고요와 단조로움을 못 이겨 뛰쳐나갔다면 그녀는 그걸 잘 이겨나가는 나와 비슷한 동
질의 사람이란 걸 알아보았다 . 그리고 어머니 , 지금 꺼져가는 생명을 겨우 겨우 지탱하며
누워있는 또 영무와 여진의 이혼을 보류시켜주고 있는 어머니 . 어머니가 죽으면 희미하던
이 결혼도 그마나 뭔가 비슷하게 흉내를 내려던 것마저 내려놓는 게 되는걸까 .좀 더 열심히
갈구하고 붙잡아야 할텐데 움직이지 못하는 그 무기력과 고독의 회색지대를 절감하고 절감
하고 안타깝다 . 영무의 입장에서본 것뿐이다. 좀더 젊은 소정에게 여자인 여진에게 감정이입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들여다보면 그안에 다 있는데 나를 차지하고 구성하는 성분들이 점점이
시간들이 말이다 . 가장 많이 분포된 게 영무여서 나는 영무의 입장으로 책을 본 것 같다 .
안다 . 무척 미안하고 오려고 애쓰는 사람에게 얼마나 절망감을 주는지 , 그런데 받을 수없고
받으려 애쓰는 입장에서도 매번 절망적이라는 걸 …알까 모르겠다 . 그래서 고독하다는걸…
그런 상처를 번번이 주고 받을 수가 없으니 차라리 혼자를 택한다는 걸.. 너무 아픈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