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이라는 내 입장에서는 거창한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10인의 책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들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아직 접해보지 못한 책도 있고, 내 인생을 바꾼다거나 0.5cm정도로 살짝 비껴가게 할 만큼의 책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단지 책에 대한 이야기일뿐이었다면 그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그 인터뷰의 주제가 더구나 ‘책’이라면 더 관심이 가지 않을수가 없다. 탐독은 “인간에게 존엄을 선물하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만들어주는’ 책에 대한, 그 중에서도 나를 바꾼 책, 내가 바꾼 삶이라는 주제로 작가, 사회학자, 무용가, 영화감독, 음식연구가에 이르기까지 10명과의 인터뷰를 한 권으로 엮어낸 책이다.
사실 이 책에 그리 큰 관심은 없었는데 목록에서 인터뷰이를 보고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해 알고 싶기도 했고, 그들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준 책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유명한 작가들이 많았기에 반 이상의 인터뷰이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고 단순히 작가로서만 알고 있었던 그 이면의 모습을 알게 되기도 해서 더 좋았다. 그 사람에 대해, 그 사람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책’에 대한 이해는 좀 더 깊어진듯한 느낌이 들어 이 책을 읽은 후 기분이 좋아졌다.
내게 있어서 책은 김중혁 작가가 이야기했듯이 나의 삶을 변화시키거나 삶의 궤도를 변화시켜버린다기보다는 지금의 위치에서 0.5cm정도는 슬그머니 옮겨가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움베르토 에코의 종이책의 불멸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촬영한 다큐멘터리의 내용이다. 종이책과 킨들을 루브르 박물관의 2층 난간에서 집어 던졌을 때 종이책은 조금 구겨졌을 뿐이지만 전자책리더 킨들은 완전히 박살이 났다. 겉보기에는 우스꽝스럽지만 실제로 진실을 담고 있기도 하다는 움베르토 에코의 이야기는 정말 의미심장했다.
그리 어렵지 않게 10명의 유명인들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때로는 가볍게 책을 쓱쓱 읽어나갔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인간에게 존엄을 주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만들어주는’ 책에 대해 나 역시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그 시작은 멍때리고 앉아있다가 문득, 이 수많은 책들 중에 딱 한권을 끄집어 내어 읽어야만 한다면 나는 과연 어떤 책을 고를까 고민해보게 되면서이다. 그 고민이 깊어지면 내 삶의 모습을 변화시킨 책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제 나의 책 이야기를 해볼수도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