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의 발견

이갑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3년 3월 15일 | ISBN 978-89-374-8663-0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0x185 · 310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비로소 인생을 발견하는 나이, 오십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돌이켜 보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기만 하면 인생이 술술 풀릴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리저리 치이며 끙끙거리다가 30대와 40대가 지나갔다. 어느덧 50대가 되어서야 겸허한 마음으로 인생을 돌아본다. 『오십의 발견』은 오십이 된 저자 이갑수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고 과거와 현재의 자기 자신을 성찰하며 써 내려간 산문을 모은 책이다. 시골 마을에서 소를 먹이고 나무를 타며 보낸 어린 시절부터 오십이 되어 여기저기 아픈 몸과 장차 다가올 죽음을 걱정하는 지금까지, 저자가 평생을 살아오며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묵묵히 오십 년을 걸어온 한 남자의 소박하고 진솔한 고백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그리운 고향 마을을, 늘 속만 썩였던 가족들을 떠올리고 스스로의 인생을 마주 보게 된다. 이 책은 황혼기에 접어든 중년들의 마음을 담담하게 두드리며 진한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편집자 리뷰

■ 나이 오십, 남자의 일생을 말하다
한없이 치열한 세상사에 부대끼며 외로움을 견디고 내려놓음을 배우다

공자는 오십이 되어서야 하늘의 명령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50세를 지천명(知天命)이라고도 한다. 천둥벌거숭이로 이 세상에 태어나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뭐든지 이뤄질 거라 생각하고 호기롭게 살다가 인생의 쓴맛을 맛보고 비로소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되는 나이가 바로 오십이다.
『오십의 발견』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치열한 인생을 살아온 한 남자가 오십이 되어 써 내려간 담담한 고백을 모은 산문집이다. 1959년에 태어난 저자는 올해로 만 54세이다. 오십에 접어든 후 지난 몇 년 동안 여기저기 끼적거린 고향과 가족과 인생과 세상에 대한 생각의 조각들을 차곡차곡 모은 결과물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활자화된 글을 써 본 것은 인생의 깔딱고개라 할 만한 서른 무렵부터였다. 그 고개를 힘겹게 오르며 문득 대입해 보니 내 나이 벌써 오전 11시 무렵이었다. 슬슬 허기가 찾아왔다. 매일 찾아오는 짧은 점심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러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채 배만 두드리다가 오후가 찾아오고 그러다가 저녁이 오면 그저 멍하게 잠든 채 깜깜한 밤을 건너가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우물쭈물하다 보니 정오를 지나 오후로 진입하고 있었다. 오후는 ‘오십 이후’의 준말이기도 하다. 내 나이 어느새 오후 2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일생이 하루에 요약되듯 나를 거쳐 간 모든 일과 장소는 몸에 퇴적되어 있을 것이다. 둔한 내가 그것을 모를 뿐 그동안 만난 모든 이들도 기억의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왜 나는 나를 못 보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내가 속한 이 세계에서 유일한 맹점(盲點)이 아니겠는가. 지금 육안으로 바라보는 이 세상에서 정작 내가 보이지 않다니!
—「서문」 중에서

옛일이 자꾸 생각난다는 것은 나이 먹어 감의 증거라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고향을 돌아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돌아갈 고향이 있는 자는 세상 어디를 가도 비굴해지지 않는다.”라는 말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경상남도 거창읍에서도 덕유산 자락으로 사십여 리를 더 들어가야 하는 ‘깡촌’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는 그 경험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고백한다. 학교 끝나고 돌아와 어머니가 점심을 차리는 동안 감나무 위에 올라가 매미를 잡은 기억, 삶은 꽁보리밥에 간장 조금 얹은 것을 두 손 가득 받아 쪽쪽 빨아 먹은 기억, 틈만 나면 시냇물에서 멱을 감고 족대로 물고기를 잡은 기억, 대낮에 소를 몰고 동청으로 나가 소먹이를 한 기억, 잔치가 열릴 때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어탕국수를 국물까지 싹싹 비운 기억……. 이제는 그 어디에서도 실제로 볼 수 없는 그리운 고향 마을 풍경이 눈앞에 아스라이 떠오를 때, 머리가 하얗게 샌 남자는 까까머리 장난꾸러기 소년이 된다. 그리고 다시금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는다.

술 먹는 날이 먹지 않는 날보다 훨씬 많았다. 그런 세월이 제법 오래 지속되었다. 어느 날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온몸이 뻐근한 증세가 나타났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에는 나이가 걸렸다. 씩씩하게 살아온 날들도 이젠 나를 감당하기에 지쳤는가. 이상하게도 그동안 술에 담그다시피 했던 생활을 반성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발밑이 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안 좋다고 생각하니 진짜로 안 좋아지는 것 같았다. 나는 아프다.
—「휘청거리는 오전」 중에서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며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몸 건강에 대해서는 소홀해지기 십상이다. 실제로 여기저기 쑤시고 결리고 아파야, 몸에서 비상 신호를 열심히 보낸 뒤에야 못 이기는 척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병원에 간다고 한들 세월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노화를 막을 수 있겠는가. 늙어 가는 것, 한 줌 흙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그것만큼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이다. 서글프지만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저자는 한없이 겸허해지며 몸을 낮춘다.

그 시작과 끝은 잘 모르지만 윤회를 믿는다. 이승에서의 삶이 생사를 거듭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끝없이 순회하는 생사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적멸 상태로 들어가지 않는 한 이 고통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초상이란 말에서 初는 이제 처음으로 겨우 한 번 죽는 것! 지금 이 생(生)에서처럼 그냥 그냥 살아간다면 앞으로 죽을 일이 몇 번이고 까마득히 남은 것! 그래서 처음 初는 죽음에 참으로 딱 들어맞는 한자라고 생각했다.
—「초상에 대한 공부」 중에서

무덤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삶, 그렇기에 한순간도 허투루 흘려 보낼 수는 없다. 대학 시절 방황을 거듭하던 청년은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가슴속에 품고 출판계에 뛰어들었고, 이리저리 휘청거리던 시간을 거쳐 어엿한 출판사 대표가 되었다. 무수히 많은 연애편지를 주고받았던 앳된 여인은 남편 건강 걱정에 준(準)간호사 노릇을 하는 중년 아줌마가 되었다. 대학 입학 시험을 보기 위해 처음 서울에 올라와 여인숙에서 잠 못 이루고 뒤척거렸던 고등학생, 그 아이가 어느새 아버지가 되어 아들의 대학 면접 시험장에 쫓아가게 되었다. 세월은 무상하되 무의미하지는 않다. 저자는 소박한 삶의 순간에서 찾은 커다란 의미들을 풀어내며 보편적으로 나이 들어가는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목차

서문

1부 관찰─일생의 일상
인생은 마라톤
내가 나에게 주는 상장
귀하는 지금 행복한가
구직 청년의 고독
기계에 대한 궁리
토요일의 신발들
시내버스에서 만난 첨단 제품
휘청거리는 오전
벙어리장갑의 추억
간판에 대한 명상
아내의 장난감
입술, 그 잔혹한 무대막
인중에 관한 명상
달과 함께

2부 기억─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목탁 소리
소와 함께 우는 울음
기저귀에 관한 명상
0.4미리가 왔습니다
몸속의 쥐 한 마리
공터에 부는 바람
배드민턴 치는 사람들
농부로부터
눈물의 정체
시냇물로 쓴 붓글씨
누가 부르는 이름
호일여인숙에서의 하룻밤
기차는 간다
공중을 달리는 인생
왜 고향은 저녁에 도착해야 할까

3부 지금, 이 순간─나를 때리고 간 빛은 어느 별로 가는가
꽃산행 꽃글
겨우,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
공중전화기라는 물건
눈이 두 개인 까닭
흰색, 그 기진맥진한 색깔
바다와 나비 vs 하늘과 그림자
현관, 세상과 우주가 붐비는 곳
우리 집은 시외버스
얼기설기하게 조립된 세계
슬픈 체류 기간, 18775일
항아리가 있는 풍경
그림자에 관한 명상
등산화 X의 초상
지붕으로 던진 초승달
달빛 아래 파이는 구멍
월식, 벌레 먹은 달을 보다
심야 마을버스의 붉은 등

4부 먼 길─빛보다 빨리 사라지는 것들
알아차림
세상의 끝
먼지들의 무단 침입
나는 이제 없는 것인가
발바닥에 관한 단상
그것(it)의 말
빛보다 빨리 사라지는 것들
초상에 대한 공부
영안실에서 겨우 만난 눈물
축제였다, 축제
무덤에 관한 명상
씻김굿, 그리고 그 후

작가 소개

이갑수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나 거창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했다. 여러 우회로를 거쳐 서른 즈음에 출판계에 입문하여 민음사와 사이언스북스에서 일했다. 1990년 《세계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15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두 권의 시집이 있었으나 시에 관한 이력은 이제 희미한 옛일이 되었다. 마흔이 될 무렵 출판사를 기획하여 궁리출판을 세웠고 지금까지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신인왕제색도』, 『인왕산 일기』가 있다. 최근 뒤늦게 식물을 발견하여 산으로 공부하러 다닌다. 현재 이굴기(李屈己)라는 필명으로 《프레시안》에 「꽃산행 꽃글」을 연재하고 있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3년 3월 22일 | 최종 업데이트 2013년 3월 22일

ISBN 978-89-374-8664-7 | 가격 9,100원

비로소 인생을 발견하는 나이, 오십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돌이켜 보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기만 하면 인생이 술술 풀릴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리저리 치이며 끙끙거리다가 30대와 40대가 지나갔다. 어느덧 50대가 되어서야 겸허한 마음으로 인생을 돌아본다. 『오십의 발견』은 오십이 된 저자 이갑수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고 과거와 현재의 자기 자신을 성찰하며 써 내려간 산문을 모은 책이다. 시골 마을에서 소를 먹이고 나무를 타며 보낸 어린 시절부터 오십이 되어 여기저기 아픈 몸과 장차 다가올 죽음을 걱정하는 지금까지, 저자가 평생을 살아오며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묵묵히 오십 년을 걸어온 한 남자의 소박하고 진솔한 고백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그리운 고향 마을을, 늘 속만 썩였던 가족들을 떠올리고 스스로의 인생을 마주 보게 된다. 이 책은 황혼기에 접어든 중년들의 마음을 담담하게 두드리며 진한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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