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 하나로 세상을 쌓아 올린 위대한 천재 브루넬레스키
▶ 단테가 기독교 신화를 라틴어에서 이탈리아어로 번역했듯이, 그리고 조토가 그리스 회화를 로마 회화로 변화시켰듯이, 브루넬레스키는 건축 양식에서 토스카나 양식을 부활시켰다. 브루넬레스키는 피렌체의 대성당을 위한 돔의 공간을 우아하게 완성하면서 고대의 건축 양식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 대니얼 J. 부어스틴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의 돔을 올린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의 생애와 그의 업적을 그린『브루넬레스키의 돔』은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등의 유력 일간지 베스트셀러 목록에 기록될 만큼 관심과 주목을 받았던 책으로 ABBY에서 주관하는 ‘북센스북’ 상의 논픽션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은 오늘날에도 피렌체 시 어디에서나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변함없는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백 년이 넘는 공사 기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설계안의 완성을 위해 건축가와 예술가로서의 혼을 불살랐던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르네상스 건축을 꽃피웠고, 완성시킨 위대한 천재였다. 그의 삶과 예술혼, 그리고 그가 남긴 수많은 건축물들은 오늘날에도 많은 연구자들과 대중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돔 하나로 세상을 쌓아 올린 위대한 천재 브루넬레스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1377~1446)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난 건축가이자 조각가였다. 그는 중세 시대에 사라져버린 고대의 원근법을 기하학적인 원근법으로 새롭게 재창조한 인물로, 건축뿐 아니라 회화의 역사에도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오늘날의 원근법이 바로 브루넬레스키의 업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회화의 마사치오, 프라 안젤리코, 보티첼리, 조각의 도나텔로와 함께 15세기 르네상스 미술의 황금시대를 구축했다.1420년부터 시작된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 공사는 브루넬레스키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손꼽힌다. 그 어마어마한 규모와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설계안에 질렸던 당시 피렌체인들은 브루넬레스키의 도전이 무모하기 짝이 없다고 외면했지만, 모든 걱정과 우려를 무릅쓰고 지금까지도 가장 큰 석조 돔으로 남아 있는 그 건축물을 1436년에 완성했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1446년 5월 15일, 자신의 땀과 손으로 완성한 산타마리아 대성당에 안장되었다. 당시의 건축가나 화가로서는 이례적이게 성대한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그의 비문에는 “피렌체의 위대한 천재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여기 잠들다.”라고 새겨져 있다. 브루넬레스키 이전에는 건축가는 물론 조각가와 화가를 천재라고 불러주는 법이 없었다. 브루넬레스키의 동료 화가이자, 그의 전기를 쓴 조르조 바사리는 “필리포는 빈사 상태에 빠진 건축술을 혁신하라는 하늘의 명을 받고 이 세상의 온 사람”이라고 했다.
『브루넬레스키의 돔』으로 되살아난 브루넬레스키와 그의 돔
이 책이 다루는 것은 한 건축가가 어떻게 거대한 돔을 올렸는가라는, 어떻게 보면 사소하고 협소하다고도 볼 수 있는 주제다. 그러나 작가는 돔이 들어서던 피렌체라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 주변 국가들의 역학 관계, 격동기를 살아가던 노동자, 기술자, 상인, 정치인, 성직자의 다양한 생활상, 나아가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전모를 놀랄 만큼 생생하게 그려나간다. 탁월한 소설가의 필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건축과 공학, 그리고 이제는 잊혀 가는 역사 속의 인물인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라는 인물의 생애와 업적은 자칫 진부하고 딱딱하게 읽힐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재미만을 위해 허황된 허구를 날조하지 않으면서도, 치밀한 사료를 바탕으로 흥미진진한 일화를 새롭게 구성하여 결코 지루한 전기나 역사서의 범주에만 머물지 않는 이야기책을 탄생시켰다. 이를테면 <뚱보 목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일화는 괴팍하고 엉뚱한 브루넬레스키의 성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으며 거장의 명성 이면에 가려진 인간적인 면모까지 엿볼 수 있게 해준다.그러므로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그 위대한 돔을 건축한 브루넬레스키의 업적은 이 책에서 화석화된 역사에 머물지도 않으며, 몇몇 관심 있는 전공자들만의 몫에만 그치지도 않는다. 설령 브루넬레스키라는 사람의 이름을 처음 듣는 독자라 할지라도 그의 예술혼과 열정의 현현인 위대한 돔에 얽힌 이야기는 문화사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더불어 이 책은 2000년에 발간과 동시에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인문서로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초유의 베스트셀러로 기록되기도 했다. 아직도 피렌체 도심의 한가운데에서 우대한 위용을 잘아하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과, 그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의 삶은 세기를 넘어, 국적을 초월하여 기억될 만한, 주목할 만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에 얽힌 이야기
오늘날에도 피렌체의 하늘을 가르며 가장 높고도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은 1420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1435년에야 완공되었다. 당시로서는 건축학적인 수수께끼였으며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불가사의 중 하나이자, 석조 돔으로서는 세계 최대의 규모와 기술을 자랑한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새로운 맹주로 부상하던 피렌체 공화국은 국력 과시를 위해 1296년 산타마리아 대성당을 짓기 시작한다. 그러나 흑사병, 전쟁, 자금난이 겹치면서 공사는 자꾸만 지연되었다. 그러나 대성당의 완공을 어렵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는 거대한 돔을 애초의 설계안대로 올릴 수 있을 만한 기술이 없다는 데 있었다. 난관에 부딪친 교회 건축 사업단은 돔 공사 방안을 공모한다. 쟁쟁한 건축가와 기술자의 응모작을 물리치고 당선된 사람은 무명의 금세공사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였다. 당시 프랑스와 독일에서 유행하던 고딕 교회의 높은 벽을 지탱해 주는 공중 부벽 없이 세계에서 가장 큰 돔을 쌓기 위해 벽돌을 이용한 새로운 공법을 창안해야 했으며, 각종 기중기와 권양기 같은 중장비까지 발명해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브루넬레스키는 석공과 목공들이 갈수록 높아져만 가는 돔 위에서 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기중기와 권양기를 발명한다. 또 브루넬레스키는 명성을 시기하는 동업자들의 계략과 모함에도 맞서 싸워야 했다. 브루넬레스키 자신도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면이 있었고 남을 잘 믿지 못하는 성격이었으므로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의 영원한 맞수인 로렌초 기베르티는 사교적인 성격을 앞세워 세력을 키웠고 평생 브루넬레스키를 압박하고 괴롭혔다. 그러나 공학자 브루넬레스키는 예술가 기베르티를 실력으로 눌렀다.산타마리아 대성당의 돔은 오백여 년 전과 똑같이 지금도 피렌체 한복판에 태산처럼 버티고 있다. 비좁은 피렌체 거리를 걷다 보면 길모퉁이를 돌거나 광장으로 나설 때 돔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화창한 날에는 25킬로미터나 떨어진 피스토이아에서도 보인다고 한다. 저자 로스 킹은 “전란과 암투의 와중에 자연의 법칙이나 과학적인 건축술이 채 확립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이 거대한 돔을 쌓아 올렸다는 것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경이로울 뿐이다.”라고 끝맺고 있다. 다리는 어떻게 지어지나, 대성당의 육중한 돔은 무너지지 않고 어떻게 오랜 세월 굳세게 버텨온 것일까, 웅장한 건축물을 볼 때면 누구나, 한번쯤 던지는 의문이다. 이 책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라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괴팍한 고집불통 건축가를 통해 이런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옮긴이 서문 돔 하나로 세상을 쌓아 올린 브루넬레스키
1.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성당 2. 산조반니의 금세공사 3. 보물사냥꾼 4. 마이동풍 5. 맞수 6. 성도 이름도 없는 사람들 7. 듣도 보도 못한 기계 8. 돌 사슬 9. 뚱보 목수 이야기 10. 오등분 첨두 11. 벽돌과 모르타르 12. 동그라미에 동그라미를 얹어 13. 아르노 강의 괴물 14. 루카 대참사 15. 설상가상 16. 헌당식 17. 첨탑 18. 위대한 천재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19. 희열의 밀실
주(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