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시작

서유미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5년 1월 9일 | ISBN 978-89-374-7306-7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180쪽 | 가격 14,000원

책소개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으로

따뜻하고 믿음직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 서유미

 

이별, 상실, 공허……. 저마다의 끝에서 상처받은 사람들과

그들을 위로하듯 다시, 또다시 자라나는 삶의 재생력

 

▶“베인 상처 위에 붙일 수 있는 밴드 같은 소설” -이승우(소설가)

“그 어느 때보다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을 내재하고 있는 듯 보이는 이 소설은

차가운 자본주의 질서, 세속의 풍경을 신랄하게 묘사해 왔던 서유미의 소설 세계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 -강지희(문학평론가)

편집자 리뷰

서유미 장편소설 『끝의 시작』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로 출간되었다. ‘오늘의 젊은 작가’는 기존의 장․단편으로 구분되어 있는 경직된 소설 흐름에서 탈피하고자 500매 내외 분량을 시리즈화한‘민음 경장편’의 새로운 이름으로, 신선하고 다양한 문학을 시도하는 신인 작가들 위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 시리즈다. 『끝의 시작』은 조해진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오현종 『달고 차가운』․ 윤고은 『밤의 여행자들』․ 이장욱 『천국보다 낯선』, 박솔뫼 『도시의 시간』에 이어 여섯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작가상을, 『쿨하게 한걸음』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한 서유미는 『판타스틱 개미지옥』에서 강렬한 사회의식과 독특한 이야기 전개로 우리 시대의 인간 군상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출간된 『쿨하게 한걸음』으로는 삼십대 여성들의 지치고 불안한 내면과 욕망을 섬세하게 성찰하면서도 냉소 대신 애정과 공감의 시선을 견지하며 특유의 건강함을 보여 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소설집 『당분간 인간』에 이르러 더욱 깊어진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생에 대한 신뢰를 보여 준 작가는 서유미식 소설에 대한 기대와 함께 ‘서유미 독자’를 형성하며 작가 서유미를 고단한 현실을 위로하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이야기를 쓰는 대표적인 작가로 만들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끝의 시작』은 기존의 작품들에 강했던 세태 반영적 성격이 줄어들고 보통 사람들이 한두 번씩은 다 경험하는 이별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그것들이 극복되는 예민하고 섬세하고 신성하기까지 한 과정을 특유의 서사성과 서정성 짙은 슬프고 담백한 이야기로 표현했다. 벚꽃이 시작되는 4월부터 꽃 진 자리를 연잎이 대신하는 5월이 시작되기까지 한 달 동안, 영무 ․ 여진 ․ 소정 세 사람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생의 고비를 넘는다.

시한부 환자인 어머니를 돌보는 중 결혼 생활의 위기를 맞은 영무, 영무가 일하는 우편 취급국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며 취직도 연애도 난항을 겪고 있는 소정, 영무와 결혼 생활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열두 살 어린 남자에게 빠져든 그의 아내 여진. 각자의 ‘끝’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의 상실과 공허가 다중 시점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삶의 진창을 구원하는 눈부신 재생의 순간이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소진된 사랑과 소진된 열정을 구원하는 

  가장 낮고 평범한 곳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예찬

영무는 말기 암 환자인 엄마의 마지막 나날을 돌보던 중 아내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는다. 우편 취급국에서 영무와 함께 일하는 임시 직원 소정은 대학 졸업 후 막막하고 암울한 시간을 견디던 중 자신의 가난을 어색해하는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진다. 열두 살 아래 남자에게 빠져들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가슴이 뛰는 걸 느끼는 여진은 무미건조한 관계를 지속해 나가던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한다. 저마다 소진된 사랑과 소진된 열정으로 지쳐 있는 이들과 달리 삶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목숨을 갈망하는 인물, 영무의 엄마.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생에 대한 강한 의지와 무관하게 속수무책으로 죽어 가고 있다. 영무 엄마의 몸이 죽어 가는 동안 만개했던 벚꽃이 피었다 지고 봄꽃같이 화사했던 소정과 진수의 사랑의 꽃잎도 떨어진다. 소박하지만 보기 좋았던 영무와 여진의 사랑도 마찬가지. 하지만 인생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이야기도 소진된 채 끝나지 않는다. 꽃이 진 자리를 녹음이 대신하듯 그들의 상처에도 새살이 돋아난다.

 

추천의 말

‘베인 상처 위에 붙일 수 있는 밴드’ 같은 소설이다. 베인 상처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곳에 상처가 있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붙이는 것이 밴드이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밴드 붙인 자리에서 상처를 보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투병 중인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이혼을 유예당한 중년 남자. 그리고 가난이 피부처럼 친숙한 20대의 젊은 여자. 서유미의 인물들은 가난하지만 착하고 힘들게 살지만 순하다.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 인물들(이를테면 아내의 애인이나 여자의 남자 친구)조차 독한 데가 없다. 이 소설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비참한 현실을 폭로하거나 가난이 세습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비판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어떤 점에서 그것은 쉬운 일이다.) 이들이 남을 안심시키려고 지어 보이는 어색하고 쓸쓸한 웃음에 주목하게 한다. 세심하고 숭고하고 치열하기까지 한 웃음이다. 싸우지 않는다고 이들을 나무랄 수 없다. 「당분간 인간」의 작가가 붙여 놓은 밴드 같은 것을 통해 우리는 이들의, 어쩌면 우리의 상처를 보고, 그리고 안도한다. 이들에게는 언젠가 갈(가고야 말) ‘우유니 사막’이 있고, 예정된 죽음 앞에서도 손톱과 발톱에 바를 매니큐어가 아직(아마 계속) 있고, 그리고 봄꽃 같은 연애가 있다. 베인 자리에 붙인 한 장의 밴드가 상처를 곧바로 아물게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러나 ‘밴드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한가.’

-이승우(소설가)

 

■ 발췌

“여진을 본 엄마는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너도 알지?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혼자서 영무 어떻게 키웠는지 알지? 얼마 전에 일 그만두고 노인 대학 등록했는데. 엄마는 한참 동안 말과 뒤섞인 울음을 토해 냈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못해 봤다. 아무것도. 너무해, 와 아무것도, 를 반복하며 엄마는 오열했다.” -23쪽

“죽음을 잊고 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일지 몰라도 시선이 삶 쪽에 고정되어 있다는 건 축복일 것이다.” -32쪽

“그리고 영무의 마음도 배신이나 상처, 어느 쪽으로도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뜨거움이라면 탁자 위에 높인 죽 쪽의 온도가 훨씬 높았다. 그의 내부에서 잔잔하게 요동치는 건 상실감이었다.” -33쪽

“부자라고 다 같은 부조가 아니라 다양한 특징과 세부 사항에 따라 등급이 나뉘듯 가난한 사람들도 제각각의 방식으로 가난했다. 왜 1년은커녕 6개월조차 온전히 자신에게 투자할 수 없는지 말로 풀어 설명하기란 쉽지 않았다. -38쪽

“이혼이라는 단어는 불시에 찌르고 돌아왔다. 잘 벼린 칼날처럼 날카로웠지만 아픔보다 놀라움 때문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27쪽

“진수와의 결혼을 생각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될 거라는, 그 삶이 자신을 다른 곳으로 데려다 줄 거라는 기대 때문에 설렜다. 그런데 해가 바뀐 뒤로 진수는 부모님이 반대해도 상관없어, 그분들이 널 잘 몰라서 그러는 거야, 라는 말을 자주 했다.” -53쪽

“진수에게서는 밤이 깊도록 연락이 없었다. 어떤 사랑은 쉽게 변질되고 어떤 사랑은 쉽게 바닥을 드러내고 어떤 사랑은 흐지부지 막을 내린다. 그래도 그 모든 걸 사랑이라고 불러야겠지.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 -137쪽

목차

1부

2부

작가의 말

작가 소개

서유미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작가상을, 『쿨하게 한걸음』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당분간 인간』과 장편소설 『당신의 몬스터』가 있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5년 1월 28일 | 최종 업데이트 2015년 1월 28일

ISBN 978-89-374-7346-3 | 가격 9,100원

소진된 사랑과 소진된 열정을 구원하는 가장 낮고 평범한 곳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예찬

영무는 말기 암 환자인 엄마의 마지막 나날을 돌보던 중 아내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는다. 우편 취급국에서 영무와 함께 일하는 임시 직원 소정은 대학 졸업 후 막막하고 암울한 시간을 견디던 중 자신의 가난을 어색해하는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진다. 열두 살 아래 남자에게 빠져들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가슴이 뛰는 걸 느끼는 여진은 무미건조한 관계를 지속해 나가던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한다. 저마다 소진된 사랑과 소진된 열정으로 지쳐 있는 이들과 달리 삶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목숨을 갈망하는 인물, 영무의 엄마.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생에 대한 강한 의지와 무관하게 속수무책으로 죽어 가고 있다. 영무 엄마의 몸이 죽어 가는 동안 만개했던 벚꽃이 피었다 지고 봄꽃같이 화사했던 소정과 진수의 사랑의 꽃잎도 떨어진다. 소박하지만 보기 좋았던 영무와 여진의 사랑도 마찬가지. 하지만 인생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이야기도 소진된 채 끝나지 않는다. 꽃이 진 자리를 녹음이 대신하듯 그들의 상처에도 새살이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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