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와 장편소설 <영광전당포 살인사건>, <왼쪽 손목이 시릴 때>의 작가 한차현의 신작 장편소설. 버스와 충돌하고도 멀쩡하며 남성과 여성 성기를 동시에 지닌 주인공, 초자연적 능력을 지닌 국가재건회의 2135호와 지하실 0호가 존재하는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다. 그러나 빈틈없이 인간을 억압하는 통제 사회의 섬뜩함이 작품의 바탕에 깔려 한없이 가벼운 듯 보이면서도, 묵직한 주제의식이 깊이 녹아 있다. 뚜렷한 직업도, 사회적 명찰도 없는 여관 장기 투숙자인 주인공 ‘나’는 어느 날 밤, 숙소로 돌아가다 인적 드문 횡단보도 앞에서 마을버스와 충돌하는 사람을 본다. 마을버스의 전면 차장에 길게 한 줄 금이 가고, 오른쪽 범퍼 위가 손바닥 넓이로 움푹 팰 만큼 충돌하고도 멀쩡한 여자, ‘ㅁ’. 둘은 서로의 숙소를 오가며 동거 아닌 동거를 시작한다. 우연히 그녀의 가방에서 남성용 정조대를 발견한 ‘나’는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그것을 착용하지만, 풀리지 않는 정조대 때문에 ‘ㅁ’이 돌아올 때까지 꼼짝없이 기다린다. 저녁에 돌아온 그녀에게 정조대에 대해 고백을 하는 순간, 누군가 여관방 문을 노크하고, ‘ㅁ’은 찾아온 특이한 세 명의 남자를 따라 바쁘게 떠난다. 열흘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인 그녀를 만나고자 하는 ‘나’와 둘의 만남을 철저히 봉쇄하려는 국가재건회의의 비밀스러운 음모는 나를 점점 파국으로 몰아넣는데….
버스와 충돌하고도 멀쩡한 슈퍼우먼 ‘ㅁ’의 가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남성용 정조대. 여관 장기 투숙자인 ‘나’는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그것을 착용하고야 마는데…… 오염되지 않은 날것의 상상력을 그대로 지닌 저자의 네 번째 장편소설. 미학적 위선으로부터 자유롭고 비주류적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현하는 이 소설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믿거나, 움직이는 모든 것이 살아 있다고 확신하지 말 것이란 Tip을 제공하며, 그 독특한 상상력과 환상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하고 있다.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 한차현의 신들린 상상력! 공적인 죽음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는가? 카이사르와 박정희, 존 레넌과 간디, 카뮈와 이휘소, 장국영과 기형도. 지휘 체계의 통제를 받고 정보가 관리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공공의 필요에 의해서라고 믿어지는, 따라서 어느 시대 어느 체제에도 존재했고 은폐되었던 죽음. 그것이 바로 한차현의 장편소설 『여관』이 주장하는 공적인 죽음이다. 공적인 행위란 흔히 전체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법. 그렇다면 공적인 죽음의 은밀한 수행원 혹은 비밀요원으로 추정되는 ‘당신(ㅁ)’과 일반인―주인공 ‘나(한차연)’이자 작가(한차현)인 동시에 모든 사람들―과의 접촉은 국가기관에 의해 철저히 봉쇄될 수밖에 없다. 빈틈없이 인간을 억압하는 통제 사회의 섬뜩함을 배면에 깔고 있는 이 작품 『여관』의 비극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일견 한없이 가벼운 듯 보이지만, 묵직한 주제의식이 소설의 재미에 깊이 녹아 있는 것이다. 생물학적 소재로 만들어진 유전자 합성인간 레플리컨트(『영광전당포 살인사건』) 등 상상력의 허를 찌르는 독특한 작품에서도 매번 철학적 존재론과 인식론의 영역 등을 밀도 있게 천착해 온 작가의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버스와 충돌하고도 멀쩡하며 남성과 여성 성기를 동시에 지닌 인물이 존재하고, 초자연적 능력을 지닌 국가재건회의 2135호와 지하실 0호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여관』은 일종의 팬터지다. 뚜렷한 직업도, 사회적 명찰도 없는 여관 장기 투숙자인 ‘나’와 ‘당신’은 문학평론가 이경재가 지적한 바와 같이 “현대인의 외로운 기표들”이다. 중음신(中陰神)이 되어 떠도는 그들은 살아 있으나 살아 있는 것이 아닌, 시작은 있으나 끝은 없는 영원한 반복의 순환구조에 놓여진다. “70년산 이후 세대가 거의 체질적으로 향유하고 있는 ‘잡종적 문화체험’을, 문화적 취향에서의 민주주의적 경향 또는 무차별적 혼합의 방식을 관대하게 용인한 그들 세대만의 고유한 관점에서 반죽할 수 있”(문학평론가 이명원)는 한차현의 작가적 능력과 가능성이 어김없이 드러난 대목이다. 소설의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도 결코 늦춰지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과 경계를 허무는 작가 한차현만의 독특한 글쓰기는 이 시대의 독자들을 강렬하게 사로잡을 것이다.
제1장 성우장 202호 제2장 성동여관 309호 제3장 그린모텔 406호 제4장 국가재건회의 2135호 제5장 그랜드모텔 305호 제6장 새서울여관 201호 제7장 당신이라는 여관 제8장 지하실 0호 제9장 다시 성우장 202호 작품 해설_ 중음신이 된 현대인의 한없는 미끄러짐ㆍ이경재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