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집은 너무 위험하다. 살인적인 음란이 독자를 고문한다. 들면, 놓지 못한다. -조선일보.김언희의 시는 대담하고 집요하다.도발적이고 엽기적이며 가차없는 언어들로 괴기스런 지옥을 연출한다.번뜩이는 광기와 노골적인 악마성, 추악한 범죄의 냄새, 그리고 역겨운 환상,이 모든 것들이 반죽되어 비현실적인 악몽의 느낌을 주는 끔찍스런 지옥이 나타난다.그것을 보는 것은 고통스럽다.독자를 고문하는 잔혹한 예술, 난자당한 상처와 음란한 피와혐오스런 시체를 무대로 끌고 나와서지옥이 어떤 것인지를 거침없이 폭로하는 잔혹한 시,거기 사용된 강박적인 언어들을 나는 <도살장의 언어>라고 불러본다. – 최승호(시인)
김언희는 여성 성기에 대한 노골적인 언급과 사도-마조히즘적 성행위 묘사, 고강도의 폭력적 언어 구사로 이미 문단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첫 시집 『트렁크』(세계사, 1995)에서 그녀는 왜곡된 욕망이 배태한 끔찍한 현실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포착하였다. 온갖 사물들을 성적 욕망의 흐름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남녀간의 도착적 에로티시즘으로 치환시키는 김언희의 기발한 상상력은 당시 독자들에게 적지않은 충격이었다.
<도살장의 언어>가 난무하는 잔혹한 세계
김언희의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는 자서부터가 도발적이다. 마치 괴기 영화의 자막처럼 오싹한 경고로 시작한다.
임산부나 노약자는 읽을 수 없습니다. 심장이 약한 사람, 과민 체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읽을 수 없습니다. 이 시는 구토, 오한, 발열, 흥분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드물게는 경련과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는 똥 핥는 개처럼 당신을 싹 핥아 치워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 시집 속에서 낭만이나 서정, 아름다움 따위는 아예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다. 아니나다를까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는 토막난 시체와 비그러져 나온 내장, 악취나는 오물들을 버무려놓고 독자가 걸려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김언희의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는 『트렁크』의 엽기적인 상상력과 잔혹하고 비극적인 세계 인식을 일층 발전시키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온갖 공포와 폭력과 쾌락과 배설이 이 시집 속에 가득히 흩뿌려져 있다. 창 밖으로는 <벌레비가 주르륵 미끄러져 내리는>가 하면 공중으로는 <덜렁거리는 좆>을 단 나비가 날아다니고, 내 머리 위에 <돼지 대가리>가 달리는가 하면 정체불명의 구멍이 나타나 <내 머리를 옴쭉옴쭉 씹어삼킨다>. 컬트 영화를 연상시키는 그로테스크한 육체 이미지와 도발적인 성적 은유는 시집 어디에서고 느닷없이 출몰한다. 그리고 그것은 알 수 없는 위협과 불안을 조성한다. 이 형용할 수 없는 위협과 불안과 공포야말로 김언희 시를 추동해 내는 주된 동력이며 그녀가 인식한 이 세계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 김언희가 파악한 세계는 인간의 실존을 배반하는 위험하고 폭력적인 힘들로 가득차 있다. 이 시집의 1, 2부는 바로 그 같은 세계의 살풍경을 모골이 송연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여자의 몸 속에는 그 남자의 시신이 매장되어 있었다. 그 남자의 몸 속에는 그 여자의 시신이 매장되어 있었다…… 그 여자의 숨결에서 그는 그의 시취(屍臭)를 맡았다. 그 남자의 정액에서 그녀는 그녀의 시즙(屍汁)을 맡았다. 서로의 몸을 열고 들어가면 물이 줄줄 흐르는 자신의 성기가 물크레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시간(屍姦)이야 근친상간이라구 묵계 아래 그들은 서로를 파헤쳤다 손톱 발톱으로 구멍구멍 붉은 지렁이가 기어나오는 각자의 유골을 수습하였다……([그라베] 중에서)
……유리창에벌레들이 주르르 미끄러져 내리고 정신없이정신없이 칼버릴 데를찾고 있지 빨래줄 위에벌레들이 곰실거리지 칼날에서식은땀이 뚜둑뚜둑 떨어지지 비가내리지 벌레비눈썹 위에허옇게 알을슬지……([FA] 중에서)
개 같은똥 같은갈보 같은 구멍……풍선껌을씹는, 말랑말랑한 이빨로내 머리를 씹는, 옴쭉옴쭉 나를 삼키는 구멍헐, 헐, 헐,웃는구멍([황혼이 질 때면] 중에서)
평론가 남진우는 일찍이 김언희의 상상력을 <끔찍주의>로 일컬은 바 있다. 시인 최승호 역시 악몽의 환타지를 엮어가는 그녀의 언어를 <도살장의 언어>라 이름붙인다.
김언희는 대담하고 집요하다.도발적이고 엽기적이며 가차없는 언어들로 괴기스런 지옥을 연출한다.번뜩이는 광기와 노골적인 악마성, 추악한 범죄의 냄새, 그리고 역겨운 환상,이 모든 것들이 반죽되어 비현실적 악몽의 느낌을 주는 끔찍스런 지옥이 나타난다. 그것을 보는 것은 고통스럽다.독자를 고문하는 잔혹한 예술, 난자당한 상처와 음란한 피와 혐오스런 시체를무대로 끌고 나와서 지옥이 어떤 것인지를 거침없이 폭로하는 잔혹한 시, 거기사용된 강박적인 언어들을 나는 <도살장의 언어>라고 불러본다.([발문] 전문)
아버지를 야유하는 노래
김언희의 <도살장의 언어>는 3부에 이르러 좀더 구체적인 대상을 겨냥하게 된다.
이리 와요 아버지 내 음부를 하나 나눠드릴게…… 벗으세요 아버지 밀봉된 아버지 쇠가죽처럼 질겨빠진 아버지의 처녀막을 찢어드릴게 손잡이 달린 나의 성기로 아버지 아주 죽여드릴게…… 아버지 갈보예요 사지를 버르적거리며 경련하는 아버지 좋으세요 아버지 아버지로부터 아버지를 뿌리째 파내드릴게([가족극장] 중에서)
거울 속의아버지, 새빨간페티큐어를 하고, 아이,꽃만 보면 소름이 쳐요, 허리를꼬는 아버지, 과부가된 아버지시뻘건 아버지의 음부, 아버지의질, 하룻밤에 여든여덟 체위로내 남자와하는,([가족극장, 과부가 된 아버지] 중에서)
김언희가 바라본 아버지는 대상(딸, 동물, 사물)을 막론한 채 아무데서고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짐승이다. 아버지는 <여자의 음부를 달고 빗자루 손잡이와 그짓>을 하거나 <유리상자 속에서 왕뱀과 동거>를 한다. 그리고 <나의 성기>는 그런 아버지와 섹스를 하고 그를 <뿌리째 뽑아>버린다. 김언희의 변태적 상상력과 근친상간적 묘사들은 부성(父性)의 이면에 들끓고 있는 추악한 욕망을 까발리고 그의 점잖은 권위를 조롱한다. 김언희는 이성과 질서를 대변하는 아버지를 성적 욕망으로 가득 찬 한낱 고깃덩어리로 전락시킴으로써 야유의 쾌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세상에 흘리는 경쾌한 블랙 유머
나는야 고양이를겁탈하는쥐랄랄랄내 인생은피를 보고서야 멈추는 농담쥐는 고양이에게사정(射精)한다네사정한다네([랄랄랄2] 전문)
김언희에게는 끔찍스런 악몽을 매우 경쾌하고 익살스럽게 조직해 내는 장기가 있다. 껌처럼 탄력있는 언어와 공처럼 자유자재로 튕겨져 나오는 이미지들 또한 시를 더욱 경쾌하게 만들고 있다. 내면에 고인 상처와 고름, 욕망과 오르가즘은 마치 축포처럼 시 표면 위로 터져나온다. 더불어 금지되고 억압당했던 독자들의 상상력에도 물꼬가 트인다. 덕분에 악몽 같은 시 속에서도 독자는 대리 배설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김언희는 이 세계의 폭력과 비극을 엄숙하게 고백하거나 진부하게 고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믿을 수 없는 거짓말들을 흘리고 잔인한 블랙 유머를 구사하면서 세계의 진실을 들춰낸다. 김언희의 시가 고통스러우면서도 단숨에 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언희1953년 진주에서 태어나 경상대학교 외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다.1989년 《현대시학》에 [고요한 나라] 외 9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시집으로 『트렁크』(세계사, 1995)가 있다.
1 그 섬에 가고 싶다 햄버거가 있는 풍경그라베0시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누가 내 시에 마요네즈를 발랐지? 밀롱가그것벗겨내주소서설마 이런 것이선데이 서울황혼이 질 때면랄랄랄1랄랄랄2쥬시 후레쉬990412홍도야저수지버섯국을 끓이다똥의 방점팔보채서역역겨운, 역겨운, 역겨운 노래이 저녁2이 책그것을 누르면ARS밀롱가FA여섯시달걀 속에서 주르륵한 잎의 구멍아침마다 그것은그것은 인제미얀마식탁 위로 더러운오지게, 오지게, 이따만한연지문상봄은 똥밭이네어어떤 귀거미털 난 구름벌레 먹은 장미피치카토시3가족극장, TE가족극장, 구렁이가족극장, 과부가 된 아버지가족극장, 껌가족극장, 반죽가족극장, 중절되지 않는가족극장, 이리 와요 아버지가족극장, 목단가족극장, 냄비 속에 인형이가족극장, 고등어 대가리가족극장, 소작된가족극장, 살진 어머니가족극장, 문고리가족극장, 언젠가가족극장, 나에게 벌레를 먹이는가족극장, 코 없는 콧구멍으로가족극장, 왜파의 나라가족극장, 그러엄, 이내가족극장, 쥐덫 속에가족극장, 클레멘타인가족극장, 삭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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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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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 | 2015.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