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4년 11월 28일
ISBN: 978-89-374-4161-5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5x210 · 292쪽
가격: 12,000원
분야 한국문학 단행본
“검을 잡기 전엔 무엇을 하셨는지요?”
조선의 밤을 지배한 검계
그 검계를 지배한 단 한 남자의 이야기
권력의 본질을 파헤치는 타락과 욕망의 이중주
소설가 김탁환과 기획자 이원태가 결성한 창작 집단 ‘원탁’의 첫 번째 장편소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이 출간되었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은 무블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무블(movel)은 영화(movie)와 소설(novel)을 합한 조어로 영화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영화로 이야기의 변화무쌍을 지향하는 시리즈이다. 이 소설은 기존의 한국 소설이 보여 주지 못했던 긴박하고 장쾌한 전개와 생생한 캐릭터 묘사로 이야기의 힘을 스스로 증명한다. 또한 출간과 동시에 영화로도 제작이 확정되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소설은 조선의 밤을 지배한 ‘검계’를 둘러싼 폭력과 그들과 결탁하는 검은 세력의 아귀다툼을 그린다. 현대 사회의 마피아나 조직폭력배와 다름없는 검계를 두고 일어나는 사건들은 특정한 시대나 역사적 사실과는 별개로 지금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간결하면서도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각자가 가진 욕망의 프리즘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거나 혹은 전복시킨다. 면밀하게 전개되는 심리전과 반전은 자금까지의 한국 소설이 쉽게 보여 주지 못했던 기민한 서사이자 민첩한 문장에서 기인한다.
소설은 조선 시대의 누아르를 통해 시대가 파멸되는 과정을 냉철하게 그린다. 또한 인간이 짐승이 되어 가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소중한 이를 잃고 자신의 목숨마저 내놓을 뻔했던 나용주는 여러 차례 탈을 바꿔 쓰며 거대한 적들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겨눈다. 그의 복수는 성공할 것인가? 성공한다고 해서 좋은 세상이 올 것인가? 누아르는 정답을 말하는 장르가 아니다. 악(惡)을 악(惡)으로 응징한 국가 권력은 새로운 악(惡)을 계속해서 낳을 것이다. 그것이,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이 건네는 유일한 답이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 9
작가의 말 – 283
소설가 김탁환과 기획자 이원태의 유쾌한 만남, ‘원탁’
그들의 첫 번째 프로젝트 –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했던가. 신음하는 이들에게 곁을 내주며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가겠다.”
“세월은 빠르고 손은 더디니 부지런히 원탁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일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불멸의 이순신』,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방각본 살인사건』 등을 통해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연 소설가 김탁환과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아름다운 TV 얼굴」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 연출하고 영화 「오싹한 연애」를 제작한 기획자 이원태는 동갑내기 친구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이야기꾼이다. 둘은 10년 전부터 의기투합하여 「노서아가비」, 「뱅크」, 「조선 마술사」 등의 이야기를 만들어 왔다. ‘원탁’은 두 작가의 오랜 호흡을 보다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작업으로 작품화하기 위해 결성한 창작 집단이다.
‘원탁’은 두 사람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와 작명한 것이다. 동그란 탁자에 마주 앉아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다루며 즐기는 두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면 ‘원탁’의 의도와 목적을 잘 파악한 셈이다. 그들은 목동의 어느 평범한 오피스텔에 작업실을 얻었다. 그리고 각자 책상에 앉아 상상하고 구상한다. 그렇게 구상된 이야기를 머리를 맞대고 쓰며 고친다. 다채로운 공간과 숱한 시간이 그들의 머리와 손끝에서 만들어지고 다듬어져 구축될 것이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은 ‘원탁’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상에 선보이는 장편소설이자, 원탁의 본격적이며 전략적인 행보의 묵직한 첫걸음이다. 출간과 동시에 영화화가 확정되어, 독자는 후에 제작될 영화와 소설을 비교해 보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에 뒤이어 『조선 마술사』 등 여러 이야기가 원탁의 광맥에서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대기 중이다.
무블(movel) = 무비(movie) + 노블(novel)
영화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영화로 이야기의 변화무쌍을 지향한다
“그제야 나는 이 무리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왼쪽 날갯죽지에 단검으로 표식을 넣어 동류임을 나타내는 사내들. 나랏법으로 금하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우는 악한들. 바로 검계였다.”
-30쪽
무블(movel)은 영화(movie)와 소설(novel)의 합성어로 소설과 영화의 경계를 이야기의 힘으로 넘나들고자 하는 시도이다. 영화「조선 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원작자이기도 한 김탁환 작가는 단순히 원작을 제공하는 한정된 소설가로서의 역할이 아닌, 콘텐츠 전체를 조망하는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자임하고자 한다. 여기에 연출가이자 기획자인 이원태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영화가 될 수 있는 빼어난 이야기를 책으로 써내는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성과가 바로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이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은 근래에 보기 드문 빠른 전개와 장쾌한 문장으로 페이지마다 영화의 각기 다른 시퀀스를 보는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검계의 수장으로 성장하는 나용주와 검계를 척결하려는 충직한 신하, 새 세상을 위해서라면 어떤 세력과도 손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 왕 등 간결하면서도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각자가 가진 욕망의 프리즘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거나 혹은 전복시킨다. 면밀하게 전개되는 심리전과 반전은 지금까지의 한국 소설이 쉽게 보여 주지 못했던 기민한 서사이자 민첩한 문장에서 기인한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은 선한 존재가 없는 ‘누아르’의 세계에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인물들을 통해 선과 악 그리고 인간성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원탁’이 가진 장르에 대한 고민과 유희는 결국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라는 문제를 끈질기게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탐구는 보다 현시대적인 의문으로까지 나아간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누아르가 아닌가?’ 하는 질문이 그것이다. 소설과 영화를 가로지르는 변화무쌍한 이야기의 질주의 종착지는 결국 인간의 본연이었던 것이다.
금주령이 내린 조선 시대
탈을 버리고 칼을 들어야만 했던 한 사내, 범죄의 기원이 되다.
“사람들은 선인과 악인이 싸우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악인이 선인을 이기면 무릎을 치고 안타까워하고 선인이 악인을 이기면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선인과 악인이 싸우는 경우는 천에 한둘뿐이다. 대부분은 악인과 악인이 싸운다. 이긴 악인은 덜 나쁜 놈이 되고 진 악인은 더 나쁜 놈이 된다.”
-281쪽
유교 문화가 발달했으며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을 배경으로 누아르가 가능한 이야기일까. 검계는 숙종 시대에 처음 기록에 등장하며 조선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영조 시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그들은 주로 밤 시간에 활동을 했으며 몸에 새긴 칼자국을 표식으로 삼고 살인과 폭행, 약탈을 일삼았다. 우리 시대의 마피아나 조직폭력배와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소설은 특정한 시대나 실재한 왕을 지칭하지 않고 허구의 인물로 배경을 구축하지만, 권력을 가진 재상과 검계와의 결탁, 붕당정치와 대결하며 타협하는 왕의 모습을 통해 조선 시대의 내막을 실감 나게 그린다. 실제 조선 시대에는 금주령이 흔하게 내려졌다. 특히 영조 시대에는 즉위 기간 내내 금주령이 비교적 엄히 시행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금지된 것들을 둘러싼 이권과 이권으로 인해 발생하는 검은 결탁이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에서 갈등을 일으킨다. 사건은 수백 년 전을 배경으로 한 허구에 불과하지만, 이를 결코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는 조선의 누아르와 현실의 누아르가 놀랍도록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 나용주는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 줄 영웅이 아니다. 시대의 난제를 한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소설은 조선 시대의 누아르를 통해 시대가 파멸되는 과정을 냉철하게 그린다. 또한 인간이 짐승이 되어 가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소중한 이를 잃고 자신의 목숨마저 내놓을 뻔했던 나용주는 여러 차례 탈을 바꿔 쓰며 거대한 적들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겨눈다. 그의 복수는 성공할 것인가? 성공한다고 해서 좋은 세상이 올 것인가? 누아르는 정답을 말하는 장르가 아니다. 악(惡)을 악(惡)으로 응징한 국가 권력은 새로운 악(惡)을 계속해서 낳을 것이다. 그것이,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이 건네는 유일한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