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호승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4년 11월 15일
ISBN: 978-89-374-0624-9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2x210 · 116쪽
가격: 13,000원
분야 오늘의 시인 총서
시인 정호승이 눈물로 빚은 칼
베어서 상하게 하는 폭력이 아닌
베어서 치유하려는 사랑의 메스
시대를 증언하고 위로했던 정호승 대표작
오늘의 시인 총서로 새롭게 출간
1부
새벽편지 15
나그네새 16
새벽편지 18
부치지 않은 편지 19
부치지 않은 편지 20
새벽편지 21
샛강가에서 22
꽃다발 23
꽃상여 24
조화(弔花) 26
여름밤 27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28
너의 단식 앞에서 29
산새와 낙엽 30
그날의 편지 32
눈길 33
폭풍 34
겨울강에서 36
편지 37
너에게 38
희망은 아름답다 40
2부
첫눈 43
내 마음 무덤가에 44
너에게 46
봄눈 48
눈부처 49
기도하는 새 50
쓸쓸한 편지 52
편지 54
봄날 55
새벽에 아가에게 56
섭섭새에게 58
노랑제비꽃 59
가을 편지 60
가을편지 61
가을 62
아버지의 가을 63
산성비를 맞으며 64
거지 66
3부
깃발 69
깃발 70
떼죽음꽃 72
너의 무덤 앞에서 74
오늘의 편지 76
그날의 노래 78
주먹밥 79
넋 80
새 81
또 다른 가을 82
사북을 떠나며 84
다산(茶山) 86
전태일(全泰壹) 87
사월의 노래 88
수유리에서 89
어느 어머니의 편지 90
가을에 당신에게 94
가을의 유형지에서 96
작은 기도 98
작은 기도 99
작은 기도 100
작은 기도 101
발문/ 정채봉
꽃뫼의 들녘 길에서 103
연보 109
정호승 시집 『새벽편지』가 민음사 ‘오늘의 시인 총서’로 새롭게 독자들을 찾는다. 정호승은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서정 시인이다. 교과서에서 만날 수 있는 시뿐만 아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등은 대중의 열렬한 호응 속에 ‘국민 시집’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따뜻한 시로 힘든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의 손길을 건네는 그의 시는 감성의 축 위에만 서 있지 않다. “시대와 현실의 목마른 척박함에 발을 대고 서 있지만 위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김승희 문학평론가) 그의 시는 사회를 향한 도저한 비판 정신을 서정의 틀로 담아내며 시대를 대표하는 서정으로 평가받는다.
“당대의 고통을 반영할 뿐 아니라 초월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시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초월성은 서정(抒情)을 통해 나타난다. 1970~80년대라는 겨울을 지나면서도 서정이라는 함박눈조차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참혹할까 싶었다. 시대 상황의 반영과 서정성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닌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내놓은 작품들이 『슬픔이 기쁨에게』, 『맹인부부가수』,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이다. 이 시들은 지금도 대중 속에서 살아 있다.”
언젠가 한 인터뷰 자리에서 정호승 시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1987년에 출간된 『새벽편지』는 1980년대라는 엄혹한 시절에 정호승이 시로 흘린 눈물이자 한겨울 같던 그 시대에 정호승이 내린 함박눈과도 같은 시집이다. 폭력에 쓰러진 자들의 정처 없는 마음과 어둠 속에 스러져 간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을 위로하는 이 시집에서 별은 피로 물들었거나 강물 위에 몸을 던진다. 그러나 밤하늘의 별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우리 곁의 강물에는 별빛이 녹아 흐른다.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그 시절 그 새벽을 향해 보낸 정호승의 편지는 30여 년이 지난 오늘도 어둑하고 고단한 마음을 향해 도착하는 중이다.
■ 개정판 시인의 말
1987년 ‘민음의 시’로 간행된 시집 『새벽편지』를 ‘오늘의 시인 총서’로 내게 되었다. 이번이 세 번째 개정판이다. 서른일곱 살 때 낸 시집을 일흔넷의 나이에 다시 내게 돼 참으로 기쁘고 감사하다.
1987년은 우리나라 현대사에 큰 아픔이 있었던 해이다. 1월엔 박종철 열사, 6월엔 이한열 열사의 슬픈 시대적 죽음이 있었다. 거리엔 ‘6월민주항쟁’의 불꽃이 타올랐고, 최루탄 가스가 명동성당 앞까지 자욱했다.
그 시대를 살던 한 사람 청년 시인으로서 나는 「새벽편지」, 「부치지 않은 편지」, 「그날의 편지」, 「폭풍」, 「꽃다발」, 「산새와 낙엽」 등의 시를 쓸 수밖에 없었다. 『새벽편지』는 고통스러웠던 시대의 모든 거룩한 죽음 앞에 바치는 시집이다. 시대의 아픔은 아물어 강물처럼 흘러가도 그 시대에 흘린 시의 눈물은 영원하다.
-2024년 가을 정호승
■ 추천의 글
정호승의 「부치지 않은 편지」는 죽은 이를 향해 결연한 절망의 어조로 말하는 시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죽음이 ‘그대’와 우리를 갈라놓은 이 음울한 세계에서 어떤 고원한 가치도 애정도 차라리 부정하고자 하는 절망적 결의가 그 내용을 이룬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라는 대목은 절망적으로 극단화한 시적 정황의 어둠 속에서 어두운 강이 어둠을 향해 흐르는 세계의 모습이다.
그러나 시는 말하여진 것을 통해 말할 뿐 아니라 말의 뒤에 놓인 침묵으로도 말한다. 사람살이의 참혹함에 대한 절망은 그것을 규정하는 여러 조건들에 대한 준열한 반문을 통해 다시 커다란 희망의 결의로 부활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오늘날의 우리 시가 지닌 죽음의 주제가 보다 크게는 ‘죽음과 부활’이라는 역사적 주제의 한 부분으로 성숙하는 고비에 있음을 본다.
-김흥규(문학평론가)
■본문에서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부치지 않은 편지」 전문죽음보다 괴로운 것은
그리움이었다사랑도 운명이라고
용기도 운명이라고홀로 남아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오늘도 내 가엾은 발자국 소리는
네 창가에 머물다 돌아가고별들도 강물 위에
몸을 던졌다
-「새벽편지」 전문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그대 잠들지 말아라마음이 착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닌 것보다 행복하고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