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를 대표하는 철학가이자 소설가인 디드로 문학의 열쇠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

원제 Jacques le fataliste et son maître

드니 디드로 | 옮김 김희영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3년 9월 20일 | ISBN 978-89-374-6311-2

패키지 반양장 · 512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자크와 그의 주인의 여정을 따라 이어지는 삶과 사회, 예술에 대한 성찰
“우리가 운명을 이끌고 간다고 믿지만 실은 운명이 우리를 이끌고 가는 것이다.”

자크와 그의 주인은 목적지도 이유도 모르는 여행을 하는 중이다. 주인은 여행의 무료함과 피로를 덜기 위해 자크에게 이야기를 요청하고, 자크는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싸구려 포도주에 취해 아버지에게 맞고 홧김에 입대한 것부터 시작해 전투에서 입은 무릎 부상, 초가에서 치료를 받다가 데글랑 성주의 성에 가게 되는 이야기 등 자크는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 가려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과 모험으로 그의 이야기는 자꾸만 중단된다. 도중에 들른 그랑세르 여인숙에서 여인숙 여주인으로부터 포므레 부인의 처절한 복수극을 듣거나 목 병에 걸려 말을 할 수 없게 된 자크 대신 주인이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모험들이 여행 속에서 정신없이 섞이고 끊임없이 이어진다.
‘말하는 자유’를 통해 지배계급인 주인 곁에서 자유를 실행하는 자크가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상이라면 주인은 그와 같은 행동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그 시도가 헛되다는 걸 알고 무력감과 나태에 빠진 회의적인 지식인을 대변한다. 주인과 하인, 혹은 주인과 노예라는 화두는 훗날 헤겔을 거쳐 라캉에 이르기까지 현대 철학의 핵심적인 화두로 자리 잡으며, 디드로는 자신이 처한 세계에 질문을 던지고 그 모순되는 불확실한 움직임을 문학이라는 공간에 끌어들인다.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은 자크라는 한 비범한 민초를 통해 그의 유물론적인 결정론, 그리고 휴머니즘적인 열정과 에너지를 끊임없이 분출하고 사회와 예술에 대해 지칠 줄 모르는 성찰을 수행하는 디드로 문학의 열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오늘날 내가 보기에 18세기의 가장 위대한 소설.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이 빠진 소설의 역사는 이해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완전해질 것이다.-쿤데라

▶ 프랑스 문학의 특징이 다양성과 새로운 것을 향한 끝없는 호기심으로 정의된다면(바르트), 그래서 프랑스적인 정체성을 구현하는 작품이나 인물을 하나로 요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럼에도 꼭 한 작품을 골라야 한다면,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 그리고 이 작품에 나오는 자크야말로 가장 프랑스적인 인물이 아닌가. – <작품 해설>에서

편집자 리뷰

■ 자크와 주인, 목적지도 이유도 알 수 없는 여행을 떠나다

그들은 어디로 가고 있었는가? 사람들은 자기가 가는 곳을 안단 말인가? – 작품 속에서

자크와 그의 주인은 말을 타고 목적지도, 이유도 모르는 채 여행을 한다. 주인은 여행의 무료함과 피로를 달래기 위해 자크에게 이야기를 요청하고, 자크는 아버지에게 맞고 홧김에 지나가던 부대에 자원 입대한 일, 전쟁터에 갔다가 무릎 부상을 입고 근처 초가에서 상처를 치료하던 일 등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과 모험으로 그의 이야기는 자꾸만 중단된다.
예전에 모시던 주인인 대령의 장의마차가 지나가기도 하고, 그의 말이 자꾸만 자크를 교수대로 데려가기도 하며, 주인이 시계를 잃어버려 찾으러 간 자크가 도둑으로 몰리기도 한다. 또한 중간에 들른 여인숙 여주인으로부터 포므레 후작 부인의 사랑과 복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얼마 후에는 자크와 주인이 그 이야기의 주인공과 실제로 맞닥뜨리기도 한다.
자크가 목 병이 난 동안 주인은 자기 사랑 이야기를 대신하고, 주인의 사랑은 그들의 여행을 기묘한 곳으로 이끌고 가며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모험 들이 여행 속에서 정신없이 섞이고 끊임없이 이어진다.

■ 무기력한 지배 계급, 주인 그리고 말하는 자유를 가진 하인, 자크

그렇다면 이런 여행을 하는 주인과 하인은 누구일까? 그들 자신이 가는 곳을 모르듯, 작품 속에서는 주인의 이름도 과거도 밝혀져 있지 않다. 독자들이 알 수 있는 것은 다만 주인이 시계를 들여다보며 코담배를 마시고 자크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뿐이다. 이렇듯 나약하고 나태해 보이는 주인은 당시 무기력한 귀족 계급을 상징하는 인물로, 디드로의 묘사를 그대로 빌리자면 “그대는 아직 이런 사람을 알지 못한다. 그의 머리에는 거의 든 것이 없다. 그가 뭔가 이치에 맞는 말을 한다면, 암기한 것이거나 아니면 순간적인 충동에 따라서다. 그에게도 당신이나 나처럼 눈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보고 있는지 안 보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자는 것은 아니지만 깨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자신을 존재하게끔 내버려두며 그것이 그의 일상적인 기능”일 뿐이다. 한편 자크는 고물상 자종의 손자로, 십이 년 동안 할아버지가 입마개를 물고 다니게 했을 때의 억압과 구속을 보상받기 위해 열광적인 수다쟁이가 되었다. 비가 올 때는 우산으로, 날씨가 좋을 때는 양산으로 사용하는 챙 넓은 모자를 쓰고, 호리병에 탐닉하는 인물이다.

역자 김희영의 작품 해설에 따르면 주인과 하인은 이처럼 그들의 소지품(시계와 호리병), 성향(게으름뱅이와 수다쟁이), 이데올로기(유심론자와 운명론자)에 따라 구별되며, 이러한 차이는 당시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의 관계를 그대로 반영한다. 자크는 나태한 귀족 계급 앞에서 힘없는 피지배 계급의 유일한 자유, 즉 ‘말하는 자유’를 확인한다. 주인의 명령, 예기치 못한 사건, 목 병, 만취해서 의식이 없을 때를 제외하고 자크는 잠시도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자크가 ‘말’에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자신의 생각과 말을 옮긴다는 것이다. 자크는 기름 항아리를 깨뜨린 여성에게 돈을 주거나 여인숙에서 악당을 가둬 버리는 등, 약자 앞에서는 선행을 베풀고 악 앞에서는 용감하게 맞설 수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결국 지배 계급-피지배 계급 간 특권을 전복하는 서약을 명문화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주인-하인, 주인-노예의 극명한 대조는 훗날 헤겔을 거쳐 라캉에 이르기까지 현대 철학의 핵심 화두를 뚜렷하게 드러내며 철학자 디드로의 면모를 잘 보여 주는 요소라 할 수 있다.

■ 정통 소설 기법을 무너뜨린 독특한 구성, 글쓰기의 모험

이 소설을 구성하는 큰 세 가지 이야기는 자크와 주인의 여행 이야기, 자크의 과거 이야기, 그리고 작가의 이야기다. 이 세 이야기를 중심으로 열 개도 넘는 2차 이야기가 끼어들고 이는 전통적인 연대기적 구성이 아니라 연결, 병행, 삽입, 생략, 회상, 예측 등 소설의 흐름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며 독자들을 새로운 독서 모험으로 이끈다. 이야기의 화자 또한 자크에서 출발하여 작가, 주인, 구스, 여인숙 여주인, 아르시 후작, 또다시 자크, 주인 등 계속해서 바뀌며 어느 이야기가 중심이고 어느 이야기가 부수적인지 헷갈리게 한다.

여행, 방황, 모험이라는 주제, 그리고 악당, 농부, 여인숙 주인, 행상인, 밀수업자, 사기꾼 등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전통적인 ‘악한 소설’의 면모를 보이지만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이라는 제목이 말해 주듯 철학적 논의가 소설 전체를 지배한다는 면에서 전통 악한 소설과는 다르다. 디드로의 소설은 사실주의에서 비롯된 악한 소설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실은 모든 형태의 글쓰기(콩트, 담론, 에세이, 희곡 등)를 수용하며 동시에 거부하는, 따라서 장르 규정을 무의미하게 하는, 그 자체로 하나의 ‘글쓰기의 모험’이다.

우리가 운명을 이끌고 간다고 믿지만, 실은 운명이 우리를 이끌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자크에게 운명이란 그에게 다가오거나 그를 건드리는 모든 것이었다. 즉 그의 말, 그의 주인, 수도승, 개, 여자, 수노새, 까마귀……. -작품 속에서

이렇듯 작품 속에서 느닷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사건과 이야기 들은 자크와 그의 주인을 기묘한 운명으로 이끌고 가고 이런 모험과 더불어 디드로는 독자들에게 우리가 처한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 18세기를 대표하는 철학가이자 소설가, 디드로 문학의 열쇠

밀란 쿤데라는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이 “오늘날 내가 보기에 18세기의 가장 위대한 소설”이자 이 작품이 “빠진 소설의 역사는 이해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완전해질 것이다.”라고 극찬했다. 또한 역자 김희영은 작품 해설을 통해 “프랑스 문학의 특징이 다양성과 새로운 것을 향한 호기심으로 정의된다면, 그래서 프랑스적인 정체성을 구현하는 작품이나 인물을 하나로 요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럼에도 꼭 한 작품을 골라야 한다면,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 그리고 이 작품에 나오는 자크야말로 가장 프랑스적인 인물”이라고 평했다.
볼테르, 루소와 더불어 18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로 손꼽히는 디드로는 말년에 소설가로 변신하여 이 작품을 써 냈고, 자크라는 한 민초를 통해 휴머니즘을 향한 열정과 에너지를 끊임없이 분출하고 사회와 예술에 대해 지칠 줄 모르는 성찰을 수행한다.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은 과학적이고도 합리적인 사상을 부르짖으면서도 인간은 천성적으로 선과 행복을 지향하며, 비록 그것이 결정론의 원칙과 대립된다 할지라도 개인 성향이나 자유의지는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역설한 디드로의 삶에 대한 애정, 진리 탐구에 대한 의지, 그리고 소설가로서의 천재적이고 비범한 면모를 담고 있는 디드로 문학의 정수이자 열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작가 소개

드니 디드로

Denis Diderot

1713년 프랑스 랑그르에서 태어났다. 외삼촌의 뒤를 이어 성직에서 출세하기를 바랐던 부친의 기대를 저버리고 파리로 상경한 후 온갖 비천한 일을 하며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백과사전파의 일원이 된 후 당시 사회의 지식인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계몽주의 철학가, 백과사전파, 극작가, 예술 평론가, 소설가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총 17권과 삽화 11권으로 구성되어 1751년부터 1772년까지 이십일 년에 걸쳐 발행된 『백과사전 또는 과학 예술 기술의 합리적 사전』은 과학, 철학, 예술, 종교, 사회, 기술 모든 분야에 걸친 지식의 통합이자 18세기 계몽 철학의 승리로 평가받고 있다.
볼테르, 루소와 더불어 철학자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디드로는 말년에 소설가로 변모하여 “소설가란 동시에 역사가이자 시인, 진실을 말하는 자이자 거짓말쟁이가 되어야 한다.”라고 역설하였다. 그의 소설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은 문인으로서 최정점이던 시절인 1769년에서 1782년 사이에 쓰였으며 사후 1796년 발간되었다. 1784년 사망하여 파리 생로크 교회에 안치되었다.

김희영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마르셀 프루스트 전공으로 불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대학원 강사, 하버드 대학교 방문교수와 예일 대학교 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양어대 학장 및 프랑스학회와 한국불어불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프루스트 소설의 철학적 독서」, 「프루스트의 은유와 환유」, 「프루스트와 자전적 글쓰기」, 「프루스트와 페미니즘 문학」 등의 논문을 발표했고, 『문학장과 문학권력』(공저)을 썼으며,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과 『텍스트의 즐거움』, 사르트르의 『벽』과 『구토』, 디드로의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을 번역 출간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 교수로 있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3년 9월 27일

ISBN 978-89-374-9611-0 | 가격 9,100원

“18세기를 대표하는 철학가이자 소설가인 디드로 문학의 열쇠
자크와 그의 주인의 여정을 따라 이어지는 삶과 사회, 예술에 대한 성찰

자크와 그의 주인은 목적지도 이유도 모르는 여행을 하는 중이다. 주인은 여행의 무료함과 피로를 덜기 위해 자크에게 이야기를 요청하고, 자크는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과 모험으로 그의 이야기는 자꾸만 중단된다.
‘말하는 자유’를 통해 지배계급인 주인 곁에서 자유를 실행하는 자크가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상이라면 주인은 그와 같은 행동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무력감과 나태에 빠진 회의적인 지식인을 대변한다. 디드로는 자크와 주인의 입을 빌려 자신이 처한 세계에 질문을 던진다. 자크라는 한 비범한 민초를 통해, 흏머니즘을 향한 열정과 에너지를 끊임없이 분출하고 사회와 예술에 대해 지칠 줄 모르는 성찰을 수행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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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이 2019.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