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Baume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0년 4월 3일
ISBN: 978-89-374-0341-5
패키지: 반양장 · 국판 148x210mm · 152쪽
가격: 7,500원
분야 논픽션
평화주의자요 자유주의자였던 헤르만 헤세는 풍경화를 즐겨 그리는 자연주의 계열의 화가였다. 그의 글과 그림은 사랑스런 숲비둘기처럼 도시 사람들에게 자연의 감동을 전해주는 평화의 전령사다. 스위스의 작은 주 테신은 울창한 숲속에 가린 은둔자의 마을. 봄빛 다정한 풍경들과 그곳의 사람들을 이 책에서 만나 볼 수 있다.
1. 나무 2. 그리스도 수난의 날 3. 사월의 편지 4. 꽃핀 가지 5. 유년 시절로부터 6. 마로니에 7. 꿈 8. 복숭아나무 9. 만개 10. 페터카멘친트 11. 자작나무 12. 마로니에 숲의 오월 13. 슈바르츠발트 14. 회오리바람 15. 어느 날 일기 16. 보리수꽃 17. 나그네의 안식처 18. 죽은 나무에 대한 애도 19. 한여름 20. 대조 21. 푄 바람이 부는 밤 22. 어느 오래된 시골 별장에서의 여름날 오후 23. 구월의 비가 24. 브렘가르텐 성에서 25. 가을 나무 26. 가지를 쳐낸 떡갈나무 27. 한 고장의 자연데 대한 서술 28. 시든 잎 29. 가을비 30. 안개 속에서 31. 1914년 십일월 32. 꺾인 가지의 삐걱거림 33. 늦가을의 나그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등의 작품으로 영원한 반항아요 청년으로 살기를 원했던 헤세이지만, 산문집을 통해 그는 일찍이 그토록 꿈꾸어 왔던 자, 바로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돌아온다. 숲속의 은둔자, 하늘을 우러르는 예지자로서 자연의 비밀을 통해 삶의 섭리를 드러내는 일은, 헤세가 숭배하는 나무의 가르침이자 동시에 현자(賢者) 헤세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이 책속의 시와 수필들은 헤르만 헤세가 일생 동안 나무를 소재로 쓴 글들이다. 헤세에게 나무는 인간의 다른 모습이다. 탄생해서 성장하고 발아해서 꽃을 피우며 겸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나무의 일생을 통해 헤세는 인간 족속의 역정을 살핀다. 나무는 우리를 추억으로 이끈다. 낯선 곳에 도달한 방랑자는 마을의 광장과 종루, 교회당을 만나지만 진정 그에게 휴식처가 되는 것은 광장을 지키고 선 나무이다. 깊은 옹이와 마디진 가지, 우듬지 위로 부는 초저녁의 산들바람은 나그네의 피로와 고독을 달래 주는 한 모금의 단술. 그래서 헤세는 어느 장소를 떠올릴 때 나무가 없는 풍경은 떠올릴 수 없노라고 말하고 있다. 동양의 윤회 사상에 침윤되었던 헤세이니만큼 그는 나무에게서 죽음과 환생의 원리를 배운다. 거센 폭풍우에도 고집스레 자신의 나뭇잎들을 붙들던 나무는, 바람이 자고 대기가 부드러운 공기로 충만한 어느 날, 부드러운 미풍에 그토록 아꼈던 나뭇잎들을 내어준다. 마치 이제 인내와 고집을 다하고 소리없이 기꺼이 순종하듯이. 나무를 바라보는 헤세의 눈길은 자연을 바라보는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우람하고 반듯한 수목보다는, 마디지고 뒤틀린 나무를 담는 우리네 수묵화의 정서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기에 여기 실린 헤세의 명상들은 우리에게 더욱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울러 함께 실린 임메 테헨틴의 사진 서른여덟 장은, 나무의 성장과 사계(四季)의 파노라마를 담은 것으로 헤세와 함께하는 이 다사로운 산책길에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