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등단 26년을 맞은 중견시인 문정희씨의 여덟 번째 시집이다. 73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싣고 있다. 고대문학작품, 역사적 인물, 외국의 예술가들에서 모티브를 딴 시들을 모아놓은 1부가 매우 흥미롭다. <처용 아내의 노래>는 설화와 향가에 의해 부정한 여인의 전형쯤으로 낙인찍힌 처용 아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 주고 있다.
살로메가 되어 릴케를 독점하고 싶은 발칙한 소녀, 그가 문정희이다. ─최동호
1. 소리 성에 꽃 간통 풀들의 길 창 한계령을 위한 연가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 술 마시는 남자를 위하여 신라의 무명 시인 지귀 처용 아내의 노래 천둥 같은 사나이를 위하여 대동여지도 앞에서 고흐 씨와의 데이트 사나이의 죽음 첫 만남 2. 피아노를 기다리는 오후 동창회 중년 터키석 반지 나물을 무치면서 중국집의 추억 그리운 뼈 우렁이 이야기 눈 오는 나라 가을 귀신들 파를 다듬으며 문 밖에서 다시 병상을 위한 랩소디 시간의 몸짓 겨울 밤에 쿨룩거리며 쓴 시 미안한 시 채탄 노래 새로 태어난 아가를 위한 노래 젊은 시인에게 제목 없는 하루 나의 시인을 위한 계획표 3.초여름 숲처럼 상원사 속으로 꽃 한 송이 무꽃 때때로 봄은 체온의 시 운주사에 이르러 목련꽃 물총새 남자를 위하여 사라져 가는 공간 친구처럼 부자가 되고 싶다 단식 시인과의 동거 영구 불면증 시크라맨의 기억 외신을 보고 겨울 네바 강 세벽 공항에서 난 기르는 사람 호미동 오디를 먹으며 4.학문을 닦으며 문민 시대 어느 날 오후 마감 뉴스 즐거운 밀림의 노래 이동전화기의 쥐떼 신호 대기중 자동차가 되어 어머니와 석간신문 그 자리 귀뚜라미와 메가폰 가위 내 안에 사는 문화인 다시 남자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