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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원 2


첨부파일


서지 정보

부제: 요석 그리고 원효

김선우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5년 5월 25일

ISBN: 978-89-374-3180-7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332쪽

가격: 13,000원

분야 한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때로는 손에 땀을 쥐게, 때로는 안타까움에 탄식하게, 때로는 섹시한 떨림을 주며, 때로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정말로 근사하게 『발원』은 우리 마음에 수많은 색깔의 파문을 만들어 낸다.”—강신주(철학자)

한 세상을 발원하고 한 여자를 사랑한 원효
한 시대를 이겨내고 한 남자를 은애한 요석
단아한 문장과 화려한 전개로 다시 태어나는 서라벌
원효의 사상과 사랑을 오롯이 담은 독존적 소설!

김선우 장편소설 『발원—요석 그리고 원효』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시인이자 날카로운 산문가 그리고 통찰력 있는 소설가이기도 한 작가 김선우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발원』은 원효와 요석의 사랑 그리고 당시 신라의 사회상과 원효의 사상을 공중제비를 도는 주령구처럼 균형감 있게 다루고 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선우 특유의 유려하고 맵시 있는 문장은 소설의 읽는 맛을 더해 주며,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와 영화적 상상력은 당시 서라벌을 눈앞에 온전히 펼쳐 놓는다. 왕이나 귀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주인이 되는 불국토를 꿈꾸었던 원효, 그리고 요석. 소설을 읽은 독자는 원효와 요석이 나눈 1400년 전의 사랑을 통해 지금 우리 시대의 갈등과 번뇌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이처럼 『발원』은 작가 스스로 밝히는 것처럼 다른 여지가 없을 만큼 김선우가 써야 할 이야기였고, 오로지 김선우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였으며, 김선우가 기어코 해낸 이야기인 것이다.


목차

4부 선덕여왕과 혜공의 죽음

5부 의상을 떠나 다시 아비규환으로

6부 보현랑, 그 애절한 사랑

7부 발원, 지지 않을 꽃을 위하여

660년 압량주

해제|소설가의 데뷔 기회를 박탈당한 철학자의 행복한 넋두리
왜 나는 원효를 다룬 소설 쓰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가?_ 강신주

작가의 말


편집자 리뷰

■ 다시 살아난 원효, 다시 깨어난 서라벌

원효의 일대기는 후대의 필요에 따라 각색되거나 축소, 과장되었고 이 또한 그 수가 많지 않다. 때문에 원효의 삶은 우리에게 피상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 김선우는 시인 특유의 유려한 문장과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로 역사 속 인물 원효를 우리 곁에 인간 원효로 탈바꿈시킨다. 또한 원효의 그림자처럼 남아 있는 요석 공주 또한 주변부 인물이 아닌, 운명에 맞서는 당당한 여성으로 그려 낸다.
작가의 손끝에서 원효와 요석은 오랜 전쟁과 지배층의 수탈로 인해 도탄에 빠진 백성을 위하는 ‘부처의 마음’과 존재와 존재로서 서로를 사랑으로 구원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함께 지닌 입체적 인물로 생생하게 살아난다. 선덕여왕과 김춘추, 의상 등의 실존 인물과 작가에 의해 탄생한 여러 인물이 서라벌을 배경으로 작가의 문장에 걸음을 맞춘다. 그들의 걸음은 간혹 비장하고도 경쾌한 춤과 같아서, 책장을 넘기는 박자를 가볍게 한다.
인물뿐만 아니라 공간 또한 『발원』의 세계관 안에서 다시 탄탄한 생명력을 얻는다. 황룡사와 분황사, 첨성대와 같은 실제 배경뿐만 아니라, 아미타림 등의 상상적 공간까지도 원효와 요석의 궤적에 의해 신라인의 숨결이 묻어 있는 왕경, 즉 서라벌로 다시 구성되고 일어선다. 『발원』을 읽는 것은 신라 시대를 살아 내는 것이며, 원효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다.

 
■ 혼탁한 세상에 온몸으로 스미는 소설, 모두가 부처인 세계를 발원하다

이렇게 소설『발원』을 통해 살아난 원효와 요석 그리고 서라벌은 끝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진짜 부처는 어디에 있는가. 백성의 고통은 정녕 멈출 수 있는가. 진실된 사랑을 이룰 수 있는가. 원효는 “막히고 갈라져 서로 대립하는 세계에서 벗어나 모든 것이 상호 의존하는 세계로, 한 몸처럼 세상과 만나는 세계로 돌아오”길 촉구한다. 우리는 부처이자 곧 중생이고, 타인의 고통은 곧 나의 고통이기도 하며, 당신의 사랑은 즉 나의 사랑이다. 철학자 강신주는 작품 해제에 이렇게 쓴다.

“왕이나 귀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주인이 되는 불국토를 꿈꾸었던 원효, 사랑과 자비는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걸 내어 주어야 한다는 걸 알았던 원효. 김선우 작가는 너무나 근사하게 매력적인 드라마를 만든 것이다. 어느 육두품 출신 영민했던 소년이 어떻게 우리가 알던 바로 그 어여쁜 원효가 되어 가는지, 요석이 원효에게 어떤 인연의 여인네였는지, 진정한 자비는 국가와는 무관하게 중생들 마음 하나하나를 보듬어 주어야 하는 것 아닌지, 때로는 손에 땀을 쥐게, 때로는 안타까움에 탄식하게, 때로는 섹시한 떨림을 주며, 때로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정말로 근사하게 『발원』은 우리 마음에 수많은 색깔의 파문을 만들어 낸다.”

김선우의 『발원』은 원효와 요석 그리고 신라의 수많은 민초들을 비추는 유리창이자 지금 우리 시대의 오래된 청동거울이기도 하다. 『발원』을 통해 되돌아본 우리 모습 뒤로, 우리는 어떤 간절한 발원을 올릴 수 있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소설은 이미 당신에게 스며 들어간 후일 테다. 이렇듯 『발원』은 우리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인물의 삶을 통해 오래되고 동시에 새로운 호소를 독자에게 설파하는 참이다. 우리는 혼탁한 세상에 온몸으로 스미는 이 소설에 귀를 기울여 설복당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 해제에서

20년 전 대학원 시절부터 소망했던 나의 꿈, 언젠가 원효에 대한 근사한 소설을 쓰리라는 꿈을 이제 나는 접을 것이다. 이건 모두 김선우의 소설 『발원』 때문이다. 나는 그냥 『발원』에 빠져들고 만 것이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나는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 때로는 손에 땀을 쥐게, 때로는 안타까움에 탄식하게, 때로는 섹시한 떨림을 주며, 때로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정말로 근사하게 『발원』은 우리 마음에 수많은 색깔의 파문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일까, 『발원』을 읽은 뒤 나는 그만 김선우 작가에게 설복당하고 말았다.—강신주(철학자)

 
■ 본문에서

여왕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요석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눈물을 흘리며 요석이 여왕 가까이로가 손을 잡았다. 여왕의 손은 이미 싸늘했다.
“그를…… 은애하느냐?”
여왕이 요석에게 물었다. 요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눈물만 흘리며 여왕을 바라보았다.
“부질없다……. 모든 것이. 석아, 너는 궁을 떠나 살거라. 너는…… 사랑을 이루거라.”
그것은 여왕의 유언이나 다름없었다. 궁을 떠나 살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요석에게 대신 이루라고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2권 57쪽

꿈속의 원효가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토굴 밖으로 기어나왔습니다. 그리고 덩실덩실 춤을 추더군요. 자유로운 새 같고 도약하려는 호랑이 같고 우듬지로 햇빛을 뿜어 올리는 장대한 나무 같은 기개였습니다.
“오, 마음이 두려움을 여의었구나. 마음이랄 것도 없구나. 생사와 열반이 둘이 아님을 알겠다. 오오, 두려운 것이 없고 원하는 것도 없다. 마음이여, 내 다리를 붙들고 떼쓰지 마라. 나는 자유다!” —2권 138~139쪽

그 뜻은 광대하되 말의 집중력은 예리한 화살촉처럼 좌중을 꿰뚫으며 명사수의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담장 밖에 매달린 백성들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인 채로 원효의 맑고 우렁찬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환호했고, 경내의 귀족들과 백고좌 법석에 앉은 승려들은 원효가 사용하는 언어의 정확하고도 고도로 수련된 표현에 전율했다. —2권 213쪽

야유와 함께 돌이 두어 개 더 날아들었다. 설마 하던 백성들이 조금씩 깃발 아래로 모여들며 원효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져 갔다. 더 많은 돌팔매가 원효와 요석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무리 가장자리로 물러나 발을 구르며 원효를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소수였다. 돌팔매가 점점 심해지고, 차마 원효를 비난할 수 없는 소수의 사람들은 비두골을 빠져나갔다. 국가의 대업인 성전에 반대해 온 원효의 파계행을 임금에게 고해 능지처참시켜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난폭해졌다. 요석을 안은 원효를 다시 휘소가 방어하며 돌팔매를 막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2권 246쪽

몸이 영혼과 다르지 않았다. 불일불이했다. 원효의 몸은 원효의 영혼이었다. 사랑해 주십시오. 다 가지겠습니다. 지난 세월과 앞으로의 세월까지 모두 이 밤에 가지겠습니다. 이 순간이 저의 영원입니다. 폭풍우가 몰아쳐 오듯 격렬히 원효에게 내달려 오는 요석을 껴안으며 원효는 온몸, 온 마음으로 요석에게 화답했다. 영혼이라 일컬을 수 있는 시공의 모든 인연들이 요석의 몸과 함께 새로워졌다. 처음 만나는 밤이었고 사람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천수만 년 거듭 만나 온 밤이기도 했다. 길고 긴 입맞춤이 이어졌다. —2권 251쪽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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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197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1996년 《창작과비평》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 『캔들 플라워』, 『물의 연인들』과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가 있다. 청소년 소설 『희망을 부르는 소녀 바리』, 산문집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의 사물들』, 『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우리 말고 또 누가 이 밥그릇에 누웠을까』,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그 외 다수의 시해설서가 있다. 현대문학상과 천상병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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