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오늘의 작가상> 공동 수상작재치와 웃음이 가득한 이십 대의 상큼 발랄한 진혼곡(鎭魂曲)▶ 젊음의 에너지와 고뇌와 그 특유의 ‘이상함’에 바치는 찬가인 『피터팬 죽이기』 덕분에 오늘의 세대는 그들 특유의 삶을 인식하는 데 필요한 또 하나의 적절한 언어를 발견했다. ―김화영(문학평론가, 고려대 교수)▶ 젊은 신인만이 그려 낼 수 있는 세계를 이만 한 수준의 언어적 공간에 담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주목할 만한 문학적 사건이다. ― 이남호(문학평론가, 고려대 교수)
제28회 <오늘의 작가상>의 공동수상자인 김주희는 77년생, 뱀띠고, 이십 대다. 그리고 문단엔 처음 나오는 ‘진짜’ 신인이다. 『피터팬 죽이기』는 그야말로 신인 작가의 푸릇푸릇한 풀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이 소설을 읽고 재미있다면 당신은 신세대다. 그러나 뭐가 뭔지 모르겠다면 당신은 당신의 피터팬을 죽이고 확실히 어른이 되었음을 축하해도 좋다.
누구에게나 한번은 그런 때가 온다어른이 된다는 것은 지독하게 외로워지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스물일곱 살의 청년이 시력을 잃어 가면서 겪는 내적 고통”을 습작 노트에 적어 놓은 메모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풀어나간 듯한 이 성장 소설의 매력은 새로운 세대의 삶을 그 세대의 호흡에 맞는 언어로 조형해 냈다는 데 있다. “농어촌 특별 전형으로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입학한 시골 출신의 풋내기 대학생”이 도시와 청년기의 낯설음에 반응해 가는 과정 자체인 그 언어는 때로는 어둡고 때로는 경쾌하고 스피디하지만 결코 상투성에 빠지거나 구차스러워지는 적이 없다. 여기에 이 작가의 투명한 눈이 있고 그 눈의 빛이 조명하는 진실이 있다.『피터팬 죽이기』는 오늘날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고뇌를 잘 형상화한 작품이다. 금기와 가치가 붕괴되어 버린, 또한 사회적 입사(入社)가 한층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젊은이들이 체험하는 고통과 혼란 그리고 정신적 황폐를 그려내면서, 거기에 젊은 작가 특유의 재치와 능청스런 유머를 뒤섞어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 낸다. 이 소설은 단순히 이야기 내용보다는 언어의 질감과 목소리, 그리고 행간에 간혹 드러나는 ‘낯설음’에 그 참다운 매력을 감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의 짜임새가 보여 주는 다소간의 취약성은 오히려 삶의 생살이 고통스럽게 드러나는 하나의 방식으로 양해되는 느낌이다. 자기 시대와 자기 세대의 문제점을 들고 문단과 세상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오늘의 작가상’과 신인 작가의 매력이라면, 『피터팬 죽이기』는 그러한 매력을 충분히 보여 주는 작품이다.
내용주인공 김예규는 대단히 감수성이 예민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스물일곱의 청년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기 시작한 스무 살, 서울 생활에 대한 부적응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예규는 동아리 동기인 수호와 우연히 영화 <에이스 벤츄라 2>를 함께 보게 되었고, 그 후 수호의 제안으로 둘은 연인이 된다. 예규가 동성인 수호와 연인이 된 것은 그에게 애초부터 동성애적인 취향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예규에겐 수호가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에 “반응”하는 타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유하고 세련된 도시인인 수호는 결국 영국으로 유학을 가 버렸고 예규는 쓸쓸하게 대학 생활을 마감한다. 어머니의 소망에 따라 서울 소재 대학교에 진학했지만 삼류 대학을 졸업한 예규는 청년 실업의 기나긴 대열에 서게 된다. 그러나 아무런 현실적 대응도 하지 않은 채 신문배달과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은둔자처럼 살던 그는 결국은 학과 선배의 말을 듣고 다시 대학원에 진학한다. 그 즈음 예규는 초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반 친구인 혜원이를 인터넷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고 둘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혜원이는 예규의 현실부적응성과 무능력에 대해 불만을 품게 되고, 심지어 그의 첫 애인이 동성이었음을 알고는 떠나 버린다.또 다시 혼자가 된 예규는 극도의 고독감 속에서 은둔자처럼 생활한다. 대학원생이라는 직함은 그가 사회인이 되는 것을 유보해 주는 방패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 4학기인 그에겐 학교도 곧 떠나야만 하는 공간이 된다. 동아리 동기인 영길이는 예규의 유일한 친구이자 은둔생활의 동지다. 영길이와 예규에겐 각각 사촌 형의 자살과 아버지의 자살을 목격했다는 공통항이 있고, 그것은 두 사람에게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 영길이는 동아리 방에서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후로 줄곧 “열렬히” 만화가를 꿈꾸었다. 학사경고와 제적을 거듭하고 재입학하면서도 계속해서 만화가를 꿈꾼다. 그리고 일본 만화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 늘 “한국 만화”를 주장하다가 매번 신문사며 잡지사에서 퇴짜를 맞는다. 그리고 이제 곧 영길이는 미루어 왔던 군대에 가야만 하고 그러면 예규는 다시 혼자가 될 것이다. 암울하고 불투명한 미래와 대책 없는 현실 속에서 예규는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데 이 즈음 대학 동기인 승태가 불쑥 나타난다. 동아리 동기들 중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승태는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말로 영길이의 관심을 얻었다. 그리고 어느 날 영길이는 승태가 결국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래서 모두들 승태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7년 뒤에 갑자기 승태가 멀쩡히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이때부터 예규는 자신이 조정자인 소설가에 의해 쓰이고 있는 소설 속의 인물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 조정자가 자신의 생을 좌지우지하다가 결국은 죽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현실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소설 속에는 이들과는 전혀 다르게 현실에 대단히 빠르게 적응하며, 생존 능력이 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예규의 룸메이트인 ‘피테쿠스’는 대학생이자 입시학원 강사로, 장차 사교육계에 헌신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인간에 대해서는 대단히 인색하며 사람과 마음을 나누느니 차라리 개를 더 사랑하겠다는 현실주의자다. 또 삼류 대학이지만 교수라는 미래가 보장된 정우 형. 불평불만이 많은 기회주의자 귀뚜라미. 불평불만조차 토로하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처세하는 모기. 취직하려고 100군데에 이력서를 냈지만 전부 떨어지고 결국은 교육 대학원에 진학해 교사가 되기로 결심하는 현민이. 이들을 보면서 예규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사회에서의 성공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수상자 소개김주희1977년생.2000년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2004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
소설 두더지 그들이 나를 보고 있다 벤다이어그램 이름 없는 세대 라이카의 삶이 미성년에게 준 교훈 피테쿠스와 개 두 마리에 관한 보고서 내 영혼이 특별했던 날들 지하철도 999 외로움과 수류탄 살아 있습니까? 그렇다면 사랑합니다 –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