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편의 연작시 <나나 이야기> 다음으로 오는 시의 제목은 나나의 존재를 부정하며 소금창고에서 미칠 듯한 그리움을 토로하는 시 <맑은 끝>이다. 시인의 자서에서 출발한 듯한-혹 역으로 이 시에서 그는 ‘맑은’이라는 이미지를 ‘가장 이른 새벽’이라 표현하며 하루가 열리는 시점에서 ‘끝’이라는 칭호를 단다. 미칠 듯한 그리에서 비롯되었으리라는 추측을 남기는 이 역설적인 시에서 그의 시집 <나나 이야기>에 담긴 전반적인 이미지를 또한 그려낼 수 있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정한용의 세번째 시집 \’나나이야기\'(민음의 시92 )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어 평론가로 먼저 활동한 정한용은 1985년 \’시운동\’에 작품발표로 시작 활동을 시작하였다.시집에 \’얼굴없는 사람과의 약속\'(1990,민음사) \’슬픈 산타페\'(1994,세계사)가 있고, 평론집 \’지옥에 대한 두개의 보고서\'(1995,시와 시학사),편저 \’민족문학 주체논쟁\'(1989,청하)이 있다. [ 나나 이야기]는 자연과 사람에 대한 조심스러운 사랑의 이야기이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서글픈 중년의 시인. 그의 자연(아카시아 숲,난(蘭),소금창고,관목숲,장다리꽃,밤나무숲 등)에 대한 그리움으로 교감이 고요한 일상의 삶속에 차분히 묻어나온다. 가까운 이들의 부대와 죽음 앞에서의 아픔이 실린 고백,고독한 이국 여행등에서의 외로운 독백도 실은 사랑의 언어임을 알 수 있다.\’세상의 지친 자들을 내 향기로 덮고 싶다(\’푸른 꽃이 두렵다\’)\’고 시인은 고백하기 때문이다. 어둠 속 사랑이었다 나나를 향했던 내 걸음걸이는 서툴고 우둔했다 장미넝쿨 아래 묻혀 천만 년 고요히 썩어간다면 불면으로 지샌 새벽,아침 열리듯 지친 그리움 세피아로 피어날지 혹은 더 썩어 뼛속의 인광이 반디처럼 빛을 낼지 서울에서 안산까지 어둔 구석구석 도둑고양이처럼 헤매다 돌아온 한밤 나는 없고 내가 있을 자리에 죽은 나나 아름다운 굴곡만 남았다 -<나나 이야기 . 9> 밝은 이미지의 이름 \’나나\’에 대한 사랑은 인간에 대한 지친 그리움과 역설적으로 연결된다. 마찬가지로 시인의 담담한 어조 속에 서글픈 정조가 담겨있다. 시인은 [슬프고 행복(\’나나 이야기 . 2\’)]한 사랑을 고백한다. 서툴고 우둔한 걸음걸이로 [너무 늦은 건 아닐까(\’눈꽃\’)]조심스러워하며 시인은 자신의 사랑 고백을 시집으로 내놓았다.
제1부소금창고/ 그 향기 바람에 날리고/ 자전거길/ 관목숲에 들어/ 물에게 배우다/ 사리에 눕다/ 사리에서 게 잡는 법/ 쩡, 쩡, 쩡/ 엄나무 그늘/ 겨울 편지/ 아카시아 숲으로의 마지막 산책/ 집, 이사/ 새 집/ 낙양/ 자물통/ 동두천 가다/ 이제 그곳엔 아무도 없고/ 아버지 같은/ 어둠 저쪽/ 푸른 꽃이 두렵다/ 불꽃나무에 올라/ 장다리꽃/ 그림자 속으로/ 팔레스트리나/ 내가 없다/ 외침/ 계보학에 대한 연구/ 어둔 강 건너 1/ 어둔 강 건너 2/ 어둔 강 건너 3제2부弔詞/ 누운 집 마당/ 이름을 지운다/ 눈꽃/ 대협곡에서 온 편지/ 사막에서의 하룻밤/ 자연사박물관/ 편지, 두려움/ 코너 프레이리 저녁/ 상펭을 지나며/ 틈/ 너무 늦은 여름/ 사라진 도시/ 별이 진다/ 눈길/ 북한강에서/ 소금창고 2/ 밤나무숲 1/ 밤나무숲 2/ 밤나무숲 2/ 봄, 1998/ 나나 이야기 1/ 나나 이야기 2/ 나나 이야기 3/ 나나 이야기 4/ 나나 이야기 5/ 나나 이야기 6/ 나나 이야기 7/ 나나 이야기 8/ 나나 이야기 9/ 맑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