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의 부치지 않은 편지는 죽은 이를 향해 결연한 절망의 어조로 말하는 시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죽음이 그대와 우리를 갈라놓은 이 음울한 세계에서 어떤 높고 큰 가치도 애정도 차라리 부정하고자 하는 절망적 결의가 그 내용을 이룬다. ─김흥규
자서
1새벽편지나그네새새벽편지부치지 않은 편지부치지 않은 편지새벽편지샛강가에서꽃다발꽃상여조화여름밤아무도 슬프지 않도록너의 단식 앞에서산새와 낙엽그날의 편지눈길폭풍겨울강에서편지희망은 아름답다너에게
2첫눈내 마음 무덤가에봄눈너에게기도하는 새눈부처편지쓸쓸한 편지봄날섭섭새에게새벽에 아가에게노랑제비꽃가을편지가을편지가을아버지의 가을거지산성비를 맞으며
3깃발깃발떼죽음꽃그날의 노래너의 무덤 앞에서오늘의 편지주먹밥넋새또 다른 가을사북을 떠나며다산전태일사월의 노래수유리에서어느 어머니의 편지가을이 당신에게가을의 유형지에서작은 기도작은 기도작은 기도작은 기도
발문─꽃뫼의 들녘 길에서 | 정채봉
정호승 글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으며,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반시(反詩)’ 동인으로 함께했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별들은 따뜻하다』 『새벽편지』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포옹』 『밥값』 『여행』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당신을 찾아서』 『슬픔이 택배로 왔다』,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수선화에게』, 영한시집 『부치지 않은 편지』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외 일본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중국어, 독일어, 조지아어, 몽골어 등의 번역시집이 있다.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구에 ‘정호승문학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