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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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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성동혁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4년 9월 12일

ISBN: 978-89-374-0824-3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56쪽

가격: 12,000원

시리즈: 민음의 시 204

분야 민음의 시 204


책소개

존재의 비극 속에서 맑아진 언어

‘투명한 서정’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시적 힘과 매혹

 

“성동혁의 시가 보여 주는 맑은 슬픔은 재생(再生)의 약효를 가진 액체처럼

슬픔의 얼룩을 지운다.”-김행숙(시인)

 

 

2011년 《세계의 문학》신인상으로 등단한 성동혁의 첫 번째 시집 『6』이 ‘민음의 시’로 출간되었다. “맑은 슬픔”, “액체화된 감각”, “병실의 난간에서 천천히 건조해져 가는 수건 같은 이 고통의 세계”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한 시인 성동혁. 일상에서 죽음을 간과하지 않는 자의 삶이 시적이라면, 다섯 번의 대수술을 받으며 시적인 삶을 살아온 성동혁은 여섯 번째 몸으로 이 첫 시집을 썼다. 제목 ‘6’에는 생사를 가르는 다섯 번의 경험 이후 다시 시작된, 여리고 소중한 숨 같은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쌍둥이」로 시작해 「쌍둥이」로 끝나는 이번 시집은 4부, 총 67편의 시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쌍둥이」와 「6」처럼 이 시집에는 같은 제목을 가진 두 편씩의 시가 실려 있는데, 이러한 거울 이미지는 시편들뿐 아니라 시집 전체에 흐르는 일관된 콘셉트 중 하나다.

“얼핏 보면 고요하고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시를 읽어 나가다 보면 느껴지는 기이한 슬픔에서, 그것이 들끓어 오르는 격렬함을 가라앉힌 손만이 쓸 수 있는 언어임을 알게 된다.”라는 이원 시인의 말처럼 성동혁의 언어는 관념이 아닌 고통과 죽음에 대한 체험이 이루어낸 간명하고 투명한 성취다. 『6』의 투명한 서정이 독자들의 마음에 얼룩진 슬픔도 지워낼 것이다.


목차

자서

 

1부

 

쌍둥이

면류관

홍조

6

흰 버티컬을 올리면 하얀

동물원

수은등

촛농

측백나무

나선형의 사람들은 저울 위에서 사라진다

긍휼

독주회

 

2부

 

어항

수선화

그림자

노을

걷는 야자수

나의 투우사-식사 기도

페르산친

라일락

모래시계를 뒤집는 심경

사순절

거인의 잔디밭

그 방에선 물이 자란다

비치발리볼

유기

마임

등대

코르사주

 

 

3부

 

여름 정원

반도네온

리시안셔스

바람 종이를 찢는 너의 자세

1226456

발라드

석회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건 얼지 않는 모스끄바

숲2

나 너희 옆집 살아

식빵

그녀가 죽고 새벽이 십 센티미터 정도 자랐다

나는 왜 고궁을 주인처럼 걸었는가

퇴원

매립지

자명악

창백한 화전민

붉은 광장

노를 젓자

 

 

4부

 

6

2

종유석

서커스

수컷

팔레트나이프

기억하는 악몽-라넌큘러스

망루

붉은 염전

백야

메니에르

횡단

기둥 안에서

성에

화환-대신하여 움직이는 작은 천국

쌍둥이

 

작품 해설/ 김행숙

통각(痛覺)의 가능성


편집자 리뷰

■ “나는 이 꽃을 선물하기 위해 살고 있다”

「수선화」, 「라일락」, 「리시안셔스」, 「라넌큘러스」……. 그중에서도 단 한 줄로 이루어진 시「꽃」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언 강 위에서 춤을 추는 나의 할머니

 

“언 강 위에서 춤을 추는 나의 할머니”의 몸짓을 짓고 있는 성동혁의 「꽃」. 그리고 여기, 아름다운 한 청년이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나는 이 꽃을 선물하기 위해 살고 있다” 이 시집은 당신에게 온 희귀한 선물이다.

 

눈을 기다리고 있다

서랍을 열고

정말

눈을 기다리고 있다

내게도 미래가 주어진 것이라면

그건 온전히 눈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왜 내가 잠든 후에 잠드는가

눈은 왜 내가 잠들어야 내리는 걸까

(중략)

나는 이 꽃을 선물하기 위해 살고 있다

내가 나중에 아주 희박해진다면

내가 나중에 아주 희미해진다면

화병에 단 한 번 꽃을 꽂아둘 수 있다면

-「리시안셔스」에서

 

 

“그리워도 연필을 깎지 말고”

『6』에는 또, 시인의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쓴 러브레터도 있다. 「숲」에 심겨진 나무 같은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시인이 아닌 독자 누구라도 마치 할아버지 앞에서 옛날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이처럼 조그맣고 순정해진다.

 

연필을 깎을 땐

숲이 슬피

우는 소리가 들린다

촛불만 봐도

아이 현란해, 방으로 들어가는

촌스러운 아가씨를

밤은 쓰다듬어 준다

(중략)

나의 따뜻한 여인아

바쳐 드릴게요 이젠 잊고, 마시오

서로를 외롭게 바라보고

그리워도 연필을 깎지 말고

아이들과 누워

작과 희귀한 질문에 대답해 주시오

-「숲」에서

 

“거울을 보면. 숨이 차고”

시인의 약하고 여린 몸은 꽃을 키우는 마음을 주었지만, 당연하게도 고통과 슬픔과 끊임없는 한계의 상황을 함께 주었다.

 

거울을 보면. 숨이 차고

젖은 아스피린과 가 보지 않은 옥상이 보인다

오래 마주치기엔 서로 흐르고

 

대신 나는 이가 투명해. 표정을 잃을 때마다 사라지는 다리

골반까지 반복되는 거울

 

(중략)

 

스위치를 켜면. 물이 우르르 밝다

오늘이 짙고 밤이 숨차고

창문을 상상한다

방의 동공이 크다

-「그 방에선 물이 자란다」에서

 

물속에 있는 듯 못 견디게 숨이 차고 끊어질 듯한 감각을 성동혁의 폐와 몸은 수시로 느낀다. 해일이 끓어오르고, 화병이 깨지고, 종이가 찢어지는 물질적 폭동, 감각적 소동은 성동혁의 세계에서 ‘상처 받기 쉬운 존재’, ‘고통이 느끼는 몸’이 가진 강렬한 표현력이자 표현 그 자체다. “도자기는 자주 깨지는 가구다/ 고정된 가구는 없다”(「창백한 화전민」)라는 시의 문장이 ‘인간은 자주 깨지는 존재다. 고정된 인간은 없다.’라는 진술로 우리에게 옮겨질 때, 더 날카로워지고 더 아슬아슬해지는 촉각적 경험이 의미에 앞서 온다.

 

아픔과 고통은 몸을 가진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내지만 그렇기에 어떤 능력이고 어떤 가능성이다. 그 시적 가능성 속에서 한 사람의 몸이 인류의 알몸으로 벗겨져 나타나는 시간이 찾아온다. 성동혁이 썼듯이,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사랑의 선언은 “내가 네게 명명한 폭력”(「6」)이었다. 사랑은 존재를 상처받기 쉬운 상태로 만들며, 그래서 ‘더’ 상처 받고 ‘더’ 상처 입힌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상처 받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은 상처를 봉합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더’ 찢어지게 하여, 존재론적인 변이와 전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성동혁이 그렇게 찢어지는 사랑의 통각 속에서 사랑을 지속하며 다시 계속하고자 한다는 것, 그것은 그의 존재론적 투쟁이고 시적 모험이다. 상처를 찢는다는 것, 그것은 한계를 찢는다는 것이다.

 

 

시인의 말

 

이곳이 나의 예배당입니다.

 

 

추천의 말

 

성동혁의 시는 물속 같다. 공기 속 같다. 들리지 않는 소리 같다. 만져지지 않는 감촉 같다. 이런 성동혁의 언어를 액체화된 감각이라고 부르고 싶기도 하다. 최저음부를 잡아내는 감각. 얼핏 보면 고요하고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시를 읽어 나가다 보면 느껴지는 기이한 슬픔에서, 그것이 들끓어 오르는 격렬함을 가라앉힌 손만이 쓸 수 있는 언어임을 알게 된다. 간명하고 투명한 언어에서 관념이 아닌 체험의 지점이 육화되었다는 것, 오랜 시간 언어에 몰두한 흔적을 알 수 있다. “간헐적으로 살아 있는 것 같다”는 것은 한 인간에게는 고통일 수 있지만 시인에게는 축복일 수 있다. 시인은 고통을 제 몸으로 살아 내고 가라앉혀 언어를 ‘보는’ 자이므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없는 것을 듣는, 아니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고 들을 수 없는 것이 들리는 몸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이원(시인)//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심사평에서

 

병원에서 병을 고쳐 나가는 사람이 있고 장례식장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그 외에 또 다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병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병원의 엘리베이터와 복도와 방들을 허깨비처럼 평생 떠도는 사람 말이다. 병과 병원의 세계에 침잠하고 있는 성동혁의 시는 이 세 번째 사람에게서 흘러내린 그림자 같은 느낌이다. 더 이상의 생경한 고통도 없고 방문해 줄 새로운 손님도 놀라움도 없는 그런 세계는, 추락하지도 궤도를 이탈하지도 못하고 똑같은 길을 수없이 오가는 폐기된 인공위성의 몸짓으로 단어들과 행들을 움직여 나간다. 올해 신인상은 병실의 난간에서 천천히 건조해져 가는 수건 같은 이 고통의 세계를 선택했다. -서동욱(시인․문학평론가)//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심사평에서

 

성동혁의 작품들은 그냥 ‘맑은’ 언어가 아니라 존재의 비극 속에서 ‘맑아진’ 언어를 획득하고 있다. 그의 시가 보여 주는 맑은 슬픔은 재생(再生)의 약효를 가진 액체처럼 슬픔의 얼룩을 지운다. 얼룩을 환한 부분으로 밝히는 그의 언어는 얼룩을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얼룩을 가장 천진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생겨난다. 그의 시의 서랍을 열면 서랍이 길 것이란 예감을 하게 된다. 그것은 그가 실존적 슬픔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로 끌고 가려는 시적 의지와 새로운 시작을 매번 해낼 수 있는 어린이의 내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조금 망설이고 있는 듯도 하지만, ‘투명한 서정’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시적 힘과 매혹이 그의 시에서 이미 발아하기 시작했다고 나는 느꼈다. -김행숙(시인)//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심사평에서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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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혁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