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친구, 입시 등 자신의 세계를 채우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문청’의 열정으로 들여다보다
2013년 제21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집 『퍼스트 펭귄』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올해로 21회를 맞이한 대산청소년문학상은 우리나라 청소년 문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청소년문학상 중 하나이다. 이번 작품집에는 시 부문 대상을 받은 문지호의 「차가움의 기하학」과 소설 부문 공동 금상을 받은 김하의 「조용한 장례식」, 조현정의 「당근 주스가 흘러도 미싱은 돌아간다」를 포함하여 수상작 시 18편, 소설 19편이 실려 있다. 어긋난 우정과 귀중한 목숨을 스스로 버리게 만드는 집단 따돌림, 어른들이 바라는 삶과 다른 자기만의 꿈을 찾기 위한 안간힘 등을 더러 진지하게, 더러 발랄한 상상력을 가미해 가며 다채롭게 풀어낸 수록 작품들은 각각 자기 나름의 빛깔을 갖고 있다. 어른들이 만든 시스템 때문에 무한경쟁으로 내몰리면서도 푸름을 잃지 않고, 나름대로 숨 돌릴 곳을 마련하려 애쓰는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어린 학생들의 글들은, 갈증에 시달리다 새콤달콤한 물을 한 잔 들이켠 듯 청량하고 신선하다. 고된 학업과 바쁜 일상 속에서도 처음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청소년들의 내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글들은 또한 청소년기에만 할 수 있는 고민과 상상력이 그대로 묻어나 있기에 독자들에게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시 심사평
중고등부 모두 금상으로 선정된 투고 작품과 백일장 작품은 발군이었다. 시적 발성법, 언어 감각은 물론 시선과 발상 또한 신선하고 개성적이었다. 환유적 상상력을 토대로 교란에 가까운 감각의 전이와 시적 비약을 읽는 일은 아찔한 즐거움이었다. 고등부 금상작 「차가움의 기하학」의 경우 겨울나무, 어머니의 죽음, 소녀의 수화, 소년의 단문, 비명, 눈(서리) 등과 같은 익숙한 시적 오브제들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직조하고 구축해 내는 시적 공법은 새로웠다. 정제된 슬픔을 화사한 수화로 보는 것만 같았다. 중등부 금상작 「파란 바지 어디 갔어?」 또한 파란 바지와 인접해 있는 길, 구름, 태양, 축구공, 벨트, 옷장, 빨래로 이어지는 상상력의 비약적 동선이 신선했다. ‘파랑’에 대한 재발견, ‘파란 바지’에 대한 시적 의미의 구축이 이 시의 핵심이다.
—심사위원 김수복 김행숙 정끝별
소설 심사평
김하의 「조용한 장례식」은 돈 없이는 애도의 권리도 없는 이 서글픈 시대의 초상 같은 작품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기초노령연금을 계속 받아야 하는 화자의 가족이 할머니의 시신을 안방 장판 밑에 매장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그 자체로 신문 기사나 텔레비전 뉴스의 한 토막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뉴스에는 없는 피와 눈물과 땀이 이 소설에는 있다. 문학 작품의 감동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이 학생은 이미 알고 있고 그것을 소설로 묘파해 냈다. 조현정의 「당근 주스가 흘러도 미싱은 돌아간다」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안정적인 구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당근 주스, 미싱, 수선집 간판 등, 사물을 통해 기억으로 들어가고 기억을 통해 인물을 형상화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아프다고 엄살 부리지 않아서 그 아픔이 더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화자의 캐릭터도 인상적이고, 신선한 은유로 무장한 표현들에서는 청소년 특유의 생기발랄한 정서를 엿보는 즐거움마저 누릴 수 있었다.
중등부 산문 금상작인 김가현의 「빛이 있는 자리」는 그 또래의 글이라기엔 놀라울 만큼 노련하다. ‘빛’과 ‘빚’이라는 단어를 병치하면서, 빚 때문에 빛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잘 드러내고 있다. 상징과 은유의 적절한 사용, 대립을 통해 유발하는 긴장감까지, 이야기꾼의 재능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심사위원 김미월 이기호 이혜경 임철우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난 최인호 작가의 앞에는 ‘문청’(문학청년의 줄임말)이라는 단어가 마치 호처럼 자리합니다. 일흔에 가까운 연세에도 ‘문청’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결코 외모가 젊어 보이거나 옷을 젊게 입어서가 아닐 것입니다. 문학과 삶에 대한 처음의 열정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언제나 아이같이 웃었고 개구쟁이처럼 행동했으며 청년처럼 사랑하고 글을 썼습니다. 최인호 작가를 만난 후배들은 입을 모아 노작가의 패기와 열정에 감염되었다고 소회를 말합니다. 투병 중에도 끊임없이 에너지를 발산한 그를 영원한 ‘문학청년’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에는 최인호 작가의 그것과 닮아 있는 32명의 청소년들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문청’의 길로 가고 있는 이들은 아직 서투르고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려는 열정만은 뒤지지 않습니다. 이들은 가족, 친구, 입시 등 자신의 세계를 채우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세밀히 관찰하고 고민합니다. 이러한 관심과 고민은 이들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이젠 너무 많은 것들이 당연해져 주위의 것들에 무감각해진 기성세대들에게는 이 작품집의 글들이 신선한 자극이 되어 줄 것입니다. 또 이 글의 주인공들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좋은 작가 그리고 좋은 독자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이들이 지금의 열정을 가지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작품집을 펴내며 중에서
작품집을 펴내며
시
시 부문 심사평 김수복․김행숙․정끝별
고등부
금상차가움의 기하학⋅문지호/ 퍼스트 펭귄(백일장)⋅문지호
은상구유통에 고인 물병자리⋅문진희/ Track n.⋅박소연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안지슬/ 겨울 판화⋅윤재성
동상2월 29일과 3월 32일 사이⋅박혜인/ 밤의 그네⋅배주은
물랭 루즈에서의 춤⋅백민정/ 교외 삼류 가수 못자르트⋅원예희
위저드 베이커리⋅임고은/ 가방의 또 다른 이름⋅장미도
비버네 단독 주택⋅조용화
중등부
금상파란 바지 어디 갔어?⋅조원효/ 연잎을 모자로 바꿔 쓴 아이(백일장)⋅조원효
은상김종삼⋅고지영
동상난타⋅김성림/ 고구마⋅윤지영
소설
소설 부문 심사평 김미월․이기호․이혜경․임철
고등부
금상조용한 장례식⋅김하/ 어느 날 세상이 떠내려가 버렸습니다(백일장)⋅김하
당근 주스가 흘러도 미싱은 돌아간다⋅조현정/ 노크하지 마(백일장)⋅조현정
은상잊혀진 초상⋅민경현/ 얼룩말 사냥⋅안유선/ 지진의 여파⋅유주윤
동상빌리 진의 남자들⋅구지수/ 무중력의 시간⋅권누리
채널을 추가하시겠습니까?⋅김송기/ 신기루 지도⋅박서영
빙하 속의 햇살⋅성두호/ 날개 하나⋅윤지상
모르포나비의 한살이⋅이주현
중등부
금상빛이 있는 자리⋅김가현/ 블루홀 위의 서퍼(백일장)⋅김가현
은상너와 나의 스마푸토⋅조연우
동상꿈을 담은 꽃⋅박경하/ 바오밥 나무에 떨어진 어린 왕자⋅박지하
가족, 친구, 입시 등 자신의 세계를 채우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문청’의 열정으로 들여다보다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난 최인호 작가의 앞에는 ‘문청’(문학청년의 줄임말)이라는 단어가 마치 호처럼 자리합니다. 일흔에 가까운 연세에도 ‘문청’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결코 외모가 젊어 보이거나 옷을 젊게 입어서가 아닐 것입니다. 문학과 삶에 대한 처음의 열정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언제나 아이같이 웃었고 개구쟁이처럼 행동했으며 청년처럼 사랑하고 글을 썼습니다. 최인호 작가를 만난 후배들은 입을 모아 노작가의 패기와 열정에 감염되었다고 소회를 말합니다. 투병 중에도 끊임없이 에너지를 발산한 그를 영원한 ‘문학청년’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에는 최인호 작가의 그것과 닮아 있는 32명의 청소년들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문청’의 길로 가고 있는 이들은 아직 서투르고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려는 열정만은 뒤지지 않습니다. 이들은 가족, 친구, 입시 등 자신의 세계를 채우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세밀히 관찰하고 고민합니다. 이러한 관심과 고민은 이들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이젠 너무 많은 것들이 당연해져 주위의 것들에 무감각해진 기성세대들에게는 이 작품집의 글들이 신선한 자극이 되어 줄 것입니다. 또 이 글의 주인공들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좋은 작가 그리고 좋은 독자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이들이 지금의 열정을 가지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작품집을 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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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장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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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킹 | 2015.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