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희를 맞이한 시인은 44년간 집필 활동을 해온 우리 시단의 거목으로서, 해마다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유일한 한국 작가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영감을 얻어 시를 써 내려가고 있을 것이 분명한 다작(多作)의 시인인 그는 자신의 삶을 “폐허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시인 수십 년을 살아온 갈애(渴愛)의 삶은 아직도 끝날 줄 모른다. 나는 나의 미래이다.”라고 표현하였다. 1부 ‘최근 시편’은 시인에게 체화된 삶의 방식인 ‘떠돌기’가 완성한 정신의 기행 시다. 낯선 곳을 돌며 얻은 반성이 결국은 시인의 현재를 되돌아보는 것으로 이어진 시와 이강훈 옹을 비롯하여 시인의 가슴에 족적을 남긴 인물의 삶에 존경을 보내는 시, 그리고 시인의 일상을 노래한 시와 사회에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를 시 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언제나 시대와 함께 호흠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시인이 최근 미국의 행보를 비판한 시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2부는 주로 북녘 방문기로 이루어져 있다. 시인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비롯, 통일 사업의 일꾼으로서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바 있다. 그러했던 시인은 깊은 감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고요한 목소리로 북녘 방문의 인상기를 조심스럽게 ‘노래’한다. 이는 백낙청의 말대로 “북에서 인물 접촉의 제약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는 통일사업의 일꾼으로 나서고자 하는 이로서의 조심성 때문에 그리 된 바 없지 않았을 것”이다.
– 시인의 말1. 최근 시편2. 시대의 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