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투맨

최재영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4년 10월 25일 | ISBN 978-89-374-7391-3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8x188 · 224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가치란 게, 다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쓰는 이의 욕망을 요구하지만

그 욕망을 철저하게 검열하는 시대

오늘날 작가들이 서 있는 창작의 좁은 자리를

남김없이 들추는 문제적인 작품

편집자 리뷰

2018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에 장편소설 『빅파파』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최재영의 두 번째 장편소설 『맨투맨』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맨투맨』은 동명의 시나리오를 쓰는 주인공의 퇴고 과정을 통해 오늘날 작가들이 서 있는 창작의 환경을 낱낱이 드러낸다. 이 시대의 작가들은 수많은 콘텐츠들 사이에서 창작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끊임없이 전시하도록 요구받는다. 언론과 개인 방송, SNS를 가리지 않고 가능한 많이, 더 자극적으로. 하지만 진짜 솔직한 욕망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욕망은 이 시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이 시대와 어울려야 한다. 검열 없이 드러난 작가의 어떤 취향은 구시대적이라며 조롱받을 것이고,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작품은 곧장 ‘취소’당할 것이다.

소설 『맨투맨』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창작을 결심하고 집필해 나가는 과정, 그 결과물이 상품이 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창작자의 내밀한 경험과 욕망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어느새 더 많은 이들의 흥미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바뀌어 간다. 그 과정에서 작품에는, 작가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느 때보다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주목받는 동안 그 창작물이 ‘변형’되는 과정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최재영은 자조와 해학의 유머로 오늘날 창작자가 놓인 위치에 대해 문제 제기한다. 창작의 자리는 작품이 읽히고 이야기되는 독자의 자리와도 멀지 않다. 『맨투맨』은 여러 콘텐츠들을 소비하며 작가들을 지켜보고, 나아가 그 자신이 창작자가 되는 모든 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원하는 이야기는 어떤 것이냐고. 지금 이 자리가 정말 괜찮냐고.

 

“그래.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뭔데?”

 

주인공 영호는 콘텐츠 업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1976년 작 「록키」를 보며 가슴이 뛰었던 영호는 이러한 자신의 취향이 시대와 조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취향을 담은 작품은 사랑받지 못할 것이고, 무수한 조롱에 직면할 것이다. 영호는 자신의 욕망을 밀고 나갈 용기가 없다. 더욱이 제작사, 유통사 등 콘텐츠 산업의 관계자들 사이에서 작업하는 신인 창작자에게는 용기를 낼 기회도 없다. 자기 욕망을 제대로 드러내지도 감추지도 못한 결과로, 영호는 시대와 산업의 요구에 자신의 이야기를 어정쩡하게 끼워 맞춘, 미적지근하고 안전한 시나리오 하나를 완성한다. 시나리오 「맨투맨」에 대해 돌아오는 피드백은 이런 것이다. “주인공의 욕망이 보이지 않는다.” 창작자가 품었던 작품의 고갱이는 어디로 흩어진 것일까? 작품에 대한 비평, 작가의 삶에 대한 관심과 비난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지고 많아진 지금, 창작의 자유는 어쩌면 다른 방식으로 억압받고 있다. 문학평론가 안세진의 지적대로, 오늘날 글쓰기의 가능성은 “풍족하게 폐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가치란 것도 말이에요.

결국 사람들이 알아줘야 존재하는 거 아닌가요.”

 

『맨투맨』은 영호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혜진’을 만나 「맨투맨」을 각색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두 사람은 모두 잘 팔리는 작품을 내놓는 데에 실패했다. 혹은 자기 욕망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데에 실패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의 싸움에서 늘 지면서 무기력에 빠져 있던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결심한다. ‘맨투맨’의 의미를 함께 찾아가 보자고. 잘 써서, 팔아 보자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가치, 진짜로 가치 있는 가치를 한번 만들어 보자고. 두 사람은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까? 영호와 혜진의 이야기는 두 사람이 써 내려가는 각본 「맨투맨」의 서사와 겹쳐지고 또 어긋나며 새로운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시나리오 「맨투맨」이 창작자인 영호와 혜진의 삶에 개입하듯, 이중의 이야기를 통해 펼쳐지는 소설 『맨투맨』은 독자들에게 쉬이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읽는 이 각자에게 소설의 결말 너머 가능성을 탐색하도록 한다.


 

■ 추천의 글

 

“이 정도도 못 견딜 거라면 일찍 그만두는 게 낫다.” 많이 들었고 많이 했던 말이다.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들은 맷집을 키우고 현실에 타협하라는 훈계를 듣는다. 하지만 그런 훈계는 사실 듣는 청춘보다 말하는 어른들을 위한 것이다.

『맨투맨』은 뜨겁고 생동감 넘치지만 동시에 무기력하고 냉소적이다. 생기와 열정이 원래 젊은 예술가들의 것이라면, 무기력과 냉소는 세상에 ‘피를 빨려’ 생긴 후유증이다. 자유를 속박당한 채 창의력을 요구받는 예술가들은 결국 창작의 자리를 떠나기 마련이다.

이 소설은 이 시대의 젊은 창작자들, 나아가 다음 세대의 이른 피로감과 정신적 오염의 공포를 재치 넘치는 문장으로 전한다. (정말 문장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다!) 최재영이 구체적으로 지목한 비극의 원인에 나는 기꺼이 동의한다. 최재영은 영화 「록키」의 낭만적인 희망도 거부하는데, 그 비뚤어진 저항 역시 응원한다. ―조성희(영화감독)

 

성공한 코미디는 웃기고 훌륭한 코미디는 슬프다. 자기 존재를 구겨 타인을 즐겁게 하는 사람과 이야기는 재미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바로 나고 내 삶이 그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 때 웃기는 사람과 웃는 사람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재미는 복잡해진다. 구겨진 자리에 새겨진 주름과 어둠을 생각하도록 하는 것은 극이 관객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자조를 섞지 않으면 예술을 말할 수 없는 시대. 모든 욕망을 무대 위에 올려 연기해야 하는 세계. 욕망을 욕망하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은 이제 가치가 없는 걸까? 모두가 사랑하는 그 이야기를 쓸 수 없거나 쓰고 싶지 않은 창작자는 의미가 없는 걸까? 어떤 사랑스러움을 포기하고서라도 쓰는 존재로 남고 싶은 최재영의 소설은 그 자체로 내게 의미와 가치로 읽혔다. ―정용준(소설가)

목차

① 외톨이 초롱이는 매우 힘들게 살고 있었다 7

② 초롱이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17

③ 초롱이는 존나 존나게 노력한다 45

④ 초롱이는 이기지만, 그것은 실은 가짜 승리다 71

⑤ 초롱이의 몸속에 잘못된 것이 흐른다 99

⑥ 초롱이는 무엇이 옳은 길일지 홀로 고뇌한다 123

⑦ 초롱이는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157

⑧ 초롱이는 싸우고, 이긴다 179

 

작가의 말 199

작품 해설 202

추천의 글 216

작가 소개

최재영

2018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빅파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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