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사막에서 마주한 고독과 상실의 초상
안네마리 슈바르첸바흐의 내면을 따라가는 낯선 여정
“우리는 『페르시아에서의 죽음』에서 외면에서 내부로, 페르시아만의 푸른 바다에서 민감한 영혼의 어둠 속으로 잠겨 드는 안네마리 슈바르첸바흐를 만나 볼 수 있다.” -《노이에취르허차이퉁》
“안네마리 슈바르첸바흐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한평생 벗어날 수 없었던 고독, 절망, 두려움을 고백한다.” -《아나벨》
안네마리 슈바르첸바흐는 20세기 초반 스위스에서 태어나 반파시스트이자 동성애자로 짧은 생을 살았다. 그녀의 많지 않은 작품은, 그럼에도 문학적, 문화적 유산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슈바르첸바흐의 자전 경험과 내면의 고통이 여실히 녹아 있는 소설 「한 여인을 보다」와 「페르시아에서의 죽음」을 쏜살로 선보인다.
“한 여인을 보다. 단 일 초 동안, 곧 놓쳐 버릴 시선의 짧은 공간 속에서, 복도의 어둠 속 어딘가에서, 내가 열어서는 안 되는 문 뒤에서. 한 여인을 봄과 동시에 그녀도 나를 보았다고 느낀다.” 「한 여인을 보다」에서
「한 여인을 보다」의 배경은 스위스 알프스산에 위치한 호텔로, 젊은 주인공은 승강기에서 우연히 마주친 중년 여인에게 한눈에 반한다. 소설은 이 짧은 매혹의 순간을 매우 섬세하고 밀도 높게 묘사하며, 주인공의 강렬한 감정을 손에 잡힐 듯이 그려낸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이 동성애를 처음 깨달았던 시기의 경험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로, 한 인물의 내적 갈등과 혼란스러운 감정의 파고를 그린다.
“처음에 너는 강물 위의 물오리 떼처럼 구름을 좇는 바람을 인지하게 될 거야.”
“구름은 물 위에 그림자를 던지지. 그러면 좀 추워지겠지. 하지만 바람이 곧 멈출 거야. 강물은 잔잔해지고, 바람은 평원에서 이내 잦아들지. 그러면 저녁이 올 거야.” 「페르시아에서의 죽음」에서
「페르시아에서의 죽음」은 슈바르첸바흐가 여러 차례 여행한 바 있던 페르시아를 배경으로 쓴 작품이다. 페르시아의 황량하고 거친 사막을 배경으로, 주인공은 끊임없이 무엇을(아마도 자신을) 찾아 헤맨다. 서술자는 낯선 풍경과 자신의 내면을 연결 짓고, 외부 세계를 통해 자신의 심리적 상태를 투영한다. 특히 페르시아의 뜨거운 사막과 광활한 자연은 서술자가 느끼는 고독과 공허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매개이자 자기성찰의 피난처가 된다.
슈바르첸바흐는 1930년대 유럽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자신을 얽어매던 가족의 압박에서 떠나고자 여행을 지속했다. 나치에 동조한 부모와 반대 입장에 서서 토마스 만 가족과 친분을 쌓으며 반파시스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동성애적 감정을 경험했고, 이를 통해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탐구했다. 하지만 온전한 자유를 찾지 못한 채 약물 중독과 심리적 고립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고통과 갈등을 글쓰기로 풀어냈다. 이 두 작품은 그런 내면적 투쟁의 기록이다.
한 여인을 보다
페르시아에서의 죽음
옮긴이의 말