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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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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원제 The Wasted Vigil

나딤 아슬람 | 옮김 한정아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3년 3월 15일

ISBN: 978-89-374-9063-7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432쪽

가격: 14,000원

시리즈: 모던클래식 63

분야 모던 클래식 63, 외국 문학


책소개

당신이 아는 아프가니스탄은 모두 틀렸다

전쟁과 폭정, 내란으로 피폐해진 땅,
20세기가 남긴 최후의 비극 아프가니스탄
참혹하게 죽어 간 사람들과 살아남아 또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들
베티 트라스크 상(1993), 기리야마 상(2005) 수상 작가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한 번 읽으면 잊을 수 없는 이야기.”
—앤토니어 수전 바이어트(부커 상 수상 작가)

“우리 모두 괜찮아야지, 별수 있어요?
당신네 미국인들과 소련인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판을 치고 놀 수 있으면 그뿐이지
뭐가 더 중요하겠어요. 안 그래요?”
―작품 속에서

현대 아프가니스탄 역사를 날카로운 감각과 빼어난 묘사로 그려 낸 『헛된 기다림』이 민음사 모던 클래식(63번)으로 출간되었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나딤 아슬람이 2008년에 발표한 세 번째 장편소설로, 20세기 후반 이후 소련의 침공, 내란, 탈레반의 폭정, 미국과의 전쟁 등 극심한 혼란에 휩쓸린 아프가니스탄의 굴곡진 역사 속에서 비극적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이미 열세 살 때 지역 신문에 단편소설을 실을 만큼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보인 아슬람은 데뷔작 『레인버드의 계절』(1993)로 베티 트라스크 상을, 두 번째 장편소설 『잃어버린 연인들을 위한 지도』(2004)로 기리야마 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헛된 기다림』에서 아슬람은 아프간인뿐 아니라 영국인, 러시아인, 미국인 등 여러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선과 악, 문명과 야만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다양한 국가와 부족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복잡한 현실을 소설이라는 형식에 성공적으로 담아낸다. 2011년 워릭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목차

1부
1 거대한 불상 —– 13
2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건설 —– 53
3 벽을 넘어 —– 89
4 밤의 편지 —– 123
5 이야기꾼들의 거리 —– 149

2부
6 카사비앙카 —– 205
7 침묵하는 피리 —– 269
8 뉴욕의 칼리프 —– 332
9 헛된 기다림 —– 390
10 모든 이름이 내 이름이죠 —– 414

감사의 말 —– 421
옮긴이의 말 —– 423


편집자 리뷰

■ 모두가 탐냈던 땅, 모두가 상처 입은 땅 아프가니스탄

아프가니스탄은 험난한 역사를 지닌 나라이다. 인도와 서남아시아(중동), 중앙아시아가 교차하는 이곳은 전통적으로 동서 문화 교류의 중요한 통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군사적으로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했다. 그만큼 외세의 침략도 잦아,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영국이 세 차례 전쟁을 벌였고 1979년에는 소련이 침공해 10년이 넘게 전쟁을 했으며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대적인 공격을 받았다. 그 밖에도 외세에 저항하는 반군 군벌과 정부군 사이의 내란, 쿠테타, 군벌 간의 세력 다툼, 탈레반의 폭정과 압제 등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소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과거의 역사를 끊임없이 소환한다. 1993년, 2001년 두 차례에 걸친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는 물론이고 소련 침공 후 전쟁이 계속됐던 1980년대, 탈레반 정권이 통치했던 1990년대의 아프가니스탄이 등장인물들의 삶의 질곡과 맞물려 등퇴장을 반복한다.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대로 서술되지 않고 화자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줄거리를 단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서로 연결된 인물들의 숨은 이야기를 조금씩 조금씩 밝혀 주어 퍼즐을 맞추듯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슬람은 아프가니스탄과 이해관계가 얽혔던 나라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배경은 2000년대 중반의 어느 3월, 9․11 테러 전후 오사마 빈라덴이 은신했던 곳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동쪽의 토라보라 산악 지대이다. 마을과 떨어진 호수 근처에서 홀로 살고 있는 70대 영국인 의사 마커스의 집에 행방불명된 남동생을 찾는 러시아 여인 라리사, 전직 CIA 요원인 중년의 미국인 데이비드, 현직 요원인 제임스, 반군 세력에서 활동하는 아프간 청년 카사, 역시 아프간인인 젊은 여교사 두니아가 차례로 모여들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들의 관계는 아프가니스탄 역사의 비극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80년 소련군에 끌려간 마커스의 딸 자민은 군인이었던 라리사의 남동생 베네딕트에게 폭행을 당했고, 수년 후 데이비드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이번에는 군벌에 끌려가 실종된다. 몇 번이나 자민을 덮쳤지만 결정적 순간에 그녀를 꺼내 주고 탈영한 베네딕트는 침략자의 국적을 지녔다는 이유로 반군의 먹잇감이 된다. 사라진 딸을, 연인을, 남동생을 찾아 헤매던 마커스와 데이비드, 라리사는 이들이 죽음에 이른 사연을 점차 알게 되면서 참혹한 현실의 무게를 깨닫는다.
아프가니스탄은 서구 열강들이 무던히도 손에 넣고 싶어 했지만 결코 완전히 지배하지는 못했던 곳이다. “제국들의 묘지”라는 별명에 걸맞게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나라 모두 엄청난 피해를 입고 돌아서야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 아프가니스탄이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다민족 사회를 유지해 왔던 이곳은 20세기 마지막 사반세기를 지나며 20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나라 전체가 전쟁터로 변했다. 『헛된 기다림』이 다루는 시기도 바로 이때이다. 아슬람은 인종도, 국적도, 종교도 다르지만 모두 잔인한 현실 속에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아픔을 간직한 인물들을 내세워 전쟁과 폭력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물음을 던진다.

 

■ 냉전과 전쟁의 어두운 일면을 단호히 응시하는 소설

“이 지구의 미래”인 젊은이들, 즉 카사와 두니아, 제임스는 아프가니스탄의 갈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 준다. 이슬람 근본주의 가르침에 따라 철저히 성전(聖戰) 전사로 길러진 카사는 우연히 데이비드와 마커스의 도움을 받아 집에 머물게 되지만, 침략자나 다름없는 백인들이 마뜩지 않다. CIA 요원으로 반미 세력을 소탕하는 임무를 지닌 제임스는 정체를 숨기고 있는 카사를 의심스러워하고, 진보적인 교사 두니아는 ‘민주주의 확대’를 명분 삼아 9․11 테러에 대한 앙갚음을 하는 미국이나 광적인 믿음으로 똘똘 뭉쳐 여성과 약자를 억압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모두를 답답해한다.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인물들이 서로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소설의 긴장은 더욱 커진다. 더불어 아슬람은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아프가니스탄 주변 국가의 이해관계를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다분히 서구적 시각에 가려져 왔던 이곳의 실상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 준다.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종교적 열의와 미국 CIA 요원의 직업적 신념을 모두 ‘맹목적 사고’라는 범위 안에 놓는가 하면, 자신과 자기 조국의 행동을 반성적으로 돌아볼 줄 아는 인물들도 함께 등장시켜, 선과 악,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잣대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아슬람은 함부로 판단하거나 어설프게 위로하지 않고 무자비한 현실을 하드보일드한 문체에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자살 폭탄 테러나 포로 고문, 강간, 신체 절단, 투석형 등 너무 성실하다 싶을 만큼 가감 없이 묘사하는 잔인한 장면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잔혹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작품 속 내용은 모두 허구이지만 현실이 이와 다를 바 없기에, 혹은 현실이 이보다 더 심할 수도 있기에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헛된 기다림』은 ‘불편한 진실’을 넘어서는 이 ‘괴로운 진실’에 섣불리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이 서로의 상처를 내보이고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길을 열어 둔다. 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덮어 두지 않고 그 원인을 알아내려 노력한다. 남동생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서 먼 이국땅을 찾아오고, 사랑하는 여자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내려고 애쓴다. 이렇게 상처를 받아들이고 직시한 사람은 의식적이든 그렇지 않든 상처를 치유하는 길로 접어든다. 라리사는 오랜 절망에서 벗어나 새 삶을 시작하기를 꿈꾸며, 데이비드는 부자지간처럼 정든 카사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마커스는 딸의 죽음에 대한 냉혹한 진실을 알게 된 후에도 전쟁 때문에 고통받는 이 땅의 사람들을 위해 학교와 병원을 짓고 싶어 한다. 그리고 러시아로 돌아가는 라리사에게 답답한 현실에서 도망가지 말기를 부탁한다. 아슬람은 마커스의 입을 빌려 살아남은 이들에게 오늘과 내일을 지켜봐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소설이 지닌 또 하나의 강점은 아슬람의 뛰어난 표현력으로 생생하게 전달되는 시각적 이미지들이다. 아름다운 세밀화가 그려진 벽으로 둘러싸인 방, 그 방의 천장에 쇠못으로 박혀 있는 수백 권의 책들, 평온한 미소를 머금은 거대한 와불상의 머리, 그 돌부처의 상투에 앉아 나오지 않는 펜으로 보이지 않는 글을 꾹꾹 눌러 써 나가는 청년의 실루엣 등 감각적인 이미지들이 뇌리에 뚜렷이 각인되어 오랫동안 여운을 준다. 이 소설 『헛된 기다림』은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한 번 읽으면 잊을 수 없는 이야기”(A. S. 바이어트), “놀라운 서정성과 연민이 담긴, 괴롭지만 아름다운 소설”(《보스턴 글로브》)이라는 평처럼, 정치소설로도 순문학 소설로도 매혹적인 성취를 이뤄 낸다.

 

■ 줄거리

아프가니스탄의 토라보라 산악 지대. 마을과 떨어진 호수 근처에 영국인 의사 마커스가 홀로 살고 있다. 그는 탈레반과 군벌의 손에 아프간인인 아내와 딸을 잃고도 평생 살아온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70대 노인이다. 어느 날 라리사라는 러시아 여인이 행방불명된 남동생을 찾아 마커스의 집까지 온다. 이어서 보석 원석 거래상이자 전직 CIA 요원인 미국인 데이비드와 이슬람 근본주의 반군 세력에서 활동하는 청년 카사, 젊은 아프간 여교사 두니아가 차례차례 마커스의 집에 모여든다. 국적도 종교도 다르지만 모두 잔인한 현실 속에 무엇인가를 상실한 아픔을 간직한 이들은 자신들의 비정한 운명을 직시하고 서로의 상처를 깨닫기 시작한다.

 

■ 본문 중에서

아프가니스탄이 무너졌고 모두의 삶이 파괴되어 폐허 더미에 깔려 있다. 표면 가까이에 깔려 있는 사람들도 있고 훨씬 더 깊은 곳에 파묻혀 있는 사람도 있다. 엄청난 돌덩어리와 부러진 들보 밑에 깔려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땅 위에 있는 사람들은 듣지 못한다. 별 소용도 없는, 주변에 함께 깔려 있는 사람들만 들을 수 있을 뿐이다.
—48쪽

다른 전쟁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같은 전쟁이다. 내일의 전쟁이 오늘의 전쟁에서 잉태되어, 전쟁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용암이 땅 밑으로 수 킬로미터를 흘러오다가 가끔씩 지표면으로 분출해 나오는 것과 같다.
—358쪽

“믿기지가 않는군요. 돈을 원하신다고요?”
“그냥 돈을 원하는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돈을 원해. 그러면 안 되나? 돈이 있으면 학교와 병원, 공원, 도서관, 지역복지센터를 지을 수 있잖아. 돈만 있으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부를 얼마나 축적했느냐가 삶의 척도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아니고. 부자들은 부를 축적함으로써 세상에 진 빚을 다 갚았다고 생각하지. 내 말은 그런 말이 아니야. 탐욕과 필요는 엄연히 다른 거라고. 그리고 난 비단 이 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돕고 싶어.”
그녀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대단하신 분이군요.” 인간의 품격은 가족의 범위를 얼마나 크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녀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404쪽

 

■ 『헛된 기다림』에 쏟아진 찬사

▶ 놀랍다. 아슬람의 이야기는 아프가니스탄의 충격적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는 지뢰밭 같은 이곳의 현실을 날카로운 반사 신경과 좀처럼 보기 힘든 균형 감각으로 헤쳐 나간다. —《인디펜던트》
▶ 독자는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두고 탈레반을 먼저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슬람의 예리한 시선은 아프가니스탄을 이렇게 만든 책임이 이 땅과 관련된 모든 나라에 있다는 점을 간파한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 냉전과 전쟁의 어두운 면을 단호히 응시하려는 아슬람의 결단이 작품에 힘과 깊이를 더한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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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딤 아슬람

1966년 파키스탄 동북부의 구지란왈라에서 태어나 열네 살 때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다. 맨체스터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했지만, 열세 살 때 파키스탄 신문에 첫 단편소설을 발표할 정도로 문학에 심취했던 아슬람은 대학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1993년 파키스탄 시골을 배경으로 한 데뷔작 『레인버드의 계절』을 발표했다. 이 작품이 존 맥그리거, 제이디 스미스 등 영연방의 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배출한 베티 트라스크 상과, 영국 작가 클럽이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데뷔 소설에 수여하는 데뷔 소설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10여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끝에 영국 내 파키스탄 이주자 공동체를 다룬 두 번째 장편소설 『잃어버린 연인들을 위한 지도』(2004)를 발표하며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이 소설로 2005년 환태평양 및 남아시아 지역의 이해를 증진한 작품에 수여되는 기리야마 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 인터내셔널 임팩 더블린 문학상과 영국도서상 데시벨 라이터 부문 후보에 올랐다.
2008년 발표한 세 번째 장편소설 『헛된 기다림』은 현대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외세의 침입과 내란, 전쟁 등 극심에 혼란에 휩쓸린 아프가니스탄의 잔인하고 비극적인 현실을 무서우리만치 생생하게 담은 작품이다. 여기에서 아슬람은 다양한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장인물들, 자유롭게 오가는 시점(時點), 과감한 묘사를 통해 시각적 충격과 사고의 충격을 동시에 선사한다. 2011년 워릭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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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아 옮김

서강대 영문과와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한양대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강의를 했다. 옮긴 책으로 <잔의 첫사랑>, <나만의 행복 찾기>, <이 잔을 들겠느냐?>, <마음에서 들려오는 사랑의 소리>, <속죄>, <내 영혼의 리필>, <무죄추정>, <헛된 기다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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