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숲을 기어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늪지대가 나타나면은
악어때가 나올라 악어때~
이건 내가 어릴 때 동네친구들과 부르던 동요였다 .
그 친구들이 유치원에서 율동과 함께 배워 온건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꽤나 노래가 무섭잖아~ 생각했었던것 같다.
악어란 일단 본 적이 없었고 그 당시엔 ㅡ 늪이란 것도 그 정체가
모호했으니 ㅡ막연하게 무서운 거였다 .
귀신이나 도깨비보다 ㅡ이 노래가 주는 정체모를 불안감이 마지막에
친구들이 왁~ 하고 악어떼 ~할때 달려들는 부분에서 더 압도적이곤
했다 . 나는 워낙 겁이라는게 없었는데 희미하게 이건 뭔가 불합리해.
속으로 생각했던것 같다 . 어쩐지 억울했달까 ..귀신도 도께비도 밤의
무덤가도 공동묘지도 두렵지 않은 내가 이런 악어떼라는 노래에 늪이
라는 노래따위에 불안하다니… 알 수 없으니 그랬던 건데 그건 나중에
엘리게이터라는 영화를 보며 그 녀석을 변기에 넣고 그게 지하에서 거
대 괴생물체로 진화인지 퇴화인지로 알수없이 나타날때 역시 그랬었다
그러니 보면 나는 상식이란 선에서 보호받지 못하거나 혹은 내 인식의
이해선 안에서 형용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불안해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게 보통의 인간이 가진 반응인지 ㅡ내가 유난한건지 모르겠지만 ㅡ
암튼 작가의 이 소설은 어쩐지 저 동요를 떠오르게 한다 . 정글과 숲과
우리세대쯤이면 알 이상한 나라의 폴 ㅡ미나 대신 요나 ㅡ 달 대신 루
그림자와 눈깜박이 악어라고 불리지만 어엿한 현지인들 , 폴은 악당이
기도 하다. 세금을 못낼만큼 가난하다고 학살과 툭하면 사고를 위장해
주민들을 한구역에 몰아 죽이기도 하니까,
요나는 고래 뱃속에 들어갔던 인물이기도 하지않나? 또 어디 나왔지..?
이야기는 이야기 속에서 모티프는 또다른 모티프를 , 이 얘긴 단지
주인공 설정만 한국인 이라는것 . 미드를 보다 한국 드라마보면 신선
한 뭐 그런 기분 …암튼 얘기는 쑥쑥 잘 읽힌다 .빠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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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걸 어긋나게 만든 최초의 지점 , 그 지점을 찾아 요나는 머릿속을
더듬는다 . 그러나 결국 지금은 수많은 순간들의 연속이다 . 끊어진 지
점 따위는 찾을 수 없다 . 이건 내 역할이 아니라고 그렇게 중얼거리다
가 , 요나는 그 억울함 끝에 설명할 수 없는 안도의 감정을 만난다 . 자
기 대신 럭이 살 수 있다면 , 그렇다면 조금은 다행이지 않을까 하는 ,
스스로 그렇게 믿지 않았던 감정의 굴곡 위로 지금 요나는 흘러간다 .
눈꺼풀이 반쯤 감긴다 . 이국과 모국 사이에서 지금 요나의 눈꺼풀은
모호한 의사표시를 하고있다 . 돌아갈 준비가 되었으니 내 안의 흔적들
을 치워 달라는 뜻일까 , 아니면 아직 잠이 덜 깨었으니 모른 척 해 달라
는 뜻일까 .
요나는 힘을 주어 끔뻑, 두 눈을 감았다 떴다 . 모래바람이 요나의 볼 위
로 불었다 . 악어 75는 그렇게 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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