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4월 다시 조선으로 부임한 빅토르 콜랭을 따라 리심은 한양으로 돌아온다. 그사이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장으로 변한 조선은 중전 민 씨가 살해당하고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하는 수모를 겪었다. 리심은 학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며 조선을 개혁하고자 하는 꿈에 부풀지만, 그녀를 정략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그녀의 운명을 다시 요동치게 한다.
▶ 김탁환 2006년 신작 장편 소설기발한 상상력과 치밀한 고증으로 역사 소설의 새 지평을 연 작가 김탁환이 신작 장편 소설 『리심」을 발표했다. 격동의 구한말, 조선 궁중 무희 리심(梨心)과 프랑스 외교관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외세의 이권 침탈에 신음하며 힘겹게 근대의 싹을 틔워 가던 개화기 조선의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2006년 《세계의 문학》 여름호와 가을호에 두 차례 분재했던 것을 단행본으로 묶었다. ▶ 리심, 그녀는 누구인가? 리심은 19세기 말 실존 인물로 초대 프랑스 공사 빅토르 콜랭과 사랑에 빠졌던 궁중 기생이다. 1893년 5월 빅토르 콜랭과 함께 파리로 건너가 조선 여성 최초로 유럽 땅을 밟았고, 1894년 10월에는 모로코로 건너가 역시 조선 여성 최초로 아프리카 땅을 밟았다. 1896년 3대 프랑스 공사로 부임한 빅토르 콜랭을 따라 귀국해 궁중 무희로 복직했으나 금조각을 삼키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에 관한 기록은 2대 프랑스 공사 이포리트 프랑뎅의 회고록 『한국에서(En Corée)』(1905년)에 등장한다. 작가 김탁환이 리심에 관한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2년 전 우연히 프랑뎅의 회고록을 읽다가 “리심은 자신이 관찰한 놀라운 서양 문물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기록해 두었는데, 나는 언젠가 그 기록들을 꼭 출판하려고 다짐하고 있다.”라는 대목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이 문장에서 착상을 얻은 작가는 리심이 기록해 두었으나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가상의 여행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중세와 근대, 전통과 외세, 제국과 식민지를 가로지른 선구자적 여인 100여 년 전 사랑을 따라 낯선 이국땅을 떠돌았던 리심의 여행기는 작가의 손을 빌려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중세 조선과 근대 구라파를 가로지르는 역사적 체험으로 승화된다.조선의 궁중 무희였던 리심은 프랑스 공사의 부인이 된 후 빠르게 근대 문물과 질서를 받아들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봉건적인 사회 질서를 혁파하고 근대 사회로 탈바꿈하고자 성장통을 겪던 개화기 조선의 혼란상을 보여 준다. 이후로 리심은 외교관 빅토르 콜랭을 따라 일본, 프랑스, 모로코까지 나아간다. 일본에서는 갑신정변에 실패하고 망명한 김옥균을 만나고 프랑스에서는 “암컷 원숭이”라는 조롱 속에 인종차별에 시달리며 모로코에서는 식민 통치에 시달리는 약소국 백성의 비애를 목격한다. 여행의 결과 리심은 빅토르와의 사랑만 아는 소극적인 여인의 모습을 탈피하여 고아들을 거두며 다른 어려운 이들에게 관심을 돌리게 되고, 지금까지 당연시했던 중세적인 질서에 의문을 품고 근대 학문을 배우기를 갈망하며, 조선을 개혁하여 부강한 나라로 만들 필요성을 자각한다. 그러나 빅토르 콜랭이 다시 프랑스 공사로 부임하면서 리심도 조선으로 돌아온다.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게 살해당하고 고종도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난하는 등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프랑스까지 다녀온 리심은 자연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리심은 곧 고종의 정략에 휘말려 강제로 궁중 무희로 복직된다. 결국 리심은 그녀의 “인간다움을 앗아가는 사내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자살을 선택한다. ▶ 리심의 발자취를 찾아서현재 리심에 관해서는 프랑뎅의 회고록 외에는 별다른 자료가 없다. 심지어 이름조차 불분명하다. 프랑뎅은 그녀의 이름을 ‘Li Tsin’이라 쓰고 \’영혼의 꽃\’으로 해석했다. 프랑뎅이 중국어에 능통한 외교관임이었음을 감안하고 중국식으로 읽으면‘리심’이 된다. 처음 프랑뎅의 회고록을 번역한 프랑스 리옹 3대학 이진명 교수도 ‘리심’으로 번역했다. 1981년 MBC 창사 20주년 기념 드라마 「리심(梨心)의 비련기(悲戀記)」를 집필한 신봉승 작가 역시 ‘리심’으로 이름을 정했다. 최근 이 책을 번역한 동아대 김성언 교수는 ‘리진’이라고 옮겼지만 근거를 밝혀 놓지는 않았다. 작가는 프랑뎅의 중국식 표기를 따라서, 또 이진명 교수와 신봉승 작가의 선구자적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그녀의 이름을 리심으로 정하고 배꽃 리(梨)에 마음 심(心)을 쓰는 쪽으로 택했다. 10년 동안 작품에 임할 때마다 철저한 고증과 자료 조사를 빠뜨리지 않았던 저자는 이번에도 조선 시대 한양을 답사하듯 19세기 파리 거리에서 리심의 흔적을 찾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리고 리심이 갔던 길과 머물렀던 집들을 하나하나 되밟아 문장으로 녹이고자 수차례 일본, 프랑스, 모로코를 취재했다. 작가 스스로도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20년 동안 내가 배우고 익힌 모든 공력을 쏟아 부었다.”라고 말할 만큼 공을 들였다. 그 치열했던 취재와 답사의 결과물은 14쪽에 달하는 컬러 화보와 3장의 지도, 「리심의 흔적을 찾아서」라는 권말 부록에 담겨 있다. ▶ 2008년 영화화 예정『리심』은 LJ 필름과 나우 필름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제작비 200억원 규모로 영화를 제작 2008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LJ 필름은 미국의 대형 배급사와 손잡고 기획, 투자, 제작을 공조할 계획이다.▶ 저자 김탁환 1968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다. 1994년 ≪상상≫ 여름호에 「동아시아 소설의 힘」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진해 벚꽃」, 「열녀문의 비밀」, 「불멸의 이순신」, 「방각본 살인 사건」, 「허균, 최후의 19일」, 「나, 황진이」,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등이 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교수로서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그곳입국 인사돌멩이를 던지다세 친구또 다른 증언도쿄에서 보낸 편지백두산 호랑이경쟁만이 살 길이다재회 하나재회 둘초청장왕의 칙사는 지금도초대받지 않은 손님우리 둘만의 왈츠파티의 기억: 지월마른 나무 유감: 홍종우의 일기「적지」를 사다공화국의 길 제국의 길맑은 피객간에서 아버지를 추측하다독대서재필과 홍종우다시 모인 세 친구약속을 깨다어떤 황홀경선물을 되찾아 오라!내 영혼의 도시들납치실종다시, 사막에 누워빛과 어둠뼈에 새긴 약조왕과 나새로운 국면연못 고(考)흥정제국의 꿈춤을 위한 변명: 리심이 불태운 상소외나무 다리마지막 요구뼈아픈 확인추문들중용청천벽력편지는 나의 힘!황제 즉위좌절호출짧은 축사마지막 공연을 기다리며망각의 춤부록 – 리심의 흔적을 찾아서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