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산문학상 시 부문 수상작.
오늘의 작가상, 김수영 문학상, 이산문학상 수상 시인. 최승호의 신작 시집.
중견 시인 최승호의 아홉번째 시집,『그로테스크』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최승호 시인은 1977년 \’현대시학\’ 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지난 20여 년 간 \’오눌의 작가상\'(『대설주의보』 1982), \’김수영 문학상\'(『고슴도치의 마을』1985), \’이산 문학상\'(『세속 도시의 즐거움』 1990) 등을 수상하며 문단의 꾸준한 주목을 받아왔다. 총 64편의 시들을 수록하고 있는 이번 시집의 제목은 [그로데스크]다.그로테스크는 문예학적인 용어로, 라틴어의 그로타Grotta 즉 \’동굴\’이란 말에서 기원하였다. 르데상스 시대에 후기 로마시대의 동굴이 발견되었는데, 이 동굴벽의 이상한 장식무늬를 르데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이 하나의 양식으로 발전시키면서부터 그로테스크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그로데스크는 현대 예술에서도 꾸준히 전개되었으며, 포E.A.Poe와 호프만E.T.A Hoffmann에 이르러서는 [\’정상적인 시선\’에서 생동적이고 자연적으로 보이는 것이 보기 싫게 일그러지고 악마적이며 비자연적으로 묘사되는] 양식을 의미하게 되었다. 최승호 씨의 이번 시집에서 [그로테스크]는 전체 시편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소실점\’이 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일상\’이란 생업을 유지하고 사회 생활을 해나가는 자연스러운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하지만 시인은 이런 도시적 일상을 하나의 \’헛것\’으로 치환시킴으로써 독자들에게 마치 가위눌릴 때의 느낌 같은 공포를 전달하고 있다. 어제는 이 포이동 거리로 장의차가 지나갔다. 이마에 누런 탯줄들을 두른 채 의자에 망연자실 앉아 있던 유족들, 그 뒤를 청소차가 따르고 있있다. 쓰례기 국물을 질질 흘리며.([기다림의 풍경]) 죽음은 이 시집이 천착한 거대한 주제지만, 쉽게 조문(弔問) 받는 죽음은 아니다. 위 시와 같이 죽음은 쓰레기와의 병치 속에서 일상과 죽음을 넘어선 다른 공간, 다시 말해 그로테스크한 공간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또한 이 \’헛것으로서의 일상\’ 속에서 시인은 \’구토물을 쪼아먹는 비둘기\'([구토물을 먹는 아침])가 되기도 하고, \’가짜 나무를 돌보는 정원사\'([가짜나무 세 그루])가 되기도 하며, \’한쪽 뺨으로만 눈을 모으도록 진화된 넙치-단절의 흉터-의 변신>([넙치])을 이해하기도 한다.시인에 의하면 도시적 일상 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한마디로 \’돌아갈 모천 없는/ 사막의 연어들.>([황사])인 것이다.여기서 소통이 불가능해진 도시적 일상이 문제시된다. [메시지]란 시는 도시인들의 필수품이 돼버린 휴대폰을 소재로 삼고 있다. 여기 지하철인데/ 지금 막 양재역을 지났어/ 타일벽에도 말죽 먹는 말들이 그려져 있는/ 말죽거리 양재 알지?/ 모른다구?/ 방금 거길 통과했다니까/ 근데 왜| 이렇게 저승처럼 감이 머냐?… 우연히 엿들은 통화의 한도막에 불과해 보이지만,\’저승처럼 감이 멀\’다는 시구는 평범하지 않다. 이는 의사소통을 죽음과 빗대어 놓고 있으며, 그리하여 \’메시지\’의 진정한 기능을 상실한 현대인의 고독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밤의 자라 | 구토물을 먹는 아침 | 기다림의 풍경 | 觀 | 퀴퀴한 광장 | 메시지 | 가짜나무 세 그루 | 황혼의 시든 창녀 | 황사 | 질주 | 넙치 | 외곽도로, 밤 두시, 주유소 | 터널 | 질겨빠진 것 | 남자의 젓꼭지 | 고기 한 덩어리 | 피 | 마개 | 문법 | 철길 | 크고 검은 향나무 | 누가 시화호를 죽였는가 어마어마한 송장 | 잠수교 | 괴조 | 폐허 속의 영웅 | 토끼해 | 인공호수 | 송장헤엄 못 | 뿌리내린 곳에서의 슬픔 | 멍게와 뭉게구름 | 파문| 어떤 눈 | 뙤약볕 | 초현실적인 유원지 | 안개로 화하다 | 머리칼 식탁 | 걸어가야 한다 | 겨울나기 | 통조림으로 만리장성을 | 제로 | 문짝 앞으로 | 잔광 | 파로호 물통 | 굴뚝 아래서의 목욕 | 텅 빈 우편함 | 사육 | 절벽 | 발바닥 속의 거울 | 밤의 목마름 | 그림자 | 재와 먼지 | 빨래 | 물의 책 | 이것은 죽음의 목록이 아니다 | 갯바위 | 물의 자서전 | 손 | 게를 뒤집어 놓다 | 타일 위의 잠 | 마합
그로테스크는 문예학적인 용어로, 라틴어의 그로타Grotta 즉 ‘동굴’이란 말에서 기원하였다. 르데상스 시대에 후기 로마시대의 동굴이 발견되었는데, 이 동굴벽의 이상한 장식무늬를 르데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이 하나의 양식으로 발전시키면서부터 그로테스크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시집에서 ‘그로테스크’는 전체 시편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소실점’이 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일상’이란 생업을 유지하고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 자연스러운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하지만 시인은 이런 도시적 일상을 하나의 ‘헛것’으로 치환시킴으로써 독자들에게 마치 가위눌릴 때의 느낌 같은 공포를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