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넘나드는 풍부한 인문교양,인간살이의 진실이 녹아 있는 중견 소설가 이윤기의 산문 32편을 모았다. <탱자나무 도둑>,<퇴비와 금비>,<우리 영원의 길이>,<우리가 싸질러야 할 것>,<열두 살배기의 통일론>,<자유로부터의 자유> 등 산문 32편이다.
『어른의 학교』는 저자와 북디자이너의 손길이 많이 간 책이다. 처음 이 책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1996년 여름이니 근 3년간 제작한 책인 셈이다. 이 책을 위해 정병규 씨가 표지와 본문을 디자인했고, 정재규 화백이 그림을 그렸다.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재규 화백은 정병규 씨의 친동생이며 이윤기 씨와는 오랜 친구 사이이다. 중학생 시절 함께 교지를 편집할 때 이윤기 씨는 글을 쓰고 정재규 씨는 삽화를 그린 후 35년 만에 한 책에서 다시 만났다고 한다. 『어른의 학교』에 실린 40여 컷의 그림은 이윤기 씨의 유쾌하고 훈훈한 산문들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어른의 학교』는, 움베르토 에코의 말을 빌리면, \”일기장이 사라진 시대의 일기장\” 같은 책이다. 담배 끊기 등이 주제가 되는 일상의 작은 일들에 대한 반성, 조금만 달리 보면 보이는 인간살이의 아기자기한 재미들,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키는 선인들의 \’지혜\’와 \’경지\’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지난날에 대한 회상들이 잔잔히 담겨 있다.
\”무대에서 절름발이 연기를 하자면 저는 사람을 잘 관찰하고, 절뚝절뚝 저는 시늉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저는 사람이 어디 흔하냐? 어느 날 나는 저는 사람을 관찰할 생각으로 종로 2가로 가서 기다렸다. 그런데 세상에…… 저는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많으냐? 종로 바닥이 저는 사람 천지로 보일 지경이더라. 젤 큰 수 하나 배웠다. 그런데, 저는 사람들로부터 배울 것이 없게 되고 보니, 종로에 나가도 저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마음에서 멀어지니까 눈에서도 멀어진 것이다. 나는 큰 수를 또 하나 배웠다. 나는 연습 때마나 단원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한다. 보아야 보인다고.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고…….\”(<보아야 보이는 것들>에서)
『어른의 학교』가 던지는 화두는 세상에는 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많고 많은데, 못 보고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은데 그것을 어떻게 볼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언어의 고수\”라는 수사가 따라다니는 저자의 아름다운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는 데가 온통 학교가 아니고 무엇인가요?\”라는 탄성을 울리게 될 것이다.
머리띠, 내 머리띠 탱자나무 도둑 보아야 보이는 것들 기억의 표절 퇴비와 금비 바닥짐 왕자는 없다 진짜 이유 우리 영원의 길이 기미 읽기 사람의 땅 산불로 크는 나무 어른의 학교 우리가 싸질러야 할 것 취중에 술을 거르다 까악거리고 싶을 때마다 완물상지 열두 살배기의 통일론 루거를 불태우지 맙시다 기타하라 부인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큰 대학 작은 대학 자유로부터의 자유 호메오스타시스 포커페이스 코로 쉬는 숨 그 무얼 찾으려고 우리는 이제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프래그먼트斷想 나의 천국과 남의 천국 그리움이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하면 절로 가는 길 뒷말|본문에서는 못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