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 옮김 이세진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5년 9월 21일
ISBN: 978-89-374-7014-1
패키지: 반양장 · 176쪽
가격: 14,000원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혁신 아이콘
스트라빈스키의 하버드대학교 화제의 강의
예술가에게 ‘창조적 상상력’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혁신은 전통과 함께 갈 때에만 생산적일 수 있다.” ―스트라빈스키
“스트라빈스키는 독창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질서를 찾았다.” ―피터 게이
스물아홉 살에 「불새」, 서른한 살에 「봄의 제전」으로 파리 음악계를 발칵 뒤집고, 노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변신으로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혁신 아이콘이 된 스트라빈스키, 그가 ‘전적인 새로움’과 ‘완전한 형식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의 독창적인 ‘창조적 상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음악의 거장은 “전통이 창조의 연속성을 보장한다.”고 강조한다. “예술은 통제될수록 더욱 자유롭다.”
『음악의 시학』은 창작인의 역할에 대해 스트라빈스키가 직접 남긴 소중한 기록이자, 또한 모차르트,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등 대작곡가들의 음악 세계를 들려주는 흥미로운 산문이기도 하다.
1 음악적 고백록
2 시간 예술로서의 음악
3 작곡가의 창조적인 상상
4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의 역할
5 러시아 음악의 혁신들
6 연주와 해석의 차이
에필로그
우리 시대의 거장(조지 세페리스)
“창조 능력은 결코 저 혼자 뚝 떨어져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 능력은 늘 관찰의 재능과 함께하지요. 그리고 진정한 창작인에게는 늘 자기 주변에서, 가장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것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는 요소들을 발견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본문에서
■ 올바른 판단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크고 깊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인문학 붐 혹은 인문학 타령이 10년도 넘었다. 우리는 왜 아직도 인문학에 갈증을 느끼는가? 인문학 입문서와 인문 자기계발서 시대를 지나, 인문학 깊이 읽기에 목마른 독자는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인문학 고전을 직접 읽어야 할 때다. 무늬만 인문학임을 벗어나려면, 천년, 백년의 역사를 뚫고 살아남은 고전이 주는 깊은 감동과 울림을 직접 경험해야 한다. 더 높은 비상을 위해 깊이 웅크리는 자세가 필요하듯, 삶에서 인문학의 열매가 맺으려면 오랜 시간 거장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에 겉핥기식 인문 공부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좀 더 멀리 비춰 줄 등대, 보다 근원적인 창조적 사고가 필요하다. 그래서 과학기술과 사고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온 예술을 인문학의 중요한 분야로 흡수하고자 한다. ‘민음 생각’ 시리즈는 인문학을 ‘문사철(文史哲)’로 규정하던 전통에서 ‘예술’을 적극 흡수하여 ‘문예철(文藝哲)’로 구성하였다. 그 첫 번째 시도로 엘리엇 등 당대 쟁쟁한 문학가들만 강의했던 하버드대학교 시학 연단에 음악가로서는 처음 섰던 스트라빈스키의 화제의 강의이자 음대 필독서였던 『음악의 시학』을 소개한다. 독자는 스트라빈스키의 유명한 창의력 강의를 통해 독창성은 바로 고전에서 비롯됨을 알게 될 것이다.
■ 비극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음악에는 스트라빈스키의 시학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봄의 제전」은 모두 큰 변화들로 점철된 시대에 나온 작품들이다. 그 변화들은 많은 이들을 혼란에 빠뜨렸지만 결국 기존의 것들을 밀어내고 ‘대작’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봄의 제전」은 그 파격적인 음악으로 인해 초연 무대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으며, 그 역사적 장면은 영화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에 잘 고증되어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파격적인 작곡가로 알려진 스트라빈스키는 창작에 있어서 전통을 강조한다.
브람스는 베토벤의 옷가지에서 무엇 하나 빌려가지 않고도 베토벤의 전통을 따랐습니다. “우리는 새것을 만들기 위해서 전통을 회복하는 것이다.” 전통은 창조의 연속성을 보장해 줍니다.
창작인의 역할은 그가 받아들인 요소들을 체로 거르는 것입니다. 예술은 통제되고 제한되고 수고가 가해질수록 더욱더 자유롭습니다.
조건 없는 자유가 나를 불안에 빠뜨리더라도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늘 구체적인 것들에 직접 호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트라빈스키의 시학은 영감을 주는 “디오니소스적인 요소들에 취하기 전에 일단 그것들을 제대로 길들이기”를 강조한다. 또한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의 목적은 결국 “인간이 자기 이웃과, 나아가 존재와 화합하고 함께 영적 교감에 이르도록 돕는 데 있다.”라고 말한다.
그래도 나는 내 안에 더 많은 음악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나는 내어주어야만 합니다. 순전히 받기만 하는 삶을 살 순 없잖아요.
■ 음악의 거장이 직접 말하는 선배 거장의 음악 세계
『음악의 시학』은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스트라빈스키가 직접 음악의 거장들의 음악 세계를 들려주는 매우 보기 드문 텍스트이기도 하다. 스트라빈스키는 특히 바그너와 베르디를 비교하는 대목은 흥미롭다.
나는 베르디의 「여자의 마음」의 아리아에 반지 3부작의 수사학과 노호(怒號)보다 더욱더 진정한 창의성과 실체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바그너의 악극은 지속적인 과장을 드러냅니다. 베르디의 작품 도처에는 겸허하면서도 귀족적인 창의성이 빛납니다.
대담함으로 정복한 바를 온전히 누리고 싶다면, 그러한 대담함이 한 점 그늘 없는 빛 속에서 작용하기를 바라야 합니다. 대담함의 자리를 가로채려는 온갖 도용을 고발하는 것이 곧 대담함을 드높이는 작업입니다. 쓸데없는 과장은 모든 소재를 망칩니다.
스트라빈스키는 특히 모차르트와 하이든이 전통 위에 자신만의 독창성으로 기적을 이룸으로써 또 다른 전통을 만들어 낸 거장들이라고 평한다. 한편 스트라빈스키는 림스키코르사코프에게서 작곡 공부를 시작했지만 자신의 스승이 가장 싫어했던 차이코프스키를 평생 존경했다. 이 밖에 스트라빈스키는 작곡가의 의도와 연주자의 해석 사이의 긴장에 대해서도 말한다. 예를 들어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작곡가가 서른다섯 명에 불과한 합창으로 의도된 작품을 오늘날 수백 명의 연주자를 동원하는 일은 ‘교만’이자 ‘욕심’이라고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