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좇다보니 이럴 때일수록 더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받는 북클럽 에디션인데 택배가 와있어서 놀랐어요. 깜짝 선물 같아서 기분 좋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로 마음이 힘들었는데, 요시모토 바나나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좇다보니 이럴 때일수록 더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았던 구절 공유할께요 🙂

 

눈과 눈이 마주칠 때, 살아 있는 것은 똑바로 이쪽을 쳐다본다. 동그란 눈과 확실하게 눈이 마주친다. 서로를 들여다볼 때, 거기에는 두 개의 영혼이 있다. 그쪽과 이쪽이 한순간 하나의 창문이 된다. 이렇게 다른 곳에 살고 있는데, 크기도 전혀 다르고, 상대의 세계에서는 숨조차 쉴 수 없는데, 서로 쳐다보고 인정한다. 어떤 섭리로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조그만 몸으로 많은 것을 감당하고 있는 하지메의 모습은, 언제나 몸 하나는 튼튼해서 여기저기 상처를 내면서도 이 동네에서 뛰놀며 자란 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섬세함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메는 피가 머리로 쏠린 것처럼 머리가 유난히 무거워 보이고, 다리는 가녀려서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았다.

 

“바다의 뚜껑.”

“제목이 이상히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계속 잠을 못 잤는데, 이 곡만 유달리 귀에 익어서 자장가가되고 말았어. 지금도 들으면 차분해지니까, 혹시나 싶을 때를 위해 가져왔어. 바다의 노래라서, 실제로 해변에서 들어 보는 게 이 여름에 내가 유일하게 하고 싶었던 일이야.”

 

얼음은 녹아 금방 없어지는 것이라. 나는 늘 아름다운 한때를 팔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순간의 꿈. 그것은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어린아이도 나이 지긋한 어른도 다들 신기해하는, 이내 사라지는 비눗방울 같은 한때였다.

그 느낌을 정말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