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례의 시적 상상력의 한끝에는 시골의 소읍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있으며, 다른 한끝에는 언니의 죽음이 있다. 시인은 언니가 죽음으로 도달한 서천의 깨끗한 세계를 삶으로, 시로 도달하려고 한다. 그 세계는 벌써 삶의 오물인 과거로부터 벗어나 있다. 붉은 하늘과 저녁 둥지를 트는 새들이 시인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은 그것들이 순결하기 때문이다. 시인의 마음이 뜨거운 것도 그 끝이 차가운 것도 모두 그가 그 순결성을 깊이 이해하기 때문이다. 순결한 마음은 순결한 것에 약한 마음, 그 함정에 빠지는 마음이 아니다. 저 순결한 기원은 거기 있는 것이며 거기서 빛나는 것일 뿐 누구에 의해 범해지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이를 길을 곡진하게 또 곡진하게 따라가야 할 것이나 과거를 다 청산할 수도 결코 거기에 이르지도 못하리라는 것, 그것은 시의 허망한 몫이다. 그러나 그 세계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확신하는 것, 그것은 시의 위대한 몫이다. ─황현산(문학평론가)
자서1서천으로 1서천으로 2서천으로 3해마4월을 보내네기찻길 옆봄날 저녁팔정사 백일홍푸른 사과별을 보면 통증이꽃구경 가자시더니꽃담눈떨어져 파닥이는 나방의 눈은 젖은 역청 방울처럼 빛났다나무가 바람을2짜장면 짬뽕 우동바보별 – 다솔에게 준 이야기보광사 가서빗방울그믐달나는 깜빡 물고기 – 황병기의 \’연 날리기\’를 듣다겨울비11월 저녁 일곱 시햇빛 감옥 – 진명에게모래알의 노래늙은 배나무삼수 갑산 정선 횡천3병점첫 눈물정육점에서 1정육점에서 2정육점에서 3살해산봄 바다미아리고개 1미아리고개 2흔적회귀원퉁이 당고모대낮양4가게는 사흘쯤 문이 닫혔다가 누군가에 의해 다시 열릴 것이고라면을 먹는다나무컵에 든 얼음항구 식당그들유리창바다 슈퍼구름의 애인내가 한 잎 나뭇잎이었을 때지독한 후회한 오천 살은 먹은 내 마음이작품 해설 – 누추한 과거 순결한 기워 / 황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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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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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 | 2015.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