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13년 1월 25일 | 최종 업데이트 2013년 1월 25일 | ISBN 978-89-374-8649-4 | 가격 10,500원
“올 한 해 가장 뛰어난 작품!”
―주노 디아스([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의 작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은 기적이었다.
역사의 격랑에 휩쓸린 두 남녀의 운명
배고픔도, 두려움도, 고통도,
그리고 전쟁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위대한 사랑
2010년 출간되자마자 미국 주요 언론의 극찬을 받은 줄리 오린저의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다리](전 2권)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오린저는 단편 아홉 편을 묶어 낸 데뷔작 [물속에서 숨쉬는 법](2003)이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도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올해의 책’에 선정되면서 미국 문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받고 있는 차세대 작가이다. [보이지 않는 다리]는 2차 세계대전 무렵 헝가리 출신 유대인 두 남녀의 운명적 사랑을 웅장하고 감동적으로 그려 낸 작품으로, 오린저는 파리와 부다페스트 등 유럽 전역을 오가는 방대한 스케일,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탄탄한 구성, 강력한 스토리텔링과 디테일한 묘사로 20세기에서 가장 비극적이었던 시대를 독자들 앞에 생생하게 그려 낸다. 시대의 고난을 극복하는 위대한 사랑의 힘을 노래하는 [보이지 않는 다리]는 [뉴욕 타임스] 선정 ‘2010년 주목할 만한 도서 100선’, [워싱턴 포스트] 선정 ‘2010년 최고의 소설’에 이름을 올렸으며 2011년 오렌지 상 후보에도 올랐다.
또 하나의 고전이 될 위대한 사랑 이야기
1937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건축 공부를 위해 파리로 가는 언드러시 레비는 명망 있는 하스 가문의 노부인에게서 C. 모르겐슈테른이라는 사람에게 편지를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국제 우편은 믿을 수 없으니 파리에 도착하면 우체통에 넣어 달라는 것. 편지를 부친 후 한동안 익숙지 않은 프랑스어와 씨름하며 정신없이 유학 생활을 보내던 언드러시는 우연한 기회로 C. 모르겐슈테른의 집에 초대받는다. 집주인이자 편지의 수령인은 남편 없이 딸과 단둘이 사는 발레 강사 클러러 모르겐슈테른이다. 언드러시는 클러러가 하스 노부인의 딸임을 알아채고, 이후 클러러 하스는 언드러시의 삶 전체에 깊이 각인되는 운명의 여인이 된다.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언드러시보다 아홉 살이 많은 데다 딸이 있는 클러러는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한다. 게다가 성을 바꾸고 가족과 연락을 끊은 채 파리에서 혼자 살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어두운 과거는 두 사람의 관계에 발목을 잡는다. 결국 언드러시는 가난한 유학생이라는 처지에 대한 좌절감과 비밀을 털어놓으려 하지 않는 클러러에 대한 서운함 때문에 이별을 고한다. 하지만 떨어진 후에야 서로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깨달은 두 사람은 마침내 재회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바로 그때 역사의 비극이 두 사람의 삶에 개입한다. 헝가리 당국이 유대인 유학생에게만 적용되는 새 비자 정책을 실시하면서 언드러시는 비자를 갱신하러 어쩔 수 없이 헝가리로 향하고 클러러는 과거가 폭로될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따른다. 클러러는 가족들과 다시 만나고 두 사람은 축복 속에 결혼해 새 삶을 꾸리지만,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프랑스로 돌아가는 길이 막히고 만다. 그리고 전쟁과 함께 시작된 유대인 강제 노역으로 두 사람은 기약 없는 헤어짐을 강요당한다.
소설은 사랑에서 피어나는 강한 생존의지를 심오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 낸다. 극한의 상황에서 거친 노역에 시달리는 언드러시와 폭격의 위협을 견디며 기다리는 클러러를 버티게 하는 힘은 사랑에서 나온다. 변치 않는 사랑과 신뢰, 그리고 그 결실인 아이들은 두 사람이 잔인하고 참혹한 시대 상황에도 삶을 이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녀가 임신을 했다. 그가, 언드러시 레비가 아빠가 된다는 소식이었다.
퍼 담아야 할 석탄이 몇 톤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불안정한 레일 때문에 수없이 수레가 기울어져도, 수없이 물집이 터져 피가 흘러도, 경비병들이 아무리 가혹하게 대해도 상관없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목이 말라도, 잠을 못 자도, 아무리 오랫동안 연병장에 집합해 있어도 상관없었다. 내 몸이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인가. 50킬로미터 떨어진 부다페스트에서 클러러가 그의 아기를 잉태하고 있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그녀가 편지에 쓴 예정일까지의 몇 개월 동안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2권/ pp.96~97)
추웠다.
티보르가 흐느끼고 있었다.
티보르가 누군가에게(요제프인가?) 언드러시는 이제 다된 것 같다고 말하고 있었다.
티보르가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오늘이 터마시의 생일이라고 말해 주었다.
오늘 죽진 않겠다는, 아들의 생일에 죽지는 않겠다는 결심이 섰다.
갈가리 찢긴 그의 몸속에서 가느다란 한 가닥의 힘이 솟아올랐다.
(2권/ p.425)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잔혹한 죄악 속에서도 서로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작가 오린저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정치나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사는 한 개인의 삶으로 접근하며, 전쟁이 전가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에도 굴하지 않는 인간의 생의 의지를 언드러시와 클러러 두 연인의 사랑을 통해 드러낸다. 징집영장을 손에 든 클러러가 집 앞에서 언드러시를 기다리는 장면이나 재회한 두 사람이 상대방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장면에서 숭고함마저 느껴지는 것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 가는, 이들의 사랑이 가진 힘 때문일 것이다.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되는 전쟁과 구원의 풍경
[보이지 않는 다리]의 책장을 열면 만만치 않은 분량과 방대한 스케일,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안에 빼곡하게 들어선, 무척 상세한 묘사에 놀라게 된다. 1930~1940년대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단순히 2차 세계대전의 전장을 훑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소설에는 가난한 유학생 언드러시가 사는 싸구려 다락방에서 어린 소녀들이 춤추는 클러러의 발레 교습소, 건축 학교, 오페라 극장, 유럽 횡단 열차, 그리고 동부전선의 노무 부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이 등장하며 그때마다 오린저는 그 장소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섬세히 묘사하기를 잊지 않는다. 오랜 시간 공들인 디테일한 묘사는 독자의 모든 감각을 언드러시와 클러러 두 사람이 사는 세계로 이끈다. 덕분에 독자들은 언드러시가 클러러의 교습소로 가는 동안 그와 함께 센 강을 건너고 마레 지구를 거치며 파리 시내를 산책할 수 있고, 언드러시가 설계 대회에 제출한 건축 모형을 르코르뷔지에와 나란히 서서 이모저모 따져볼 수 있으며, 화려한 무대 뒤에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오페라 극장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다리]는 로맨스의 골격을 갖추었지만 동시에 시대를 증언하는 역사소설이기도 하다.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즉 유럽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던 일촉즉발의 시기부터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모든 것이 폐허로 변해 버린 시기까지의 정치적, 역사적 사건들이 클러러와 언드러시의 이야기 안에 촘촘히 엮여 있다. 추축국에 가담했다가 탈퇴 직전 독일에 점령당하고, 전쟁 말미에는 소련에 점령당해 다시 연합국으로 돌아선 헝가리의 굴곡진 운명처럼 언드러시와 클러러도 전황에 따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두 사람 외에도, 전쟁으로 굴절되고 마는 삶의 비극을 보여 주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소설 전체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오린저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20세기 역사에서 가장 긴박했던 시대의 장면 장면을 충실히 재현해 낸다.
[보이지 않는 다리]는 무자비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감동적인 사랑의 힘을 보여 주는 소설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언드러시와 클러러, 그리고 그들의 친구와 가족들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1부 대학가
1 편지
2 서유럽 급행열차
3 카르티에 라탱
4 에콜 스페시알
5 사라 베르나르 극장
6 일자리
7 점심 초대
8 오르세 역
9 뱅센 숲
10 세비녜 가
11 겨울 연휴
2부 깨진 유리
12 실습실에서 생긴 일
13 방문객
14 이발
15 튈르리 공원에서
16 돌집
17 파리 유대교 대회당
18 카페 베두앵
19 골목
20 죽은 목숨
3부 떠남 그리고 돌아봄
21 만찬회
22 시뇨리다 디 사바토
23 생제르맹 스포츠 클럽
24 일 드 프랑스 호
25 헝가리 영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